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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한결같은 메시지 "의료 민영화 절실"

시장의 한결같은 메시지 "의료 민영화 절실"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08.07.1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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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료시스템 민영화에 대한 논의가 한풀 꺾인 듯 하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 당연지정제 폐지와 영리법인 허용·민간보험 활성화와 같은 민영화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보는 듯 했지만 쇠고기 수입 파문 등의 악재에 밀려 발을 빼는 분위기다.

현재 정부는 사회적 저항이 만만치않은 의료민영화 정책을 추진할 힘도, 의지도 없어 보인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의료 민영화가 물건너간 것은 아니다. 시장의 각종 지표들이 전면적인 민영화까지는 아니더라도 부분적인 민영화 혹은 선진화의 필요성을 계속 환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병희 한국은행 조사국 산업분석팀 과장이 최근 한국은행의 각종 통계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의료서비스산업에 대한 평가와 정책적 시사점'은 그 좋은 예다.

발표된 각종 통계자료들은 한국 의료시스템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상당히 떨어져 있으며 의료시스템의 선진화를 위해 민간 의료영역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한결같이 제시했다.

2000년 의약분업 이후 노동생산성 지속 하락

먼저 GDP 대비 국내 의료서비스산업의 부가가치 비율을 살펴 본 결과, 한국의 경우 선진국 평균치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의료서비스산업의 부가가치액은 2006년 총 22조원으로 GDP 754조원 대비 3.2%를 차지했다. 미국은 의료서비스산업의 부가가치액이 8220억 달러로 GDP 대비 6.3%를 기록했다. 의료서비스산업의 총규모도 한국에 비해 10배 가량되며 GDP 대비 의료서비스산업 부가가치액 비율도 2배에 이른다.

눈여겨볼 점은 사회주의식 의료체제를 운영하는 영국도 570억 파운드로 GDP 대비 5.5%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보다 1.5배 정도 높다.

이 과장은 GDP 대비 의료서비스산업 부가가치 규모가 한국이 3.2%에 불과한 이유를 통제된 서비스가격 탓으로 분석했다. 정부가 상승 요인이 충분한 의료서비스가격을 억지로 누른 결과라는 진단이다.

의료서비스산업의 부가가치 비중이 낮게 유지될 경우 한국 의료서비스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의 매력을 잃고 성장 동력을 상실하는 결과를 가져 올 것으로 우려된다.

<국가별 GDP 대비 의료서비스산업 부가가치 비율>

국내 의료서비스산업의 노동생산성 역시 국내 전체 산업의 평균 노동생산성을 갉아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국내 의료서비스산업 종사자의 1인당 GDP가 2530만원으로 집계됐는데 전체 평균 4380만원의 절반에 불과한 수치다.

특히 한국인 1인당 GDP가 1995년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온 것에 비해 의료서비스산업 종사자의 1인당 GDP는 의약분업이 실시된 2000년을 기점으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1995년 3560만원이었던 의료서비스산업 종사자 1인당 GDP가 2000년 2870만원으로 떨어졌으며 2006년까지 2500만원 언저리를 겨우 넘는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보니 1995년 116.5에 이르던 의료서비스산업 생산성 지수(의료서비스산업 생산성/국내 총 산업 생산성?100)가 2000년에는 76으로 하락하더니 2004년 59.9, 2006년에는 57.8까지 떨어졌다.

2000년 의약분업이 실시된 후 6년 만에 의료서비스산업 생산성 지수가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는 점은 의약분업이 의료계의 퇴보를 가져왔다는 의료계의 주장에 상당한 설득력이 실리는 지표로 해석될 수 있다.

또 이같이 낮은 노동생산성이 지속될 경우 고급 인력의 의료서비스산업 유입 정도가 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의료서비스산업 생산성 추이>

민영화된 의료서비스를 운영하는 미국을 제외한 영국도 한국과 같이 2000~2006년 동안 의료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이 낮아지는 경험을 했다.

