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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레사, ISEL의 악몽을 잊어야 할까?

이레사, ISEL의 악몽을 잊어야 할까?

  • 김은아 기자 eak@kma.org
  • 승인 2008.09.0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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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장 이브 둘리아드 박사, 김상위 울산의대 교수

폐암 치료제 '이레사'에 대한 ISEL 연구 결과, 이 약이 아시아인·여성·비흡연자·선암·EGFR 돌연변이 등에서만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부터 일부에서만 잘 듣는 '이레사'는 시련을 겪었다. 정부 및 환자단체와의 소송 끝에 '혁신적 신약'의 지위를 잃었고, 약값이 깎였으며, 보험급여도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그런데 이제 '이레사'가 명예회복을 외치고 나섰다. INTEREST와 ISTANA연구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판매사인 아스트라제네카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왜 이런 주장이 나오게 됐을까. 각각의 연구를 진행한 장 이브 둘리아드 박사(프랑스 르네고드슈암센터·이하 둘리아드)와 김상위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이하 김)를 만나 이들 연구의 결과와 의미를 들어봤다.

-INTEREST연구는 ISEL과는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둘리아드 : 그동안 이레사가 아시아인·여성·비흡연자·선암·EGFR 돌연변이 환자 등에서 더 효과가 좋을 것으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INTEREST에서 이러한 조건에 따라 전체생존율(OS)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이들 조건이 약의 효과를 예측하는 인자가 아니라,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는 인자라는 점이 밝혀진 것이다. 예를 들어 남자에 이레사를 쓰나, 여자에 이레사를 쓰나 비슷하게 효과적으로 작용하지만, 여자가 더 오래 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두 연구에서 왜 이러한 차이가 발생했다고 보나.

둘리아드 : 우선 연구간 대상자의 특성에 차이가 있었다. ISEL 연구에 포함된 대상자 중에는 1차 치료제를 사용했을 때 반응이 좋지 않았던 환자들이 많았다. 반면 INTEREST와 ISTANA연구는 골고루 포함돼 있었다.

-그럼 더이상 이들 조건을 고려할 필요가 없나.

둘리아드 : 이레사는 2차치료제로서 광범위한 환자군에서 도세탁셀과 동등한 효과를 보여줬다. 복용 편의성과 삶의 질 측면에서는 도세탁셀보다 더 긍정적이다. 개인적으로 이레사를 '제한 조건 없이' 2차치료제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본다.

물론 세부분석 결과 EGFR 돌연변이 환자에서 이레사는 물론 도세탁셀도 다른 경우에 비해 무진행생존기간(PFS)을 유의하게 개선시켰다. 하지만 환자 수가 적어 확대 해석에 한계가 있고, 설사 의미가 있더라도 임상에서 돌연변이 여부를 측정하는 데는 비용 등의 문제가 있다. 따라서 치료제를 선택하기 이전에 EGFR 돌연변이를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ISTANA연구는 이레사의 삶의 질 개선을 입증하지 못했다

: 대상자 수나 삶의 질 측정방법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겠다. 측정방법으로 사용한 'FACT-L'은 신체적·기능적·사회적·감정적 안녕과 폐암 증상 등에 대한 질문으로 구성돼 있는데, 신체적·기능적 안녕 및 폐암 증상에 대한 점수는 이레사군이 도세탁셀군보다 2배 더 높았다. 하지만 사회적·감정적 안녕에서 낮은 점수를 보였는데, 외모를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경미한 피부발진이 좀더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ISTANA연구는 전체생존율이 아니라, 무진행생존기간을 연구 목표로 했다.

: 폐암 치료의 경우 한 가지 치료제를 계속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1차치료제를 4~6주 정도 사용하다가 쉬고 다시 2차치료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환자가 여러 약물을 교차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생존율 결과 해석에 어려움이 있다.

일단 추가로 전체생존율을 보기 위해 연구 대상자를 관찰하고 있는데, 현재 사망률이 34% 수준이어서 분석이 가능한 70~80% 수준이 될 때까지 지켜보고 있다. 내년이면 전체생존율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타겟치료제에 회의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 아직 타겟치료제는 완벽하지 않다. 암이 발생하는 데는 여러 가지 경로가 관여하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타겟치료제는 단 하나의 경로만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겟치료제가 비용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은 받아들일 수 없다. 기존 주사용 항암제를 투여할 때 입원비 등 제반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경구용 항암제가 경제적이다. 앞으로 여러 임상을 통해 타겟치료제에 대해 좀더 근거를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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