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8 19:59 (일)
WHO "한국 건강보험료 올려야" 제언

WHO "한국 건강보험료 올려야" 제언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8.11.13 12:12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잉케 박사팀 "건강보험 지속하려면 안정적 재정 확보부터"
1차의료 강화·경증 본인부담률 인하·주치의제도 확립 제안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보험재정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한국의 건강보험 지속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건강보험료 인상을 제안, 관심을 모으고 있다.

13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이 주최한 '한국 보건재정 국제심포지엄'에서 WHO 보험재정 전문가인 잉케 마타우어(Inke Mathauer)와 케수(Ke Xu) 박사팀은 <한국의 건강보험재원 조달체계에 대한 분석 및 재원조달의 성과 향상을 위한 대안>이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건강보험료율이 OECD 국가들보다 낮을 뿐 아니라 보장성 확대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WHO 보험재정 전문가 잉케 마타우어 박사가 한국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WHO의 제언을 발표하고 있다.

잉케 박사는 '건강보험재정 지속가능한가?'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의 보건의료재원 조달체계는 2000년 이후 많은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건보 재정의 지속 가능성 ▲OECD 국가 평균에 비해 낮은 재원조달비율 ▲높은 본인 부담률 ▲고급의료장비에 대한 비규제 ▲신약의 빠른 도입과 기준 미비에 따른 비용 상승 ▲행위별수가에 대한 비용 통제 문제 등의 한계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잉케 박사는 건강보험을 안정적으로 지속해 나가기 위한 방안으로 건보료 인상 이외에 보험료 부과기준을 정비해 소득 누락으로 인한 보험료 유실을 막고, 자영업자 부과체계 단순화·통합징수체계 마련 등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의료공급자의 분포를 최적화하고, 고가의료장비에 대한 규제와 함께 1차 의료 권장을 위한 인센티브를 수가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잉케 박사는 "보다 낮은 비용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1차의료와 의료전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잉케 박사는 의료기관 종별에 따른 본인부담률 차등을 강화하고, 경증치료를 위해 의원급 의료기관을 이용할 경우 본인부담률을 낮추며, 주치의제도를 도입해 환자에게 본인부담 경감과 같은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용억제 기전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현행 행위별수가제를 이해 당사자들간의 합의를 통해 부문예산제로 전환하고, 포괄수가제(DRG) 지불체계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약가 관리를 위한 방안으로는 의약품 총액관리제·제네릭 처방의사 및 적정처방의사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통해 대체의약품수 증가·건보 상환대상 의약품 수 축소 등을 제시했다.

정형선 연세대 교수(보건행정학)는 '한국 의료제도의 재원 조달과 건강보험의 역할'에 관한 주제발표를 통해 "2006년 국민의료비는 GDP 대비 6.4% 수준으로 OECD 평균인 8.9%에 비해 훨씬 낮은데 이는 '우리의 의료제도 내지 건강보험제도가 상대적으로 저비용 구조를 가지고 있거나 효율적으로 운영되어서 생기는 측면'과 '아직 필요한 수준의 의료가 제공되지 못하거나 우리 국민이 적절한 수준의 의료이용을 하지 못해서 생기는 측면'이 동시에 반영된 결과"라고 진단한 뒤 "후자에 기인하는 부분만큼은 아직도 의료지출의 규모를 늘릴 여지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5%의 건강보험료와 56∼57%의 건강보험급여율은 서구 국가의 15% 가까운 보험료와 70∼80% 수준의 급여율에 비해 뚜렷한 저부담-저급여 구조"라며 "서구국가와 같이 고부담-고급여의 제도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현행 5%의 건강보험료를 7% 수준까지 인상해 건보급여율을 70%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 향후 지향해야 할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부지원금 수준도 전체 보험급여액의 일정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며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손명세 연세의대 교수(예방의학)가 좌장을 맡아 진행한 지정토론에서는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기획실장·박상근 대한병원협회 보험위원장·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강암구 건보공단 상임이사·이호성 경총 사회정책본부장·전철수 대한의사협회 보험부회장·이영찬 보건복지부가족부 건강보험정책관 등이 참여, 건보재정 지속 가능성과 관련한 각계의 입장을 밝혔다. 의료계·경영자단체·시민단체 토론자들은 정부가 약속한 국고 보조금 지원을 정확히 지켜야 한다며 모처럼 한 목소리를 냈다.

▲ 13일 건보공단에서 열린 한국 보건재정 국제심포지엄에서는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 문제가 다시 대두됐다.

전철수 의협 보험부회장은 "건보제도 도입 이전에는 의료기관이 필수의료서비스에 치중했지만 제도 도입 이후 저부담-저수가가 계속되면서 필수의료서비스로는 생존할 수 없으니까 비급여서비스로 내몰리는 상황"이라며 "비급여서비스 속에서 의료체계가 비용 유발적인 체계로 형성됐다"고 지적했다. 전 부회장은 "국민의 경우에는 전문의사의 판단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대신 돈을 많이 들여야 하는 시설이나 장비에 대해 신뢰로 방향이 전환되면서 의사와 환자 관계가 상호 적대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우려했다. "규제보다는 자율과 상호 존중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기획실장은 주치의 제도의 단계적 시행과 지역 병상 총량제 도입을 통한 의료전달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 건강보험 시스템이 이대로 간다면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면서 "2007년까지 흐름으로는 7년 뒤인 2015년에 80조원의 건보재정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신 위원은 "외래·입원·약국 등으로 부문별 목표예산제를 도입해 공급자와 소비자가 머리를 맞대고 건보 재정에 대해 논의하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부문별 목표예산제에 공감대를 표했다.

한편, 심포지엄에 앞서 정형근 건보공단 이사장은 "보험재정 확충 대책도 없이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헛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며 보험료 인상에 무게를 실었다.

전재희 복지부 장관은 최원영 기획관리실장이 대신 읽은 축사를 통해 "저부담-저급여 체제를 유지하다보니 보장성이 선진국에 비해 미흡하다"고 지적한 뒤 "복지부는 적정부담-적정급여를 위해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기본 틀은 갖고 있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건강보험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재정 부담의 형평성을 높일 수 있는 부과체계 개발과 함께 다양한 지불제도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