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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20주년 기념여행의 추억

졸업 20주년 기념여행의 추억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11.0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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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아(인천기독병원 정신과)

필자는 의대 동기회의 졸업 20주년 기념으로 일본 여행을 갔다 왔다. 79학번 입학 정원 160명에 비해 참석 인원은 적었지만 오붓한 여행을 즐겼다. 광복절을 포함한 2박3일의 짧은 일정으로, 같은 기간에 일본의 공휴일이 있어 비용도 많이 들었다.

첫날 유카타를 입고 다다미가 깔린 만찬장에 모여 가이세키 요리로 식사를 하고나니 가라오케 원조국 일본의 시골 호텔에, 한국 노래 반주가 나오는 노래방 기기가 눈에 띠였다.

덕분에 동문 모두 차례로 마이크를 잡고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둘째 날에는 관광팀과 골프팀으로 나뉘어 하루를 보냈는데, 골프팀은 한국보다 훨씬 저렴하게 '황제골프'를 즐긴 흡족함과 아쉬운 마음에 9홀을 추가하려다가 18홀 비용도 미납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단다. 관광팀 버스에 동승한 가이드의 휴대전화로 통화를 시도했지만, 고마츠의 산속이어서 연결이 어려웠던 모양이다.

골프장에는 영어가 통하는 직원도 별로 없어 그나마 조금 나은 여직원에게 하소연을 했다는데 "We was ("were라고 하면 못 알아들을까봐 was라고 했다"는 부연설명까지 있었다) happy" 이렇게 시작해서 "Now we are unhappy" 이랬더니 그 직원이 눈물을 글썽거렸다고 하니, 모국어도 아니면서 짧은 문장과 비언어적 표현만으로 서로 감정전달이 가능했다는 점이 신기하다.

그날 필자를 포함한 관광팀은, 능수능란한 중년의 한국인 여자 가이드와 의대교수로 재직 중인 한 동문이 관광버스 앞자리에서 둘 사이의 만담으로 일행을 즐겁게 해주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누렸던 터라 같은 날 비용정산 문제로 고심했던 골프팀 얘기를 들으니 미안함까지 느낄 정도였다.

JAL을 이용했던 귀국길에도 일이 있었다. 탑승 수속 중 뒤에 있던 우리 부부 차례가 되자 수속이 지연되는데도 일본인 남자 직원이 일언반구 말이 없었다. 평소 외국인 앞에서는 기꺼이 남편한테 발언기회를 양보하던 필자도 계속 기다렸지만 남편까지 말이 없기에 참다못해 영어를 썼다.

 "What´s the problem?" 직원의 대답은 "Economy is full"이었다. 어눌한 영어로 하는 말인 즉은 이코노미가 만석이니 대신 비즈니스 좌석을 드리겠다는 것이다. 냉큼 "Thank you" 하고 돌아선 필자는, 이런 문제는 영어로 더듬거리지 말고 설명문을 만들어 보여주면 될 텐데 하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혜택을 입게 된 고객에게 지나치게 송구스러워하는 일본인의 태도에서 문화의 차이를 느낀 것은 사실이다.

여행 중에 일본은 관광지가 산재각처하여 성수기에도 붐비지 않고 여유 있게 여가를 즐긴다는 사실을 알고 부러웠다. 관광 수지 적자와 외화유출도 줄일 겸 앞으로 외국의 장점을 보고 배워서 제대로 실천한다면 성수기에 한가로운 국내 여행도 가능하고 졸업 기념으로 일부러 외국까지 나갈 필요도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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