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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자른 화가가 그린 의사들의 초상화 (상)

귀 자른 화가가 그린 의사들의 초상화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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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7.0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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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 고흐 작 : '의사 레이의 초상화' (1889) 모스크바, 푸슈킨 박물관

네덜란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의 작품은 근대화 중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그의 인생과 작품의 관계를 소상하게 기술한 800여 통의 서간이 남아있어 그의 작품을 발상에서 완성까지의 과정을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나 때로는 알 수 없는 행동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곤 해 의문의 화가가 되어 있다. 고흐는 자기에게 고마웠던 사람들에게는 그 사람의 초상화를 그려 선사하고는 했다. 그중에는 자기를 치료해 준 의사들의 초상화도 있는데 그 초상화에는 그대로 넘길 수 없는 일화를 남기고 있어 그 의사들의 초상화를 보면서 설명하기로 한다.

반 고흐의 평소의 지론은 가난하지만 뜻이 맞는 화가들이 모여 공동체를 만들어 작품 활동을 같이 하는 것이 꿈이었다. 그래서 그는 프랑스 남부에 있는 작은 전원도시 아를에 '노란 집'이라는 아트레를 마련하고 동료화가들을 초청했다. 그러나 이에 응해 준 화가는 폴 고갱(Paul Gauguin 1848- 1903) 뿐이었다.

그래서 두 화가는 함께 '노란 집' 아트레에서 동숙하며 작품활동을 했다. 그러나 두 화가는 모두가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라 얼마 가지 않아 의견 충돌이 생겨 이를 참다 못 한 반 고흐는 자기의 귀를 자르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렇게 자른 귀를 종이로 포장하여  '잘 보관하라'고 써서 이를 아는 창녀에 갖다 주었다. 이를 펴본 창녀는 놀라 경찰에 신고해 다음날에는 일간지에 대서특필하게 되어 사건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경찰은 고흐를 정신병자라 단정하고 그를 아를 시립병원에 강제로 입원시켰다. 이때 고흐를 처음 치료해준 의사가 Dr. 레이(Flex Rey 1867-1932)이다. 무명의 보잘 것 없는 네덜란드 화가에 레이는 매우 친절했으며 환자가 원하는 것이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병원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흐에게 온갖 편리를 도모해 주었다.

이러한 레이의 마음에 감동된 화가는 자기로서 고마움을 표할 길은 그림을 그려 선사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의사 레이의 초상화'(1889)는  색채를 강하게 하여 그의 뜨거운 마음으로부터의 고마움을 나타냈다. 그러나 레이는 고흐가 그린 자기의 초상화를 보고 붉은 색과 초록색이 너무 강해 촌스럽다며 실망을 나타냈다. 즉 사진 같은 초상화를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해 그의 초상화는 그의 집 다락방에서 뒹굴다가 마침내는 그의 어머니가 닭장의 구멍을 메우는데 사용했다.

그 초상화의 미술적 가치를 잘 아는 미술 애호가 샤를르 카무앵은 닭장에서 그 초상화를 꺼내어 화상에 넘겼다. 그래서 초상화는 세상에 나오게 되었고 그 후 여러 화상과 미술관을 거치다가 지금은 모스크바의 푸슈킨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레이는 의학적으로는 큰 업적이 없으나 환자를 사랑하고 친절했던 의사의 귀감이라는 일화가 고흐에 의해 만들어져 세계의 명화 중의 명화로 전해졌고 레이는 덩달아 유명의사가 되었다. 예술가 환자를 다루는 의사들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문국진(고려대 명예교수·학술원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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