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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과 때 미팅 추억 '부산 야구장'에 다시 가다

예과 때 미팅 추억 '부산 야구장'에 다시 가다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09.2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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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준호(부산의료원 가정의학과 R3)

야구 이야기 한번 해보려고요. 무더웠던 지난 여름 세계 강팀들을 연달아 물리치며 북경에서 금메달 소식을 보내왔던 야구. 매번 드라마 같은 명승부에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투영시키며 응원을 보냈습니다.

치솟는 기름값과 오르지 않는 월급 등 피하고만 싶은 얘기들을 야구 배트로 쳐날리고 싶은 심정으로요.

요즘 부산 야구를 돌아 봅니다. '8888577'이라는 숫자가 의미하는게 무엇인지 아시나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트의 최근 7년간 성적입니다. 구도(球都)라 불리우는 야구 도시에 있는 친정팀의 성적이 저랬으니 가을만 되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해 휑한 사직 야구장을 쳐다보며 집단적으로 기분 저하를 호소하곤 했습니다.

야구가 뭣이라고 그리 호들갑이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근데 어릴 때부터 부모님 손에 끌려 야구장에서 뛰놀고, 파울불 얻어 다음날 학교 가면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인기를 얻을 수 있던 곳이 부산입니다.

좀 크고 나면 자율학습에서 도망쳐 롯데 야간 경기를 보러가고, 모의고사 끝나 일찍 마치면 햄버거 사들고 술 취한 아저씨들 옆에서 응원했습니다. 예과 때 만난 미팅녀와 데이트의 어색함을 없애려 같이 야구장을 찾았다가 술만 진탕 취해 분위기 망쳐 차였던 곳 또한 사직 야구장입니다. 

또한 부산 소재 병원들은 가끔 야구 단체 관람하면서 의국 회식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추억 속 페이지 곳곳을 차지하고 있기에 롯데가 포스트 시즌에 진출해 가을 야구를 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습니다.

8년째 바라던 것이 올해는 이뤄졌습니다. 감독이 외국인으로 바뀌고 자율야구라는 것을 해서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다는 말도 있고, 분위기 망치던 음주폭행 선수가 퇴출되어서란 말도 있고, 너무 오래 침체되어 있었기에 더 이상 물러 설 곳이 없었다는 '배수진'설도 있습니다. 많은 롯데 팬들이 염원했고 관중 동원 신기록도 갈아치울 만큼 간절히 응원해서 그렇다고 저는 믿고 싶습니다. 간절하면 이뤄진다고요…. 

며칠 전 전공의 부산대표 모임을 했습니다. 기분 좋게 야구 얘기로 시작했지만 오고간 주제는 무거웠습니다. 모대학병원의 전공의 성희롱 사건과 전공의들이 원하는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 대학 측 행태, 전공의협의회와 병원협회간에 약속된 휴가기간이 일선 병원에서 보장되지 않는 점, 전공의 회장 선거후 계속되는 패배자 측의 하소연에 대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실시간으로 의사들을 감시할 수 있는 '의약품 처방 조제 지원 시스템 관련 청구 소프트웨어검사 기준고시(DUR)'에 대해 헌법소원을 준비한다고 들었을 땐 암울했습니다. 

사직 야구장에선 파울볼을 잡았을 때 옆에 있는 어린애에게 공을 주는 불문율이 있습니다. 야구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자는 의도입니다. 많은 선배 의사선생님들이 정부와 싸우며 최소한의 의사로서의 권익을 지키려고 한다는 것 압니다. 공을 받는 마음으로 지지하고 있습니다. 더 나은 진료환경을 만들어 주십사 간절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이뤄지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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