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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치료 거부할 권리' 제도화 초읽기

'연명치료 거부할 권리' 제도화 초읽기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8.11.03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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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3일 '호스피스·완화의료 공청회'
암관리법 전부 개정 내년 3월 완화의료 시범기관 모집
시범사업 수가 종합전문 15만 5764원·의원 6만 9330원 제안

'암관리법 전부 개정안' 입법예고가 지난 10월 말로 종료됨에 따라 말기암 환자의 고통스런 죽음을 연장하는 치료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담은 법안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보건복지가족부는 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화 공청회'를 열고 입법예고 기간 중에 접수된 의견과 그동안 공청회에서 제기된 각계의 안을 법안에 반영, 종합 답안을 제시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관한 정의·사업 내용·대상자·절차 등을 규정한 '암관리법 전부 개정안'과 '호스피스 수가 체계 연구 및 시범사업 계획안'이 공개됐다.

'암 관리법 전부 개정안'의 산파역을 맡은 이민원 복지부 암정책과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완화의료는 통증 및 증상완화 등을 포함한 신체적·심리사회적 영역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와 치료를 통하여 말기암환자 및 그 가족의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규정했다"며 "사회적 수용성을 감안하고, 학계·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완화의료라는 명칭과 정의를 신설했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완화의료 대상자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본인이 희망할 경우에 한해 신청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의료인의 설명의무와 완화의료기관의 지정·평가 규정도 새로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 이민원 보건복지가족부 암정책과장은 3일 공청회에서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규정한 암관리법 전부 개정안을 발표했다. 10년 만에 결실을 맺는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제도와 수가가 한꺼번에 신설되는 전기를 마련했다. 의협신문 송성철

암 관리법 전부 개정안에 대한 지정토론에서 윤영호 국립암센터 기획조정실장은 "말기에 대한 판정을 위해서는 전문의 2인 이상의 소견서를 첨부하도록 명문화하고, 환자들의 의식이 없어지기 전에 사전의사결정을 법안에 포함함으로써 윤리적·법적 문제를 방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한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날'을 지정하고, 말기암환자 및 가족들의 부담 완화를 위한 정부 지원과 세제혜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진노 보바스기념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장은 "완화의료기관에 치과의원과 한의원도 포함돼 있는 것은 문제"라며 "환자가 완화의료를 가족에게 알리고 싶지 않거나, 반대로 가족이 환자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경우 자기결정권을 인정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호사이자 의사 면허를 보유하고 있는 이경권 분당서울대병원 의료법무 전담교수는 "연명치료 중단은 환자에 대한 치료를 중단한다는 점에서 존엄사 문제와도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다"며 "존엄사 또는 생명유지장치의 제거에 대해서도 입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전담교수는 보라매병원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예로 들며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법적으로 규율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뒤 완화의료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방청객들은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암환자에만 적용할 것이 아니라 에이즈·희귀난치병 등 다른 말기 환자들에게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이민원 과장은 "충분히 공감한다"면서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은 암관리법에 담을 것이 아니라 독립법안으로 가야한다"고 설명한 뒤 "분명히 다음 단계는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과장은 "현재 말기암 환자 중 10%만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받고 있다"며 "이러한 비율을 1/3 정도 올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허대석 교수는 "불필요한 연명치료로 인한 고통을 줄이고, 사회의 인식을 바꿔나가기 위해서는 말기암환자의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먼저 시행해 나가면서 진료현장에서의 관행을 바꾸고, 국민의 인식변화를 유도해 나가야 한다"며 "이를 계기로 말기 에이즈 환자를 비롯한 말기환자로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넓혀가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 호스피스 수가 얼마나?

이날 공청회에서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시범사업의 적용 수가안이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 이건세 심평원 심사연구실장은 이날 호스피스 시범사업 수가를 공개했다. 박노례 인제대 석좌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한 공청회에는 허대석 서울의대 교수, 이순남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장,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 등이 지정토론을 펼쳤다. 의협신문 송성철

호스피스 수가체계 연구 및 시범사업 계획을 연구하고 있는 이건세 심평원 심사평가연구실장은 1차 시범사업 종합전문요양기관의 일당 기본수가로 15만 5764원(방사선 진단 및 치료, CT·MRI·PET 제외)을, 가산 항목으로 의사전담 여부(5217원)·간호사 인력수준(1.5 이상~1.0미만 5217원/1.0 이하 1만 958원)·사회복지사 전담(3175원) 등을 제시했다. 의원은 일당 기본수가로 6만 9330원을, 가산 항목으로 의사전담 여부(3679원)·간호사 인력수준(1.5 이상~1.0미만 3679원/1.0 이하 7726원)·사회복지사 전담(2806원) 등을 제시했다. 호스피스병동 의사의 경우 인력확보 수준보다는 전담여부(외래진료)에 따른 차등을 제시했으며, 가산은 종별 호스피스 병동 입원료의 10%로 정했다.

