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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호스피스완화의료법 제정 추진 '환영'

시론 호스피스완화의료법 제정 추진 '환영'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12.1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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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남(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장·이화의대 교수·혈액종양내과)
최근 국회에 제출된 김충환 의원의 '호스피스완화의료에 관한 법률안'은 의미가 매우 크다.

이 단독법안은 호스피스완화의료의 기본이념에 충실한 목적을 명시하고 실질적으로 환자와 가족·사회에 도움이 되는 내용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도 포함시키고 있다.

법안 제3조는 호스피스완화의료의 대상자를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인 회복의 가능성이 없고 점차 악화되며 수개월내에 사망할 것으로 의학적으로 진단받은 말기암환자와 가족'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사회적 동의가 쉽고 치료의 거부나 중단에 관한 논란이 비교적 없는 말기암환자로 대상을 한정한 것인데, 앞으로 미국·대만과 같이 모든 말기환자로 대상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법안은 또 호스피스·완화의료 신청제도를 도입하면서 담당 의사 2명의 소견서를 제출하도록 해 말기판정의 정확성을 확보토록 했다. 특히 환자 스스로 '사전의사결정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환자 자신의 생명 및 신체에 대한 자기 결정권, 그리고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유지하면서 죽을 권리를 존중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선택한 모든 환자에게 사전의사결정제도가 정확히 설명되고, 환자 본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호스피스완화의료 원래의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며 불필요한 논쟁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올해 대국민조사에서 사전의사결정제도에 대해 92.8%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는 2004년의 80.9%보다 높아진 수치다. 또 사전의사결정서에 반드시 포함될 항목으로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항생제사용·혈액투석·영양공급·호스피스완화의료가 들어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말기치료에서 자신의 의견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미국의 경우 1976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처음 자연사법이 통과돼 생전 유언(living will)이 법제화되었으며, 오늘날 미국의 모든 주에서 이를 시행하고 있다. 대만에서는 2000년 의원입법으로 제정돼 심폐소생술을 받지 않는 것을 포함한 생전유언카드를 작성토록 함으로써 존엄사를 인정하고 있다.

사전의사결정서의 작성은 논란이 되고 있는 '치료중단'이 아니라 환자가 '무의미한 치료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는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것이다. 나아가 환자나 가족의 정신적·육체적 고통과 경제적 손실을 줄이고 최상의 호스피스 돌봄으로 편안한 임종을 맞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사전의사결정서를 작성하지 못한 환자의 경우 대리인 자격에 대한 문제는 심도깊게 논의돼야 한다. 경제적 이유 등으로 호스피스·완화의료 대상자로 정해지는 일이 없도록 정밀한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법안은 의료인의 의무규정을 담고 있다. 즉 말기 암환자에 대한 말기통보 및 호스피스완화의료에 관한 설명, 선택·이용절차 및 사전의사결정서의 작성 등에 관한 설명, 사전의사결정서에 명시된 사전결정의사를 존중해야 하는 의무 등이 그것이다.

최근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말기통보를 받아야 한다'는 응답이 환자는 96.1%, 가족은 76.9%에 달했다. 또 말기통보를 하기에 적합한 사람으로 환자의 80.5%, 가족의 51.5%가 '의사'를 꼽았다는 사실은 이 법안에 담긴 의사의무 규정에 타당성을 부여해준다.

그러나 이같은 의무사항을 위반한데 따른 과태료 부과 등 벌칙조항은 의료 현실을 고려해 보다 깊이 논의 돼야 하고, 벌칙조항이 꼭 필요한 경우라도 경과조치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일반인의 호스피스에 관한 인식이 몰라보게 좋아진 의식변화에 맞춰 국가가 적극적으로 대국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현재 약 70개국에서 '세계호스피스의 날'을 지정해서 행사를 하고 있고 미국은 대통령이 호스피스 주간을 지정하고 있다.

김충환 의원 법안이 매년 10월 6일을 '호스피스·완화의료의 날'로 지정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호스피스·완화의료의 날의 제정 취지에 적합한 행사와 교육 및 홍보를 실시하도록 규정한 것은 매우 적절하다. 지난 10월 우리나라 최초의 고령군 호스피스선언 같은 활동이 지방자치단체의 호스피스복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호스피스완화의료기금을 설치하도록 한 조항은 의학적 말기환자가 아니라 사회경제적 말기환자를 예방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며, 현 건강보험수가만으로는 양질의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시행할 수 없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호스피스·완화 병상수와 의료전달체계 구축에 대한 내용이 없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호스피스기관의 부족은 의료전달체계의 구축으로 일부분 해소할 수 있으므로 가정호스피스의 활성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앞으로 효율적인 의료전달체계구축을 위해 정부와 학회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 동안 이 법안은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거쳤으나 법제정 후 예상치 못한 문제점이 발생할 소지는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 충분한 논의를 거쳐 법을 제정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호스피스완화의료의 발전과 환자의 고통이 없는 행복하고 품위있는 죽음, 사회경제적 부담의 경감으로 사회 구성원 전원이 행복한 의료복지가 이루어지는 사회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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