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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엄마들에게

철없는 엄마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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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5.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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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애경(WE클리닉 원장)

"넌 종일 TV만 볼 참이니? 시험이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쯧쯧…XX선생님댁 딸 XX 알지? 걔는 전교에서 1등 했다더라."

'아차!'하는 순간, 스스로도 싫어하는 남과의 비교가 이미 내 입에서 튀어나와 버린 후였다.

엄마친구 딸과 비교하는 말에 왈칵 화가 치밀어 올랐던 기억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으리라. 오죽하면 우스개 소리로 우리가 아는 가장 공부 잘하는 친구는, 이름이 '엄마친구 아들'이고, 사회에서도 가장 성공한 사람이 '바로 그놈'이라고 여태 농담을 하겠는가.

어린 시절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나의 어머니는 대체로 잔소리를 하지 않으셨지만, 가끔 친구들을 만나고 오시는 날 그 집 자녀 이야기를 하셨고, 지금 생각하면 악의없이 하신 말이었는데도 당시에는 어찌나 듣기 싫고 짜증이 나던지, 심지어 본적도 없는 그 친구를 미워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오히려 우리 어머니가 늘 자식자랑을 하고 다니셔서, 지금도 어머니 친구분들이 이건 누가 사 준거냐고 먼저 묻는다고 하니, 어쩜 모르는 사이 우리형제도 누군가의 공공의 적이 되어 있는지 모르는 일이었다.

아무튼 남과의 비교는 누구에게나 즐거운 일이 될 수 없다. 스스로 남과 비교하여 발전의 기반으로 삼을 수야 있지만,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가 나를 남과 비교할 때 갑자기 치밀어 오르는 화는 믿었던 사랑에 대한 일종의 배신이나 증오라고나 할까? 그런데 어이없게도 사랑하는 나의 아들에게 내가 그런 우를 범하고 있지 않은가! 참으로 쉽지 않은 것이 부모노릇인가보다. 사춘기에 접어든 녀석이야 하루에 수도 없이 변하는 감정을 그럴 수 있다 쳐도, 똑같이 유치하게 짜증으로 되받는 나를 접하면 어이가 없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한두 번 참다가도 어느새 또 화를 내고 있는 나의 불안한 모습이라니!

그러다 문득 나의 어머니가 떠올랐다. 한창 공부하던 고3시절이며, 또 의대 6년을 수많은 시험으로 보내며 얼마나 많은 날을 짜증과 투덜거림으로 엄마를 대했던가. 시간을 마다하지 않고 학교에 데려다 주시고, 도시락을 3개씩 싸주시던 엄마는 짜증은 커녕 '그렇게 힘들게 공부해야하나'하는 애처로운 눈망울로 그토록 많은 사랑주셨는지 같은 어머니로서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고작 아이 시험 때 잠 좀 덜 잔 걸 가지고 투덜거리기나 하고 남의 집 아이와 비교하여 아이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이나 일삼다니, 난 도대체 얼마나 지나야 어머니 다운 어머니가 된다는 말인가!

여성의 취업이 늘어나, 딸의 자식들까지 기르시는 어머니를 주변에서 흔히 본다. 젊은 시절 자신을 버리고 어렵고 힘들게 사신 우리의 어머니들은 아직도 자녀 기르기가 끝나지 않으셨나보다. 고작 과다 학원등록으로 어머니의 역할을 다했다고 자만하며 아이의 기를 죽이는 나같은 이 땅의 철없는 엄마들이여! 우리 왕어머니들의 큰 사랑과 비교되기 전에 퇴색되지 않은 자녀사랑에 매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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