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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외처방 환수 소송 서울대병원 '완승'

원외처방 환수 소송 서울대병원 '완승'

  • 이석영 기자 lsy@kma.org
  • 승인 2008.08.2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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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 입수>"공단은 41억여원 지급하라"
51개 국공립대 병원 등 수백억대 줄소송 예상

과잉처방 등을 이유로 의료기관으로 부터 환수해간 원외처방 약제비는 모두 되돌려 줘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의약분업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부터 원외처방 약제비를 환수당한 의료기관의 소송이 줄이을 것으로 보여 큰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3민사부(재판장 민유숙)는 28일 서울대학교병원이 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공단은 서울대병원에 총 41억671만여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 판단의 핵심은 공단이 의료기관으로부터 약제비용 금액의 징수처분을 내릴 아무런 법률상 근거가 없으며, 요양급여기준  보다 의사의 재량권이 우선한다는 것.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서울대병원의 원외처방으로 공단에게 비용지출의 증가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그로인해 공단으로부터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은 약국 등 제3자이지 원고가 아니다"라며 "따라서 보험급여비용을 받지도 아니한 병원으로부터 직접 부당이득금을 징수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약국이나 보험급여를 받은 환자 역시 부당이득을 얻은 것으로 볼 수 없으며, 병원이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한 원외처방을 했다는 것만으로 허위의 진단을 했다고도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의사는 요양급여기준에 구속될 수 없다"

재판부는 특히 의사가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한 행위가 곧바로 불법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며, 위법성을 따져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즉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했더라도 환자 치료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 불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료기관 또는 의사가 환자에게 처방전을 발급할 때의 주의의무는 진료 당시의 의학적 근거와 임상적 경험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지, 요양급여기준이나 식약청장의 의약품 허가사항을 기준으로 처방전을 발급해야 할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또 "의사는 진료를 행하면서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 수준, 의사 자신의 전문지식과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된 진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면서 "그것이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한 진료 결과를 놓고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다른 조치에는 과실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대법원 판결을 인용했다.

이와함께 "의료기관이 처방전을 발급할 때 의학적 근거와 임상적 경험을 기준으로 상당한 범위 내에서 처방할 수 있는 수 개의 의약품 중 하나를 선택한 것은 가입자에 대한 주의의무를 벗어난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하고 "이 같이 환자에 대한 의료기관의 재량 범위내에 있는 행위가 보험자(공단)에 대해 위법성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연령·병용금기 약물 처방도 의사 재량에 맡겨야"

이번 판결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연령금기, 병용금기 약물 처방에 대해 판단을 내린 부분이다.

의료진이 연령금기 의약품을 사용했기 때문에 환수 조치했다는 공단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연령금기 의약품을 사용했더라도 이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이 이뤄지지 않아서 식약청장의 허가에서 제외됐을 뿐이지 이미 효능 및 안전성에 대한 임상정보가 상당량 축적돼 있다"고 지적했다.

병용금기 처방에 대해서도 "약물에 대한 반응은 개인간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서 약물상호작용으로 인한 이상반응의 유무 또한 개인차이가 있어서 문제된 약품들은 병용투여가 치료에 효과적인 경우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연령·병용금기 처방 기준보다 환자 치료에 대한 의사의 재량권이 우선이라는 판단이다.

이와관련 이번 서울대병원측 소송 대리를 맡은 현두륜 변호사(대외법률사무소)는 "진료방법 및 약제선택에 중대한 하자 없는 한 의사의 재량권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서울대병원이 각 환자에 대해 약을 처방한 것은 당시 임상수준의 범위 내에서 봤을 때 의학적으로 정당한 것이며, 이를 재판부가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요양급여기준과 심사절차...형식적이다"

재판부는 현행 요양급여기준과 공단의 심사절차에도 일침을 가했다. 너무 형식적이어서 의료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건강보험제도가 보험급여의 범위를 제한하는 이상 의학적으로 적정한 의료임에도 보험급여의 범위 내로 수용되지 않는 영역이 존재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약제에 대한 요양급여기준의 경우 일률적인 성분 조합이나 환자 연령을 기준으로 하고 있고, 식약청 허가사항은 제약회사가 허가를 받기 위해 제한적으로 실시한 임상실험에 근거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요양기관이 심평원에 요양급여비용심사청구를 할 때 진료기록부를 제출하는 것이 아니어서 심평원은 형식적으로 요양급여비용청구서에 기재된 진단명과 해당 약품을 비교해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 삭감처분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진료기록부 검토 또는 진료의사에 대한 문의 등 실질적인 심사를 거치지 않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51개 병원 소송 진행 중 '승소' 확실

현재 서울서부지법에는 서울대병원 외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등 국공립대학병원 등 51개 의료기관이 원외처방 약제비 반환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이 중에는 이번 소송의 발단이 된 대법원의 약제비 환수처분 무효 판결을 이끌어 낸 이원석 원장(전남 조은이비인후과병원)도 포함돼 있다.

사건을 배분받은 서부지법 산하 5개 재판부는 그동안 공판을 열지 않았다. 동일한 내용의 사건인 만큼 서울대병원 사건의 선고 결과를 그대로 인용하겠다는 의미다.

이들 51개 병원이 공단으로부터 반환을 요구한 금액은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에 이어 나머지 병원들도 모두 승소하게 되면 공단은 지금까지 환수해 간 금액을 모두 되돌려 줘야 한다.

특히 공단이 1심 판결에 불북하고 항소하더라도 병원들은 가압류 등을 통해 돈을 받아낼 수 있다. 재판부가 공단의 환수금 반환을 '가집행'할 수 있도록 판결문에 명시해 놓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재판을 관망하던 의료기관들의 소송 참여도 봇물터지듯 이어질 전망이다.

대외법률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원외처방 환수 소송에 대한 문의가 크게 증가했다"면서 "서울대병원 승소를 계기로 의원급부터 종합병원까지 소송에 참여를 원하는 의료기관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약분업 직후인 2001년부터 2006년 8월까지 공단이 추징한 약제비는 815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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