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工神 의과대학생이 사교육 받는 까닭은?

工神 의과대학생이 사교육 받는 까닭은?

  • 이정환 기자 leejh91@kma.org
  • 승인 2008.11.30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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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국시 성적, '의사의 길' 평생 좌우..상위권 재학생 관심이 더 높아

국내 최고 '공신'(工神·공부의 신)이라는 의과대학생도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취재됐다.

의사국가시험 합격률은 통상 90% 이상이어서 그동안 의과대학에 재학생들은 웬만하면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했다. 따라서 사법고시 등 다른 분야 처럼 학교수업 이외에 별도로 공부를 하거나, 전문학원을 다니면서 과외를 받는 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내신 성적이 강조되고, 인턴시험이 의사국가시험 성적으로 대체되면서 메이저급 병원에서 근무할 수 있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다보니 의사국가시험에 올인하게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의과대학 재학생들은 학교 수업시간에 배운 과목 중 부족한 부분을 전문학원에서 과외를 통해서라도 보충하려고 열을 올리고 있다.

의사국가시험를 잘 치르기 위한 재학생들의 사교육 열풍은 어느 정도이고, 어떤 학생들이 전문학원을 찾는지 알아봤다.

▲ 서울 강남에 위치한 의사국가고시 전문학원인 메디프리뷰. 의협신문 김선경

전문학원으로 학생들이 몰린다

의과대학에 내신등급(10등급)이 생기고, 대학병원 별 인턴시험이 사라지면서(몇개 병원 제외) 의사국가시험은 언제부턴가 '학력고사' 처럼 '무조건 높은 점수를 받아야 좋은 병원을 갈 수 있다'는 공식이 성립하게 됐다.

예전에는 비록 낮은 점수이지만 의사국가시험에 일단 합격을 하고, 인턴시험을 잘 보면됐다. 그러나 인턴시험이 없어지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했을 때 80점 이상 높은 점수로 합격해야 최고 상위권 3~5% 안에 든다. 안정권인 셈이다. 또 75~80점은 돼야 세칭 괜찮다는 병원에 갈 수 있다. 이보다 낮은 점수로 합격을 했다면 메이저급 병원을 가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의사국가시험 전문학원인 메디프리뷰를 운영하고 있는 권 량 대표는 "2003년부터 의과대학생들이 성적 향상을 위해 전문학원을 찾고 있으며, 그 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학교 수업에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학원에서 전문의들이 직접 가르치다보니 이해 정도가 높아지고,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성적을 받는 것 같다"며 "앞으로 성적을 올리기 위한 학생 및 재수생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대표에 따르면 올해 학원을 찾은 학생(재수생 포함)은 400여명에 이른다. 재수생보다 재학생 비율이 70%로 월등히 앞선다. 특히 재학생들은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서 대부분 상위권 수준에 속해 의사국가시험을 잘 봐야겠다는 의지가 컸다.

낮은 성적으로 합격…어디로 가야 하나

지난해 의사국가시험 합격률은 96.5%였다. 수험생 중(재수생 포함) 거의 97%가 의사자격을 취득했지만, 모두 좋은 병원에서 수련을 받을 수는 없다. 우열이 가려질 수밖에 없고, 성적대로 자신이 수련받을 병원을 찾아가야 한다.

이와 관련, 권 대표는 "서울의대를 졸업해도 의사국가시험 점수가 낮으면 좋은 병원에 들어가기가 어려운 상황이다"며 "의사국가시험을 낮은 성적으로 합격한 학생들은 의사로서의 긴 여정이 힘들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의과대학 교육은 과정이 매우 어려워서 중간에 이런저런 이유로 조금만 쉬어도 따라가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특히 "아무리 공부를 잘 하는 학생도 모든 과목을 고르게 잘 할 수 없기 때문에 부족한 과목은 과외를 통해 보충해야 성적이 좋아진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의사국가시험 전문학원은 메디프리뷰가 유일할 정도로 독보적인 존재다. 하지만 의사국가시험 점수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전문학원을 찾는 학생이 늘어나면서 전문학원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 대표는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은 정보습득 능력이 대부분 우수하다"며 "전문학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찾아오는 학생들 대부분이 공부를 잘 한다"고 말했다.

재학생 관심 높고…서울·연세·고대생 많아

메디프리뷰가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자료를 보면 재수생보다는 재학생(70%)이 훨씬 많았다. 또 수강생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서울 55%·비서울 35%·무응답이 10%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권 수강생의 학교 분포를 보면 고려의대가 33%로 가장 많았고, 연세의대(29%)·서울의대(18%)·가톨릭의대(8%)·경희의대(6%)·한양의대(4%)·중앙의대(2%)의 순을 보였다. 이른바 'SKY' 대학의 비율이 80%를 차지할 정도로 상위권 학생들의 관심도가 월등히 높았다.

이밖에 비서울권 수강생의 학교 분포를 보면 부산의대가 35%로 가장 많았고, 원광의대(25%)·순천향의대(15%)·한림의대(7%)·을지의대(7%)·관동의대(7%)·서남의대(3%)·동아의대(3%) 순이었다.

이와 관련 서울에서 의과대학을 다니고 있는 Y 학생(본과 4학년)은 "지난 여름방학 때 내과·소아과 과목을 수강했는데 모르고 지나친 부분에 대해 많은 도움을 받고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서울아산병원을 가는 것이 목표이지만 현재의 내신등급(1~2등급 중간)으로는 불안하기 때문에 의사국가시험 점수가 높아야한다"며 "학교 수업시간에 부족한 부분을 학원에서 보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학교 수업중 교수들에게 질문을 하고 싶어도 편안하게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며 "학원에서 강사인 전문의들이 자세하게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면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의사국가시험을 도와주는 전문학원이 있다는 사실을 늦게 알았는데, 예전부터 있었다면 훨씬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의과대학에서는 이러한 사교육 열풍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서울의 한 의과대학 교수는 "의과대학은 전문학원과는 달리 교육목표가 다르다"며 "인성교육을 병행하는 학교 교육이 더 중요하고,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의사국가시험이 중요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전문학원을 다니는 일부 학생들의 경우를 일반화시키는 것은 위험하다"며 "전문학원 교육과 의과대학 교육을 동일 선상에서 보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전문학원, 역기능보단 순기능 크다?

의과대학 교육이 정보전달 이외에 인성 부분을 함께 가르치는 방향으로 가야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의사국가시험이라는 넘어야 할 커다란 산이 있고, 그 산을 어떻게 넘느냐에 따라 자신의 미래가 보장되기 때문에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한 학생들의 사교육에 대한 갈망은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강사들과 수강생 대부분이 전문학원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 사정으로 학교를 오랫동안 다니지 못했거나, 의사국가시험을 치르지 못한 재수생들에게는 전문학원의 중요성이 커 전문학원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부에서는 학부모 등 기성세대들이 끼어들어 과당경쟁을 유발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지만, 의사국가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겠다는 학생들의 열망을 무조건 비판만 할 수도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의과대학에서 충분히 해결하지 못하는 궁금증과, 이렇게라도 해서 좋은 점수를 받아 의사로서의 삶을 살아가려는 학생들이 처해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내년부터는 의사국가시험에 실기시험이 추가돼 아직은 일부에 국한된 의학교육 사교육 시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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