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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처방 금지' 법리적 오류 지적

'중복처방 금지' 법리적 오류 지적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08.09.17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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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의견서 금주중 규개위·권익위에 제출
의협 '원천무효'주장 내주 복지부 간담회 예정

동일성분의 의약품을 중복처방하지 못하도록 한 보건복지가족부의 관련 고시가 시행 보름을 앞두고 법리적 오류가 있다는 대한의사협회의 문제 제기에 부딪혔다.

의협은 "의료법 및 약사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의사의 처방권을 요양급여세부사항 관련 고시로 제한할 수 없다"며 11일 법리적 오류 가능성을 지적했다.

정부도 의협의 지적에 추가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시 철회의 가능성까지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의협은 10일 보험약제정책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했으며 '동일성분 의약품 중복처방 관리기준 관련 고시 강행시 발생 문제점에 대한 의견서'를 국무총리 산하 규제개혁위원회·국민권익위원회에 보낼 예정이다.

오는 17일에는 복지부, 심평원과 이 문제를 놓고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어서 곧 복지부의 입장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지난 5월 '요양급여의 적용 및 방법에 대한 세부사항 중 개정' 고시를 예고하며 "기존에 처방한 약제가 소진되기 180일 기준으로 7일 이전에 동일 요양기관에서 동일 성분의 의약품을 중복으로 처방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의사의 중복처방을 금지시킨 바 있다.

심사평가원은 건강보험청구액을 180일 단위로 심사하기 때문에 기준범위를 180일로 잡았으며 365일을 기준으로 하면 중복처방일이 1년에 15일 정도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의협은 고시가 시행되면 복지부가 예외규정으로 둔 경우에서 벗어난 환자들이 불편을 겪거나 별도의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복지부는 환자의 장기출장 또는 여행·의약품 부작용·용량조절 등으로 중복처방을 할 경우 이를 예외규정으로 허용하고 있다. 고시는 10월 1일 실시 예정이다.

상위법 위임범위 벗어나=의협은 건강보험법을 상위법으로 하는 복지부의 고시가 기존에 처방한 약제가 소진되기 7일 이전에 동일요양기관에서 동일성분의 의약품을 중복으로 처방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한 부분에 대해 건보법에 근거한 고시로 처방을 제한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법 위반으로 인한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스스로 건강보험법에 근거한 고시라고 밝히면서도 처방해서는 안된다는 처방권의 제한사항을 정의함으로써 요양급여를 정의한 상위법(건강보험법)의 위임범위를 심각하게 일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사의 처방권에 관한 사항은 의료법 제18조(처방전의 작성과 교수)와 약사법 제23조(의약품의 조제) 3항에서 의료인의 고유영역으로 명시돼 있다.

복지부 고시는 이 두 법에 근거한 의사의 처방권을 제한하는 법적 오류를 범하고 있고, 정부 스스로가 심각한 법 위반을 하고 있는 셈이다.

굳이 중복처방을 막고자 했다면 '처방'할 수 없도록 고시하기 보다 '급여'하지 않겠다고 고시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약제비 환수 근거 없고 실효성도 의문=법적인 오류 가능성 뿐 아니라 고시를 근거로 약제비를 삭감할 경우, 최근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조치 무효판결에서도 보듯 법적 근거가 없는 환수를 했다는 문제 제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재판부는 급여기준을 초과한 약제비를 처방한 것을 위법 행위로 볼 수 없어 이를 불법행위에 대한 청구소송으로 환수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고시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고시의 목적은 동일성분의 약을 중복처방해 필요없이 낭비되는 약제비를 줄이자는 것인데 중복처방금지규정을 피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다른 성분의 의약품을 처방하는 편법을 동원할 경우 약제비를 증가시킬 우려도 있다.

이 약이 원래 처방받던 약에 비해 고가의 오리지널약일 경우 오히려 약제비가 증가하는 역효과가 발생한다는 것. 환자의 처방요구를 거절할 경우 진료거부로 비춰질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했다.

그밖에 환자와의 불필요한 마찰 발생·환자의 불편 증가·환자마다 중복처방 유무를 조사해야 하는 등 행정적 부담 증가 등을 우려했다.

복지부가 만일 법리적 오류 가능성에 동의한다면 후속조치로 '처방'하지 못하도록 하는 고시내용을 '급여'하지 못하도록 바꿀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고시 유예과정에서 의협이 제기한 정책 실효성에 대한 재검토가 제기되는 등 폐기처분될 가능성도 있어 의료계는 이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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