이 실장은 내년 3∼4월 시범사업 기관 공모 및 대상기관 선정을 한 뒤 9월까지 급여·진료기준 및 청구 전산프로그램을 개발, 2009년 10월∼2011년 3월까지 1년 6개월 동안 1차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시범사업 평가를 거쳐 2011년 4월∼2012년 3월까지 2차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이 실장은 현재 공급 및 수요 현황을 고려해 종별 차등수가를 1차적으로 실시하되 장기적으로 호스피스병동에 동일한 수가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기관평가를 통한 서비스 질에 대해 차등수가를 고려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이 실장은 간호인력 수급 문제를 고려, 인력기준을 지난 5월 공청회 때 제시한 환자 3인당 간호사 2인을 환자 2인당 1인으로 하향 조정하고, 기준병실 1실 4인에서 1실 5인으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장기입원을 방지하기 위해 호스피스 환자 1인당 총 입원일수를 45일로 제한(종합병원 이상 15일)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요양급여비용은 전액 본인부담을 적용하는 1안과 종합병원 입원료를 입원일 16일 이후부터 일당정액의 50%(병원급 이하는 입원일 30일부터 일당정액의 50%)를 체감하는 2안이 발표됐다.

지정토론에서 허대석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종양내과)는 "환자들이 종합전문요양기관에서 호스피스 완화의료로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이끌어 내야 하는데 행위별 수가가 저수가이다 보니 실제 움직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간병비 지원과 같은 동인을 제공하고, 말기암환자의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대해 급여를 제한하는 가시적인 조치를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 교수는 "장기입원은 행위별수가에서 제한이 없이 허용되고 있지만 호스피스 수가에서는 장기입원을 제한하고 있다"며 "행위별 수가체계의 모순도 다듬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의료진들의 경우 호스피스 DRG수가가 의료행위를 제한하고, 자율성을 떨어뜨린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환자들에게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받을 것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경영진들 또한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는 불확실성 때문에 전문병동을 만드는데 소극적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 이날 공청회에는 말기 환자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일선 호스피스 현장 관계자들이 참석,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말기암환자 뿐 아니라 에이즈나 루게릭병 등 다른 말기질환자들에게도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의협신문 송성철

이순남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장(이화의학전문대학원장)은 "종합병원에 몰려 있는 말기암환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30일 이상 장기입원 환자에 대한 제약과 종별 차등을 통해 1∼2차 의료기관으로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CT·MRI 등을 일률적으로 제한했다가는 응급상황의 환자들의 검사를 못받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며 "DRG 수가로 하더라도 필요한 진료를 했을 경우에는 신청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궁극적으로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서는 보건소 중심의 가정호스피스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현재 일선 보건소에서는 보건소장이 의사가 아니어서 마약을 사용할 수 없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며 "의사 출신 보건소장 채용 문제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회장은 특히 "호스피스 고유 영역에 대한 수가 를 연구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10년 만에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법과 수가로 가시화된 것은 고무적"이라며 관계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한편, 김진현 서울대 교수(간호대학)는 "좋은 취지로 제도를 제안하지만 이익단체의 압력과 로비에 의해 실제 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오용될 수 있다"며 "DRG와 장기요양제도도 설계안은 좋았는데 공청회 몇번하고, 병원계 로비에 의해 시행안하느니만 못한 제도로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시범사업은 연구 차원에서 엄격히 해야 한다"며 "당위성에 집착하지 말고, 제대로 된 사업을 해야지, 부작용을 알면서도 사업을 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강제로 종합전문요양기관 환자를 중소병원에 이송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고, 중환자실 환자를 호스피스로 옮길 때 분쟁이 생길 수 있으므로 존엄사 관련법을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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