하지만 한국의 감소폭이 더욱 컸다. 2000년 한국의 의료서비스산업 생산성을 '100'으로 놓고 2001~2006년까지의 생산성 증감폭을 따져본 결과, 2001년 87.8로 감소했으며 2003년 87.2, 2005년 86.4까지 지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88.2로 생산성이 소폭 상승했지만 상승폭은 미미했다.

미국은 2000년 생산성을 100으로 잡았을 때 2001년 106.7, 2003년 116.9, 2005년 126, 2006년 131.1로 같은 기간 내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은 2000년 생산성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2001년 102.1, 2003년 94.9, 2005년 92.3, 2006년 92.2까지 지속 하락했지만 하락 폭은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았다.

<국가별 의료서비스산업 생산성 추이 비교>

올해 의료서비스 국제 수지 8800만 달러 적자 우려

의료서비스를 하나의 산업으로 보는 의료산업화의 측면에서 보면 한국 의료시스템의 민영화 필요성은 더 커진다. 의료산업 관련 국제 수지가 2년 연속 적자 기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적자 폭도 해마다 20%씩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국내로 유입된 의료서비스 수익액과 해외로 유출된 의료서비스 비용을 조사했다. 첫 조사를 시작한 2006년 한국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의료서비스 수익은 5900만 달러였지만 해외로 지출된 비용은 1억 1900만 달러였다.

6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2007년 해외로부터 벌어들인 의료서비스 수익은 6100만 달러로 늘어났지만 해외 지출 비용도 1억 3300만 달러로 늘어났다. 적자 폭도 7100만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전년 대비 20%가 늘어난 수치다.

문제는 올해 1~5월까지 의료서비스 수지를 분석한 결과 이같은 추세가 더욱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올 1~5월까지 해외에서 벌어들인 의료서비스 수익이 25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9.5% 늘어났지만 해외 지출 비용은 6000만 달러로 20.1% 높아졌다.

5월까지 3400만 달러 적자액을 기록했으며 적자 폭은 전년대비 20.5%가 늘어났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말 적자 규모가 8800만 달러에 육박할 것이란 예측이다.

<의료서비스 국제 수지 현황>

무엇보다 의료서비스의 질적 부분에서는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에 비해 뒤쳐져 있고 가격경쟁력에서는 태국과 인도에 밀려 적자 기조가 고착화될 기미마저 보인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06년 의료서비스산업의 가격경쟁력을 비교한 결과 한국 의료서비스의 가격경쟁력을 100으로 잡았을 경우 태국이 66, 인도가 53으로 경쟁력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100을 기준으로 수치가 낮으면 가격경쟁력이 높은 것이며 100이상이면 그 반대다. 그나마 미국이 338, 일본 149, 싱가포르 105에 비해 가격경쟁력은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외면받는 한국의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

한국은행이 발표한 각종 지표들을 보면 한국 의료서비스산업이 국가 전체 산업 규모에 비해 저성장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노동생산성과 서비스 경쟁률이 해외 각국에 비해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의료서비스산업이 1차나 2차 산업과 같이 전 세계적으로 성장세가 꺾인 분야라면 이같은 결과를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의료서비스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BT산업과의 연계 가능성까지 염두하면서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분야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민간부문의 생산성을 높이는 정책들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료 민영화와 의료의 공공성이 배타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전제를 공감시키는 일이 중요해 보인다. 영국은 한국보다 강한 국가 주도의 의료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한국보다 높은 GDP 대비 부가가치 규모를 창출하고 있고 노동생산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데올로기적인 구도로 보자면 한국보다 훨씬 좌파적인 시스템을 운영하는 영국의 생산성은 한국보다 낮아야 하지만 지표상은 그렇지 않았다. 이는 한국이 영국의 의료시스템 만큼 공공성을 가지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 한국 의료시스템의 낮은 효율성이 공공성을 강조하는 좌파 논리보다 의료 현장에서 민간 영역을 실질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경직된 규제와 노련하지 못한 정부의 행정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일 수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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