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8 19:59 (일)
꼬레아, 코리아

꼬레아, 코리아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08.28 17:28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오인동 지음 도서출판 책과함께 펴냄 1만3000원
얼마전 끝난 베이징올림픽은 보름여의 기간동안 많은 화제를 낳았지만 우리에게도 남다른 감동을 안겼다. 이런 행사에서는 평소에 찾지 않던 조국을 부르짖으며 남다른 애국심을 내세워도 쑥스럽지 않다. 선수들의 열정이 결실을 맺는 현장에서, 혹은 그들에게 목놓아 성원을 보내는 객석에서 우리를 대표하는 것은 바로 'KOREA'이기 때문이다.

여러분은 혹시 우리나라의 대외적인 국호인 'KOREA'에 대한 연원은 알고 계시는지?

'대한민국'이라는 호칭은 국경 안에서만 유효하다. 1970년에 도미한 뒤 38년 동안 '코리아'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해 온 오인동 박사(69·재미의사)가 이순을 넘긴 나이에 시작한 우리나라 국호 역사 탐구가 6년 여의 작업끝에 <꼬레아, 코리아>로 나왔다.

이 책은 13세기 서양에서 최초로 고려를 로마자로 표기한 기록부터 샅샅이 훑어나간다. 로마 교황의 서한을 전달하러 몽골제국을 방문했던 프란체스코회 수도사 카르피니가 'Solanges의 왕자를 만났다'고 기록한 게 최초라고 밝힌다. 여기서 'Solanges'는 몽골어로 고려 또는 고려 사람을 뜻한다. 이렇듯 몽골제국을 통해 우리나라의 로마자 표기가 등장한 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는 고려의 중국식 발음인 'Cauli'가 등장했고 16세기 대항해시대에는 포르투갈·스페인·네덜란드·이탈리아인들이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로마자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Coree' 'Core' 'Coray' 'Chausien' 'Cauly' 등 저마다 발음대로 표기해 문서마다 다양한 로마자 국호들이 난립하게 된다. 오 박사는 1590년 출판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스탈디-작자 불명의 세계지도에서 최초로 표기된 'Corea'가 17~18세기 우리나라에 대한 주된 표기로 떠오르고, 19세기에 이 표기로 통일됐다가 19세기 말부터 'Korea'가 대세가 되기 시작한다고 밝히고 있다.

'COREA'가 'KOREA'로 바뀐 과정에 대한 언급도 흥미롭다. 오 박사는 일본이 알파벳상 자국보다 늦게 나오게 하려고 의도적으로 바꿨다는 이야기는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보다는 미국의 국제적인 영향력 확대와 연관이 깊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1882년 조선과 조약을 체결한 이래 우리나라를 계속 'Corea'로 표기하다가 1884년부터 포크 대리 공사가 아무런 설명 없이 'Korea'로 바꿔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1891년 중반 알렌 공사도 'Korea'로 쓰기 시작한 뒤 1905년 공사관이 철수할 때까지 14년 동안 계속 'Korea'를 사용했다. 처음에 'C'를 'K'로 바꿔쓴 것에 대해서 그는 개인적인 습관과 당시 미국 사회에서 'C'와 'K'가 혼용되고 있던 사회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추정한다. 결국 양차 세계대전을 거쳐 미국이 강대국으로 발돋움하면서 'Korea'가 굳어졌다는 것이다.

이 책 말미에는 1246~1889년 사이 서양 문헌과 지도에 나오는 우리나라 이름과 연혁이 연표로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세 쪽에 못 미치는 표지만 저자가 보낸 6년의 땀과 열정이 담겨 있다.

오 박사는 국내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 의대 조교수·매사추세츠공대(MIT) 생체공학 강사로 활동한 뒤 현재 로스앤젤레스 인공관절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