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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뉴먼과 최진실의 죽음을 애도하며

폴 뉴먼과 최진실의 죽음을 애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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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10.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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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수(중앙일보 기자)

지난달 26일 학창시절부터 필자의 오랜 우상이었던 명배우 폴 뉴먼이 세상을 떠났다. 폐암과 투병하던 그는 8월 초 여명이 몇 주 남지 않았다는 의사의 말을 듣자 "병원에서 죽고 싶지는 않다"며 방사선 치료를 포기하고 퇴원, 코네티컷 주의 자택에서 가족과 친지들에 둘러싸여 생을 마감했다. 그의 나이 여든 셋이다. 평생 자선사업을 열심히 해왔던 폴 뉴먼은 장례식도 조촐했고, 시신은 화장됐다고 한다. 추억의 배우를 잃었다는 슬픔보다도 내가 좋아했던 배우가 끝까지 아름다운 모습으로 삶을 정리하고 떠났다는 감동이 더 컸다.

그리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사망 소식을 접했다. 동년배 여성으로서 20여 년 동안 질투와 동질감을 함께 불러 일으켜왔던 최진실씨가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방법으로 삶을 마감한 것이다. 머리 속이 새하얘지는 듯한 충격이었다. 그의 자살 이유가 무엇이었든지 간에, 이혼의 아픔 등을 이겨내고 두 자녀의 엄마로서 억척스럽게 재기에 성공한 그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며 응원해왔던 내 또래의 많은 여성 팬들은 거의 공황상태에 빠졌을 것이다.

사실 필자는 요즘 죽음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던 참이다. 다름이 아니라 '존엄사'의 문제다. 개인적으로는 한 권의 책 때문이다. 편집국장으로도 모셨던 최철주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실장이 최근 펴낸 '해피 엔딩, 우리는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다'는 책이다. 그는 몇 년 전 자궁암으로 딸을 잃었다. 딸의 투병을 계기로 받은 호스피스 교육과 직접 미국과 일본을 다니며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 책을 내게 된 것이다. 필자에겐 4년 전 '생의 마지막 길, 편하고 품위있게'라는 기획물을 만들며 다양한 모습의 죽음을 취재했을 때 느꼈던 고통과 감동을 되살리게 하는 동시에, 과연 우리 사회가 어떻게 '죽음의 질' 문제를 받아들이고 행동해야 할 것인가를 다시금 고민하게 만들었다.  또 하나의 계기는 희대의 소송이 될 수도 있는 신촌 세브란스병원 사건이다. 폐암 의심을 받고 기관지 내시경 검사를 받다가 식물인간 상태가 된 75세의 노모에 대해 인공호흡기를 떼고 퇴원시켜달라는 자녀들의 요청을 병원이 거부하면서 시작된 소송이다. 취재를 해보니 병원측도 환자가 다시 의식을 되찾을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평소 깔끔하셨던 어머니가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와 영양튜브, 소변줄 등을 달고 아무 의미 없이 연명하는 것을 원치 않으실 테니 집에서 가족들에 둘러싸여 편히 돌아가시게 해달라"는 환자 가족들의 주장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이냐'는 것이다. 보라매병원 사건의 판결 여파가 채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민사소송을 맡은 재판부 역시 쉽게 판결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어쨌든 최근 존엄사에 관한 논의가 여기저기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민주당 전현희 의원 주최로 '존엄사, 사회적 합의와 제도화'라는 심포지엄이 열린데 이어 2일에는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연합과 홍대 법학연구소 및 한림대 법학연구소가 '말기환자의 자기결정권 존중을 위한 입법제안 심포지엄'을 공동주관했다. 아쉬운 것은 의료계의 적극적인 참여다. 2002년 대한의학회가 연명치료중단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을 때 의사들의 책임만 회피하고 '안락사'를 허용하자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여론에 크게 데였던 경험 때문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여건이 많이 성숙했다고 본다. 다만 잇따른 연예인들의 자살 사건 때문에 '자기 결정권' 문제가 또 다른 오해를 불러일으키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newslady@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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