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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의료관광 어디로 가야 하나

시론 의료관광 어디로 가야 하나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11.0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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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봉식(서울 노원구의사회장 닥스투어주식회사 대표이사)
지금 세계는 국가 간의 경제·문화·인종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세계가 하나되는 글로벌 지구 가족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세계의 환자들도 좀 더 나은 기술과 시설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을 갖춘 나라로 질병의 치료를 받으러 찾아가는 의료관광이 활성화되고 있다.

'의료관광' 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아직은 생소한 용어에서 오는 혼란과 이해 부족이 있는 것 같다. 심지어 '의료관광이 활성화되면 국내 환자 갈 곳이 없어진다'는 괴담 수준의 주장들이 일부 시민단체들 뿐만 아니라 일부 국가기관에서조차 공공연히 인용하여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관광'에 대한 개념을 우선 이해하자면 의료관광은 질병의 치료를 위해 국내외의 의료기관을 찾아서 이동을 하는 환자들을 중심으로 한 치료 위주의 관광, 또는 여행의 과정에 헬스케어 상품이 결합된 휴양 개념의 관광으로 양분될 수 있다.

지금 현재 세계는 국가간 지리적 경계의 개념이 완화되면서 경제 블록이 광역화되고 자유무역협정 등의 형태를 이용하여 상호간 교류를 활성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의료관광은 국가간 경계의 완화와 함께 급성장하고 있는 서비스 분야의 새로운 아이템으로 여러 나라가 차세대 성장동력의 하나로 보고 국가적으로 총력을 쏟고 있다.

의료관광 선도국인 인도·싱가포르·태국은 지난 해 18만·37만·150만 명의 의료관광객을 유치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의료서비스를 차세대 국가 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하여 그야말로 범국가적인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3월 산학연 전문가 360여명이 참가하여 발족한 신성장동력기획단이 최근 미래의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보건의료 분야의 산업이 무려 5개나 포함된 6대 분야의 22개 신성장동력 산업을 선정하고 국가적인 과제로 추진키로 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십 수년간 최고의 인재들이 의과대학에 진학함으로써 인적 자원에 있어서 세계 의학을 선도할 수 있는 자원을 이미 갖추고 있으며, 병원들도 민간 주도로 발전을 거듭하여 외형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세계수준에 근접하는 쾌거를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의료 수가는 비슷한 수준의 의료 인프라를 갖춘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만큼의 저수가 체제를 갖고 있어 아시아권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와 가격대비 비교우위의 경쟁력을 갖춘 나라가 없다.

이처럼 좋은 환경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의료관광을 선도해 나아간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의료관광 허브로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뚜껑을 열어보면 떠들썩한 분위기와는 상황이 완연히 다르다. 의료관광 선도국들이 연간 수십만에서 수백만명의 의료관광객을 유치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의료관광객 수는 금년 4월까지 겨우 1만 5908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의료기관의 준비가 상당히 미흡하다. 아직까지 기본적인 국제진료수가도 없는 병원이 대부분이다. 또한 소위 빅4 병원들의 경우에는 해외 환자 유치에 열의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병원의 고위 관계자들은 '해외환자 유치'라는 구호를 외치지만 실무선과는 온도차가 많이 난다. '지금도 바쁜데 굳이 해외환자까지…'하는 반응도 많다. 관료화된 조직구조에다 비즈니스 마인드 부족으로 에이전시들에게 고압적인 자세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의료관광의 또 다른 한 축인 여행업계도 준비가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돈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심지어는 무역업자들까지도 의료관광에 뛰어든다. 질환별 환자의 특성이나 의료의 속성은 아랑곳 하지 않고 그냥 커미션 몇 푼 더 는 것에 만족한 채 의료의 질은 따져보지도 않고 아무데나 환자를 알선해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의료관광협의회만 만들었을 뿐, 의료사고에 대비해서는 가이드라인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모 위원회에서는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한 의료법개정안을 두고 '취약 계층이 소외될 가능성이 있어 적극 반대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등 의견 조율이나 정보의 교류가 전혀 없어 보인다.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과당경쟁으로 인해 자원의 낭비가 우려되고 있다.

의료관광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필요하다.

먼저 의료계 종사자들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 의료관광은 국내 의료기관간의 안이한 경쟁이 아니라 국제간 경쟁이요, 비즈니스다. 거기에는 국가라는 보호막도 없다. 각 병원의 의료의 질, 환자 상태와 관련한 질의에 대한 반응속도, 그리고 비용이 경쟁력이다.

이러한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먼저 철저한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고객의 질의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야 하며, 장차 의료서비스가 국가의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지금 최선을 다 하고 있다는 시대적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관광업계도 마찬가지다. 당장의 커미션 몇 푼에 차후 일은 나몰라라하고 환자를 아무 곳이나 소개해주는 식의 알선은 지양해야만 한다.

정부도 의료관광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잘 해야 할 것이다. 먼저 의료법 개정안과 더불어 시행령·시행규칙을 통해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항들을 만들어야만 한다. 빠른 의사결정과 전문성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전문병원' 제도를 적극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의료관광이 더욱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또한 중앙정부는 각 지자체별로 과당경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정자 역할을 수행해야만 한다.

뿐만 아니라 치료 과정에서 의료분쟁 발생 시 분쟁 해결을 위한 합리적 대처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기관도 보호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명백한 의료과실에 대해서는 원만한 분쟁의 해결 및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환자에 대한 배려도 제도화해 주어야 한다.


다소 희망적인 소식은 최근 정부가 의료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지원을 바탕으로 의료기관들도 좀 더 적극적인 마인드로 의료관광 활성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할 때 한국이 전 세계의 환자가 가장 치료 받고 싶은 의료관광의 허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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