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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꾸는 자에게만 다가온다

꿈은 꾸는 자에게만 다가온다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11.1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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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섭(조선일보 논설위원)

오바마에게 오늘의 미국을 읽는다. 백인 흑인으로 갈라진 인종차별의 벽을 허무는 그런 변화의 바람이다. 보수와 진보 이념을 떠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혁신의 돌풍이다. 콜롬부스가 발견한 신대륙은 이제 오바마에게 새로운 희망을 찾는다.

그는 대통령 당선이 되던 날 밤 이렇게 외쳤다. "민주주의 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미국 건국 당시의 꿈이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살아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 밤이 바로 그 대답입니다."
그날 밤 그가 이룬 것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란 소망이었다. "언젠가는 나의 아이들이 그들의 피부색깔로 판단되지 않고 그들의 인격으로 판단되는 그런 나라에서 살게 될 것이라는 꿈이 있습니다." 루터 킹의 연설이 있은 지 45년만에 그는 인종의 벽을 뛰어 넘어 변화의 문을 연 것이다.

흑인 케냐 유학생과 하와이 대학생이던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이혼한 어머니를 따라 인도네시아 소학교를 다니며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원고지에 옮기던 소년. 그런 그를 보고 모두 웃어 넘겼지만 그의 꿈은 아시아·아프리카를 넘어 미국 대륙에서 피어났다.

뛰어난 통찰력과 매력 넘치는 연설, 폭발적인 카리스마. 그러나 그의 꿈과 실력은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가 겪었던 좌절과 고통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대학을 졸업한 스물한살의 그는 아버지 고향인 케냐에서 자신의 뿌리를 확인했다.

머리카락이 원래부터 그렇게 자란 것이고, 엉덩이가 원래부터 실룩거리게 되어 있다는 것을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 검은 땅. 이런 순간을 조금도 훼손하지 않고 고스란히 미국땅으로 가져가면 얼마나 좋을까. 흑인 미국인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이고 그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그의 아버지 무덤 앞에서 깨닫는다.

그는 어느 흑인 운동가의 주선으로 시카고의 흑인 밀집지역인 사우스사이드에 달려갔고, 그곳에서 투표자 등록 사업이나 교육사업, 직업알선, 인권 운동에 나섰다. 더 높은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하버드 로스쿨에 진학했고 수석으로 졸업한 그는 다시 시카고로 돌아왔다. 그를 기다린 것은 정치였다.

사회의 변화는 저절로 오는 게 아니라 조직화된 풀뿌리에서 온다고 믿은 것이다. 일리노이 주의회에 이어 주 상원의원, 연방 상원의원으로 하나씩 단계를 높여 나아갔고 그는 드디어 민주당 전당대회장에서 포효하는 웅변으로 정치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꿈은 노력하는 자에게만 문을 열어준다. 꿈은 꽃씨와도 같아 뿌리고 물주며 가꾸어야 한다. 흑인과 백인의 두갈래 길에서 혼란을 겪은 그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기회로 바꿨다. 하와이에서 온 수재 청년은 그의 '정치 고향'이 된 시카고에서 온 열정을 불살랐다. 마치 단단한 쇠를 녹이려면 1534도의 열이 필요하듯이.

그의 도전과 성공 배경엔 강인한 어머니가 있었다. 미국 전체 주의 절반이 흑백결혼을 중죄로 다스리던 때에 주저없이 아프리카 흑인 유학생과 결혼한 이였다. 미국 남부의 흑인 학생들이 부유한 백인 학생들의 책을 얻어다 공부해 훌륭한 의사나 변호사가 됐다는 이야기를 그에게 들려주며 채찍질했다. 아들을 하와이의 명문 사립학교를 보내며 희망을 심어 주었다.

이런 노력으로 그는 한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갔고 꿈은 드디어 그에게 길을 열어준 것이다.
마흔일곱의 젊은 나이에 대통령이 되는 순간, 그는 시카고 그랜드파크에 몰려든 지지자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남녀 노소, 부자와 가난한자, 민주당원과 공화당원, 흑인 백인 아시아계 그 모두가 한 목소리로 '우리는 갈가리 찢긴 나라가 아닌 미합중국'이란 메시지를 세계에 보냈다고.

그는 가난하고 소외받은 흑인과 이웃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좌절하지 말라고, 희망을 잃지 말라고 그리고 꿈을 키우라고. ds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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