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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도 깜짝 놀란 의사 '바리톤'

프로도 깜짝 놀란 의사 '바리톤'

  • 이석영 기자 lsy@kma.org
  • 승인 2008.01.1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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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순형(서울 서초구 유순형신경정신과의원)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은 많지만 '제대로'하는 사람은 드물다. 더군다나 대중가요도 아닌 가곡이나 오페라 아리아를 일반인이 제대로 부르려면 열정도 필요하지만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한다. 아마추어 성악가로는 극히 이례적으로 '꿈의 무대'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 오른 신경외과 전문의, 유순형 원장(서울 서초구 유순형신경정신과의원·무대 가운데 모자 쓴 사람 )같은 인물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목청이 유난히 좋은 소년

어려서 부터 목소리가 유난히 컸다. 타고난 목청으로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고 국민학교 애국조회 때는 전교생 앞에서 지휘도 해봤다. 고등학교 이후에는 교회 성가대에서 솔로를 도맡았다. 유 원장이 성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 진학 후 당대 최고의 테너였던 마리오 란자의 노래를 접하면서 부터. 음반을 닳고 닳도록 들으면서 성악의 세계를 동경하기 시작한 그는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가 부르는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에 빠져들어 틈만나면 노래를 따라부르며 성악가에 대한 아련한 꿈을 키워나갔다.

"내 생각에 아마 그 때 성대 훈련이 좀 된것 같아요. 하지만 발성이 뭔지도 모르고 그냥 막무가내로 불렀던 것 시절이지요."

1980년은 유 원장이 결코 잊을 수 없는 해다. 국내 최정상급 바리톤 박수길 선생(현 한양음대 명예교수)을 스승으로 모시게 된 것이다. 교회 성가대 지휘자였던 그는 유 원장에게 "소리를 다듬어보자"고 권유했고, 이때부터 발성을 체계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리트(Lied·독일 가곡) 전문가였던 박 선생은 유 원장의 목소리가 이태리 발성에 더 잘 맞는다고 조언했다. 유 원장은 박세원 현 서울음대 교수(서울시립오페라단장)의 주선으로 당시 이탈리아에서 성악을 전공하던 바리톤 조성문 선생을 소개받아 그 해 말부터 이태리 가곡에 대한 본격적인 수업을 시작했다.

"그 당시 제 나이가 30대 후반인데, 소리가 빵빵 잘 나올 때였지요. 고음도 잘 나오고. 저는 바리톤이었지만 당시에는 '혹시 테너 가수가 될 수 있지 않을 까'하는 꿈도 꾸어봤답니다. 하하!"

예술의 전당 무대에 서다

1984년도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제주도에 내려갔다. 음악으로 맺어진 지인들과의 연락은 뜸해졌지만 성악과의 인연은 유 원장을 혼자 있게 놔두지 않았다.

"어느날 교회에서 어떻게 알고 연락이 왔어요. 4중창을 해야 하는데 바리톤이 없다는 거에요."

유 원장은 그 일을 계기로 교회 연주회의 단골 가수로 참여했고, 86년부터 92년까지 제주지역 교회 연합 연주회에서 7차례나 헨델 '메시아'의 솔로를 맡으며 발군의 기량을 뽑냈다. 그가 자신의 음악인생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시기를 물으면 바로 이 때를 꼽는다.

당시 유 원장은 이미 전국구 성악가로 이름이 나있었다. 유명 성악인들만 출연하던 KBS '클래식 사전'에 초대받은 것은 그의 유명세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그는 지금까지 무대에서 노래 부른 횟수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교회가 주최하는 크고 작은 음악회에서 노래부르는 것이 일상 생활화 돼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딱 하나 절대 잊을 수 없는 무대가 있다. 1999년 7월 2일부터 6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백범 김구와 상해임시정부'<위 큰 사진>. 문화관광부 후원으로 사단법인 베세토 오페라단이 주최한 이 작품에서 유 원장은 국내 기라성 같은 성악가들과 함께 김구의 친구인 조소앙 역을 맡아 열연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은 아마추어 성악가가 설 수 있는 무대가 아니었습니다. 음악인들이 그만큼 나를 높이 평가해줘서 고마울 뿐입니다."

유 원장은 2001년에도 같은 무대에서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에 출연하는 등 기성 성악가 반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환자 위해 부르는 '치유의 노래'

멋지고 화려한 무대는 많았지만 유 원장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공연은 매주 한번씩 자신의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을 위해 여는 작은 콘서트. 1991년 개원 때부터 지금까지 무려 17년간 이어지고 있는 장수 음악회다.

"환자들이 말도 못하게 좋아해요. 우리 병원 환자들이 대부분 정신과 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이잖아요. '기다림' 같은 애절한 노래를 불러드리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십니다. '수동적 음악치료'라고나 할까요."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바리톤 고성현 선생의 권유로 두번이나 개인 독창회를 가졌을 정도의 이력이면 음반 하나는 내봄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휴··· 그런거 까지 바라면 욕심이 과하지요"하며 소탈하게 웃는 유 원장. 인터뷰를 마치자 마자 가운을 걸치고 환자들 곁으로 잰걸음을 옮기는 그의 뒷모습은 영락없는 의사였다.

Tip. 성악에 입문하는 방법

"우선 목이 트여야 합니다. 이건 선천적인게 아니라 자기 노력으로 할 수 있는거에요. 목으로만 노래 부르는 사람이 많은데 아무래도 표현력에 제한이 많습니다. 아무리 좋은 목소리로 구성지게 불러도 호흡을 제대로 넣어서 부르는 사람을 당할 수 없지요."

유 원장이 권하는 트레이닝 방법은 자기 노래를 녹음해서 직접 들어보는 것이다. 자기 목소리의 특징을 알게되고 나쁜 습관을 고칠 수 있다는 것. 기분 내키는 대로 부르면 정신건강에는 좋을지 몰라고 '규격 있는'노래는 될 수 없단다.

또 한가지 방법은 유명 가수의 노래를 흉내내는 것. 자신의 목소리가 바리톤에 맞는다고 생각되면 이태리 칸조네가 좋은데,'창문을 열어다오'나 '산타루치아' 같은 곡을 연습곡으로 추천한다. 아무래도 가장 확실한 것은 정기적으로 레슨 받는 것이다.

"성악은 내 몸을 악기삼아 연주하는 것이어서 다른 취미와는 차별화된 특별한 기쁨이 있습니다. '탐닉'하지 않아도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보배같은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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