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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피 소송 한방에…제네릭 '올스톱'

사노피 소송 한방에…제네릭 '올스톱'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8.03.12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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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우려해 행정절차 진행 차질…사실상 특허 연장효과
'안 팔아도 침해인가?'…소송남발에 영세업체에 큰 영향

특허가 끝나지 않은 오리지널약의 제네릭을 만들면 특허침해인가. 아니면 실제 판매할 경우만 침해인가.

상식적으로 특허권자에게 피해를 입힐 경우에만 문제가 될 것 같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특허를 침해할 우려만 있어도 '태클을 걸 수 있다'는 취지의 특허심판원의 심결로 제약업계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제네릭 개발만 해도 '특허침해(?)'

2월 29일 특허심판원은 사노피아벤티스가 유한양행을 상대로 제기한 고혈압약 아프로벨의 '적극적 권리범위 확인심판'을 심결했다. 유한양행이 개발중인 제네릭이 사노피의 특허범위에 속하느냐를 판단해달라는 내용이다.

배경을 좀 살펴보자. 아프로벨의 특허는 2011년까지 유효하다. 유한양행도 이를 침해할 의사가 없다고 한다. 단 2011년 특허 종료와 동시에 제품을 팔기 위해 허가와 약가를 미리 받자는 심산이다.

이 상황에서 사노피측은 '유한양행이 만드려는 약은 우리의 특허를 침해하느냐 (권리범위에 속하느냐)'고 특허심판원에 물었다.

하지만 좀 이상하다. 제네릭과 오리지널은 당연히 같은 약이니 당연히 특허 범위에 있다. 그리고 아프로벨의 특허가 종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품을 발매하면 실제 특허침해가 된다는 것은 유한양행도 알고 있다. 그런데 사노피는 왜 굳이 이런 당연한 사실을 법적으로 확인하려는 것일까.

그래서 특허심판원은 이것이 확인할 만한 '건'이 되는지, 즉 '팩트'를 '팩트'라고 재차 확인해서 얻어지는 이익이 있는지를 먼저 알아봤다. 그리고 이것이 이번 사안의 핵심이다.

사노피가 얻어낸 것

특허심판원은 권리범위 확인을 통해 크게 두가지 이익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첫째, 특허심판원은 '특허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명된 의약품을 제조한 경우 그 의약품의 품목허가가 취소된다'는 약사법 조항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번 권리범위 확인은 사노피측이 해당 약사법을 근거로 어떤 조치를 취하기 위한 '사전적 법률행위'라는 이익이 있다고 했다.

두번째도 약사법이다. '특허권자는 자기의 권리를 침해한 자 또는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자에 대해 그 침해의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역시 이런 행위를 하기 위한 사전적 법률행위로서 이익이 있다는 판단이다.

그래서 결론은 '권리범위를 확인할 '건'이 된다'는 것이며, 이에 따라 '유한양행의 제네릭은 사노피의 권리범위안에 있다(같은 약이므로 당연히)'는 심결이 나온 것이다.

물론 이번 심결을 통해 당장 제네릭의 허가가 취소된다거나, 침해 금지를 위한 어떤 조치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노피 입장에선 최소한 공인된 '무기' 몇 개를 챙긴 셈이다. 그리고 무기의 사용용도는 '제네릭 발매 지연을 통한 특허기간 연장'이다.

제네릭 업체…'더러워서 기다린다'

이번 심결을 근거로 사노피는 식약청에 품목허가 취소를 요구할 여지가 생긴 셈이다. 또 침해금지 예방을 위해 소송을 진행할 수도 있다. 이는 사노피의 주장이 합당한지를 따져봐야 하는 또다른 소송으로 연결된다. 소송이 소송을 낳는 셈이다.

물론 실제 판매에 돌입하지 않는 한 사노피가 제네릭 판매를 저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유한양행도 이번 심결과 상관없이 제네릭 발매 절차를 계속 밟을 것인 만큼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특허소송에 익숙하지 않은 영세 제약사 또 갖가지 소송에 휘말리면서 제네릭을 발매할 이익이 적다고 판단하는 회사의 경우, 이런 소송 남발은 제네릭 기피로 이어질 것이 뻔하고 그만큼 제네릭 발매는 위축될 수 있다.

실제 사노피와 동일한 소송 관계에 있는 안국약품 등 소규모 회사들은 현재 제네릭 발매 절차를 '올스톱' 시켜 놓은 상태다. 생동시험 진행·정식 허가 취득·약가신청 등이 진행될 때마다 들어올 '태클'에 일일이 대응해야 하는가를 따져보기 위함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제네릭 발매 지연효과'가 적어도 1년 반 정도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사노피 뿐 아니라 조코를 판매하는 한국MSD도 비슷한 행동에 나서고 있어 이런 '권리범위 확인' 절차가 일반적인 행태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커 보인다.

제네릭 업체 입장에서 해결책은 없을까? 현재로선 뽀족한 방법이 없어 보인다.

안국약품의 소송대리인을 맡고 있는 안소영 변리사는 "제네릭 업체가 특허 만료 이전에 발매할 의사를 보이는 경우와 아닌 경우로 나누어 판단해줘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물론 이 의견은 이번 특허심판원 심결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관해 공정거래위원회도 한마디 한 적이 있다. 특허권자가 소송을 남발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포괄적'인 대책이다. 하지만 이 말이 구체적으로 이번 사안을 염두에 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대책은 결국 아쉬운 쪽에서 나올 것 같다. 국내 제약사들 대변하는 제약협회측은 "업체간의 소송 문제일 뿐"이라고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지만 '소송남발은 업계 발전에 분명히 손해인 만큼, 대처방법에 대한 교육과 정보제공 자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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