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7 13:15 (토)
감사원 "약가 결정 방식 바꿔야"

감사원 "약가 결정 방식 바꿔야"

  • 김은아 기자 eak@kma.org
  • 승인 2008.08.07 19:48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약가 산정 기준 美 연방조달기준가 참고 권고
오리지널·제네릭 인하 불가피…신약 등재 더 힘들어져

감사원이 건강보험 약제비 증가에 주목, 약가 산정 기준 및 약가 인하 정책을 대폭 손질할 것을 주문하고 나서 파장이 예상된다.

감사원은 보건복지부를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예비조사 및 11월 현장확인감사를 거쳐 건강보험 약제비 관리실태를 집중 조사한 뒤 그 결과를 7일 공개했다.

감사원은 이번 보고서에서 약제비 인하를 위해 ▲약가 결정 체계 ▲약가 재평가 제도 ▲약가 적정화 방안 시행 ▲의약품 유통체계 등 폭넓은 분야에 대한 다양한 조치를 복지부에 요구했다. 이 가운데는 현재의 약가 산정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방안이 다수 포함돼 있어, 앞으로 오리지널·제네릭 등의 의약품 가격 인하가 불가피해 보인다. 앞으로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앞둔 신약들 역시 가격 협상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기관이 감사원의 권고를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법적 책임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의 관례를 볼 때 감사원의 구체적인 지적사항에 대해 보건복지가족부가 묵묵부답으로 대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계단형 상한가 '문제'…참조가격제 검토

국내 의약품 가격을 바라보는 감사원의 시선은 한 마디로 "비싸다"이다. 따라서 감사원의 권고사항은 약가를 더 깎는 데 집중돼 있다.

우선 제네릭이 등재될 때마다 계단식으로 가격을 할당하는 '계단형 상한가 결정방식'이 타깃이 됐다. 2006년 12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도입된 이후 퍼스트제네릭이 등재될 경우 오리지널의 20%를 인하한 뒤 오리지널의 85% 수준에서 퍼스트제네릭의 상한가가 결정된다. 그나마 약제비 적정화 방안 이전보다는 약가 인하 효과가 높아졌지만, 감사원은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선진국의 경우 오리지널을 포함해 모든 의약품을 세 번째 제네릭의 등재가격으로 인하하도록 하거나 동일계열 약가의 아래부터 1/3선에서 참조가격을 선정하는 등 적극적인 약가 인하 정책을 편다는 것.

더욱이 약제비 적정화 방안 도입 당시 제약산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이미 특허만료된 의약품(전체의 85.6%)은 20% 인하 대상에서 제외해(20% 인하 시 9109억원 절감) 약가 인하를 끌어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또 제네릭의 가격을 신약대비 80% 이상 인정하는 등 높은 약가를 보장하고, 이후 추가 제네릭이 등재되더라도 가격을 떨어뜨리지 않아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약제비 적정화 방안 시행 이전에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의 약가도 인하할 수 있도록 하거나 참조가격제를 도입하는 등 의약품 가격을 적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제네릭의 등재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등재순서에 따른 인센티브를 없애고 제네릭 약가를 단일화하는 등 신약 대비 약가 수준을 낮추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A7 가격 참조 부적절…미국 FSS로 대체

현재 새로운 약이 건강보험에 등재되는 유형은 크게 세 가지다. 기존 약 대비 임상적 효과가 뚜렷하게 개선된 '혁신적 신약', 동일·유사효능의 약이 이미 등재돼있는 '일반신약', 국내 기술로 개발한 최초의 신약인 '국내개발신약' 등이다. 이 세 가지는 처음 등재될 때 각각의 특성을 고려해 혁신적 신약은 'A7 조정평균가'를, 일반신약은 '기준약 및 외국가격'을, 국내개발신약의 경우 '개발원가'를 참고로 한다.

감사원은 이중 'A7 조정평균가'를 적용하는 것을 문제삼았다. A7 조정평균가는 일본·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위스·영국·미국 등 선진국의 약가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일반적으로 국내 약가 수준과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이다.

청구액 상위 품목 100개 성분을 대상으로 'A7 조정평균가'와 'A7 약가 평균변화율'을 적용해 비교했을 때 평균변화율을 적용하는 경우가 약제비 인하 대상도 늘어나고 인하폭도 컸다.

특히 A7  국가 중 미국 약가로 참고하는 <Red Book>은 제약회사에서 신고한 도매평균가격으로, 실거래가보다 현저히 높다고 지적했다. 대신 이보다 51% 낮은 수준인 FSS(연방조달기준가격)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약가 재평가 시 현 기준 대신 FSS를 적용하면 2007년 기준 2424억원의 보험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등재 당시 고려했던 참고 기준과 관계없이, 3년마다 진행되는 약가 재평가 때는 모든 의약품에 'A7 조정평균가'를 일괄 적용해 약가 인하 여지가 줄어든다고도 지적했다.

하지만 약가 협상에 임하는 제약사들은 FSS 가격이 정부 대상 소규모 거래 가격을 반영하기 때문에 낮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며 일반적인 미국 가격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제약사의 저항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병원-도매 담합 철폐 유통 구조 개선

감사원은 복지부가 실거래가 상환제를 도입·운영하면서 저가구매 유인 등 제도운영 기반을 마련하지 않아 제도도입 취지가 흐려지고 있다며, 이에 대한 복지부의 대책이 미흡했다고 꼬집었다. 공급업체 측은 고가로 의약품을 공급하려는 반면 요양기관은 저가로 구매하려는 동기가 떨어져, 이로인한 리베이트가 발생해 약가 인하가 효과가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감사원은 "단기적으로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를 활용해 의약품 유통을 내실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종합병원 이상 민간병원을 대상으로 공개경쟁입찰을 통한 구매실적을 의료기관 평가에 반영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감사원은 도매상 지분을 과다하게 보유한 의료기관 개설자 등이 특수관계인의 지위를 이용해 고가로 의약품을 도입하는 등 의약품 유통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있다고 판단, 의료기관 개설자 본인 및 특수관계인 등이 도매상을 편법으로 운영하지 못하도록 지분 소유를 제한하는 등 약사법 규정을 보완하라고 복지부에 권고했다.

심평원→공단 '2중 약가 협상' 축소

이번 감사원의 보고서가 반드시 제약업계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그동안 업계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 시행 이후 도입된 '2중 약가 협상과정'에 대해 불만을 토로해왔다. 법으로 정해진 협상소요기간을 훌쩍 넘겨 협상이 타결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감사원의 권고대로라면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유효성·경제성평가에 이어 건강보험공단의 가격 협상 등 2단계로 진행되는 약가 결정 과정에서 공단의 역할이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감사원은 "약가협상 과정에서 대체약제를 선정하거나 대체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임상에 대한 전문지식이 필수적"이라며 "복지부는 공단에서 대체약제를 결정할 때 보다 전문성이 확보된 심평원의 결정을 존중하도록 하는 등 보험약제 등재업무가 일관성있게 수행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