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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붕어의 아름다움에 빠지다

∼각시붕어의 아름다움에 빠지다

  • 이정환 기자 leejh91@kma.org
  • 승인 2008.02.2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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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성빈센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1960대 초등학생 시절 강석진 과장(성빈센트병원 진단검사의학과)은 같은 또래의 친구들과는 달리 성격이 차분하고 섬세한 탓에 물고기 기르는 것을 좋아했다.

무엇을 기르고 돌보는 일을 좋아한다는 것은 어른들에게도 힘든 일인데 어릴때부터 이러한 능력을 가졌던 것은 특별한 재주가 아닐 수 없다.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각시붕어(잉어목 잉어과의 민물고기)를 기르기 시작했는데, 그것도 우연한 일이 계기가 됐다. 여름날 강촌에서 어항을 놓으며 휴가를 즐기는데 이게 웬일인가. 평소 보지 못한 물고기 한 마리가 들어있어 세심히 살펴봤다.

지느러미 색깔이 너무나 아름다워 자료를 찾아봤더니 각시붕어였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각시붕어를 기르기 시작하게 됐다. 수십년 동안 각시붕어와 사랑을 나눈 얘기를 들어봤다.

각시붕어의 아름다움에 빠지다

"우리나라 민물고기는 멋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구요" "강촌에서 지느러미에 붉은 색을 가진 놈이 있어 자세히 들여다봤더니 색이 참 곱더라구요. 그때 우리나라에도 이쁜 물고기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고, 집으로 가져가 기르기 시작했어요."

강 과장은 각시붕어를 채집하기가 무척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각종 자료를 충분히 검토하고 지역을 선정해 채집을 떠난다. 물론 채집도구는 어항이다. 어항은 각시붕어가 다치는 것을 보호할 수 있어서 좋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우리나라 물고기는 열대어와 비교했을 때 이쁘지 않지만 몇 마리는 습성이 독특해 집에서 기르면서 그 습성을 하나씩 찾아가는 것이 재미있어요"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말이다.

각시붕어 전문가로 통하다

20년이 넘게 각시붕어를 기르다보니 이 분야에서는 웬만한 생물학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 각시붕어와 관련된 책을 냈더니 몇몇 학자들이 각시붕어에 대해 물어올 정도다.

일반적으로 4~5cm 정도 크기로 자란다고 돼 있지만 애지중지 키우다보니 실제로 8~9cm 정도까지 큰 것을 봤다.

각시붕어 채집 적기는 8~9월정도인데, 각시붕어들이 여름을 지내고 월동준비를 위해 가장 왕성한 먹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각시붕어를 잡기 위해 전국을 누볐던 얘기를 하며 그의 눈빛이 빛났다. 연구실 한쪽 벽면에는 한반도 지도가 있는데, 지금까지 채집을 다녔던 지역을 상세히 기록해뒀다. 또 각시붕어를 채집한 곳은 색연필로 표시해둘 만큼 꼼꼼했다. 지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충남지역에서 각시붕어가 가장 많이 서식하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자료로서의 가치가 충분했다.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곳인 퇴계원에서도 각시붕어를 채집했고, 땅끝마을 근처에서도 각시붕어를 채집했지만 충남지역을 따라올만한 곳이 없단다.

각시붕어 산란 신비 그 자체

각시붕어를 키우면서 알을 부화시키는 데 성공한 강 과장은 산란이 참으로 신비스럽다고 했다. "민물조개에 알을 낳는데, 매우 신기하더라구요. 조개에는 두 개의 구멍이 있는데 하나는 물이 들어가는 곳이고, 하나는 물이 빠져나오는 곳이거든요. 물이 빠져나오는 곳에 알을 낳고 그 속에서 부화를 시키지요" 그렇게 조개의 덕을 본 각시붕어는 부화하고 어른이 된다.

"부화시키는데 성공했지만, 민물조개가 참 예민해 어항속에서 기르는 것이 힘들어요. 민물조개를 죽이지 않고 기른다는 것은 전문가 중에 최고라고 할 수 있죠"라며 각시붕어를 키우는 것보다 민물조개 키우는 것이 더힘들다는 얘기를 했다.

하천 복원 때 물고기 서식환경 만들어야

강 과장은 물고기를 기르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몸소 느낀다. 청계천을 비롯해 예전의 냇가나 하천을 복원하는 일이 많아졌지만, 자연친화적이지 않다보니 물고기가 서식을 못해 아쉬워 했다.

하천을 직선으로 복원하면 장마때 급류로 인해 물고기들이 모두 떠내려 간다는 것. 따라서 직선보다는 구불구불하게 하천을 복원해야 좋다고 조언했다.

애버랜드 같은 곳에서 큰 수족관에 각시붕어·납줄갱이 같은 물고기를 기르면 보는 사람들 눈도 즐거워지고 우리의 기억에서 차츰 사라져 가는 토종물고기에 대한 애정도 되살아 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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