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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임상수기 수행 표준지침 마련해야

시론 임상수기 수행 표준지침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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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8.20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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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정옥(영남의대 학장 대구·경북의과대학장협의회장)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가 되기 위하여 반드시 의사국가시험(국시)에 합격해야 하므로 의대생에게는 국시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또한 의과대학에서 의학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학장을 비롯한 교수들에게도 제자들이 국시에 합격하도록 지도해야 할 책임이 있으므로 중요하다.

의사는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환자 또는 건강한 사람에게 의료행위를 하거나 보건지도를 해야 하므로 국시는 의과대학 졸업생에게 그러한 능력을 갖추었는지를 가려내야 하기 때문에 국시는 당연히 의학적 지식과 임상수행능력을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1952년부터 시행된 국시는 지식수준의 평가, 그것도 암기한 지식의 회상능력을 평가하는 수준이었다. 따라서 의사면허를 받고도 임상수행능력이 부족하여 진료를 잘 하지 못하는 약점을 안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그동안 국시의 문항을 단순 암기 형에서 문제해결 형으로 전환하는 등 시험문항의 내용과 형식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의과대학에서는 의학교육의 질적 향상과 아울러 국시 문항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하여 통합교육과정의 도입, 임상실습 강화 등 교육과정과 방법을 꾸준히 개선해왔다. 그러나 학생들은 항상 발등에 불인 국시가 최우선 과제이므로 임상실습보다는 도서관에서 문제집을 붙들고 국시 대비에 더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오늘날 대학병원의 진료환경이 건강보험을 실시하기 이전보다 학생실습에 오히려 불리해진 측면도 있다. 지정진료제에 의하여 특정 교수에게 진료 받는 환자에게는 학생들이 접근하기 어렵고, 교수는 단시간에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하는 상황에서 환자를 진료하면서 학생들에게 임상실습을 충실히 지도하기 어렵다.  

이렇게 불합리한 임상실습 환경 하에서도 1차 진료능력을 갖춘 의사를 양성하기 위하여 의학교육 전문가, 의학교육기관장, 국시원 관계자 등이 오랜 논의와 연구 끝에 2010년 2월에 의대 또는 의학전문대학원 졸업예정자들이 응시하는 국시부터 임상실기시험을 실시하기로 하여 필기시험에 앞서 2009년 10월에서 12월 사이에 시행할 계획이다.

처음으로 도입되는 실기시험이라 각 대학과 국시원 모두 시험대비에 고심을 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임상수기 훈련을 위하여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최신 장비를 갖춘 실습실도 만들고, 실습지침서도 개발하여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국시원에서는 연구용역을 통하여 실기시험 출제범위에 해당하는 1차 진료의사에게 필수적인 임상수기를 선정하여 지난 4월에 발표하였다. 필수 임상수기는 문진기술 등의 인지기능(cognitive skills)과 봉합술과 같은 기법기능(technical skills)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지기능은 표준화 환자를 이용한 시험(CPX)이고, 기법기능은 객관적구조화임상시험(OSCE)이다. 인지기능에는 56개 항목, 기법기능에는 40개 항목이 선정되었다. 실기시험에는 각 영역에서 6개 항목씩, 총 12개 문항이 출제될 계획이다.

필기시험은 문항이 100% 객관식이기 때문에 문항자체에 오류가 없는 한 채점에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 그러나 국시의 합격자 결정은 '전 과목 총점의 60% 이상, 매 과목 40%  이상을 득점한 자를 합격자로 한다'고 의료법시행규칙에 정해두었기 때문에 문항의 난이도변화에 따른 합격선을 조정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따라서 난이도에 따라 국시합격률이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문항의 난이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1995년도 제58회 국시의 합격률이 56회와 57회에 각각 97.8%, 97.5%에서 64.3%로 떨어진 적이 있다. 이렇게 합격률이 급격히 떨어진 이유는 종전의 단순 암기형 문항위주로 구성된 문제은행에서 출제하던 것을 문제 해결형 및 자료제시형의 새로운 문항을 다수 출제하였기 때문이었다.

실기시험의 채점은 객관식문항과 달리 정답을 어느 것으로 하느냐와 정답여부를 어떻게 판정하느냐는 어려움이 있다. 급격한 합격률 하락을 막기 위하여 실기시험의 합격선을 너무 낮게 설정하면 엄청난 비용을 들여 실시한 시험의 타당성 문제가 제기될 것이고, 너무 높게 설정하여 합격률이 너무 낮으면 응시자들의 불만과 인턴요원 공급 차질 등으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실기시험의 평가기준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 7월 18일 대구·경북의과대학장/의학전문대학원장 협의회와 대구·경북임상수행평가컨소시엄이 공동주최한 심포지엄에서 2009년에 실시예정인 국시 실기시험을 대비한 각 대학의 임상수행 실기교육 현황과 개선방안에 대한 학장들의 패널토의가 있었다. 패널토의 결과  국시원에서 임상수행평가의 출제범위를 발표하였으나 각 술기의 수행방법, 즉 정답에는 각 대학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어 국시를 대비하는 학생지도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하여 임상수기 수행 표준지침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이 일치하였다. 표준지침은 전국 의과대학장/의학전문대학원장협의회와 국시원이 협의하여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되어 협의회와 국시원에 임상수기 수행 표준지침을 마련해 줄 것을 건의하였다.

우리나라 의사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하여 국시에 처음으로 도입되는 임상실기시험이 성공적으로 실시되어 정착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하여 모든 의사국시 관계자와 관계기관은 긴밀히 협조하여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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