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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2배로 늘면 의료계엔 어떤 영향?

변호사 2배로 늘면 의료계엔 어떤 영향?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07.10.2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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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전문대학원 출범으로 의료소송 시장 커질 전망
"아직은 소송액수 작아 매력적 시장은 아니다" 예측

▲ 법학전문대학원의 정원이 2천명으로 확정되면서 앞으로 2배로 늘어날 변호사 인원이 의료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26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정원을 2000명으로 확정, 발표했다.

당초 교육부는 로스쿨 정원을 2009년 첫해 1500명으로 정하고 차차 늘려 나가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대학들과 시민단체들이 이에 반발, 논란을 겪은 끝에 현 사법시험으로 배출되는 법조인의 2배에 해당하는 2000명을 로스쿨 출범 첫해부터 선발키로 했다.

로스쿨 출범으로 변호사의 수가 향후 2배가량 늘어날 경우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한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늘어난 변호사 수가 의료계 혹은 의료소송 시장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로스쿨 설립으로 변호사가 현재보다 2배까지 많아질 경우 전체 법률시장의 성장과 함께 의료관련 법률시장도 커질 것이란 것이 대체적인 예상이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가칭 '의료사고피해구제법'과 같이 입증책임을 의사에게 부담시키는 분쟁조정법이 입법될 경우 변호사의 증가와 함께 의료소송 시장이 전체 법률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로서는 달갑지 않은 전망이다. 자칫 의료소송 시장의 성장은 의료소송을 증가시키며 가뜩이나 저수가에 시달리고 있는 의료계에 또 다른 부담을 안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언뜻 의료계와는 상관없어 보이는 로스쿨 설립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의료계의 변화를 촉진시킬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나비효과 있을까?

의료계는 우선 많아진 변호사들이 시장 확대를 꾀하며 아직 규모가 크지 않은 의료소송 시장으로 속속 진출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대법원이 판례를 통해 의료분쟁 소송에서 의사에게 입증책임을 묻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더욱이 가칭 '의료사고피해구제법(구제법)'과 같이 이를 규정화 하려는 움직임까지 있어 의료소송이 증가할 것이란 어두운 전망은 이런 우려들을 가까운 미래의 현실로 받아들이게 하고 있다.

왕상한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는 (가칭)의료사고피해구제법과 관련한 의견을 표명하며 이와 유사한 전망들을 쏟아낸 바가 있다. 그는 "피해구제법은 아직 법조계에서는 주류가 아닌 의료소송시장을 키우려는 일부 변호사들의 저의가 깔려있다"며 의료계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또한 일부 의사들은 미국의 경우를 들어, 의료소송의 급격한 증가를 점치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손해배상 액수나 소송건수에서 의료소송관련 비용이 천문학적인 액수에 달해, 주별로 손해배상 액수를 제한하는 법안을 만들기도 했다.

한국의 경우도 미국 의료소송 시장규모까지는 아니라도 가파르게 의료소송 시장이 커지고 커진 시장으로 신규 변호사가 유입되며 다시 의료소송 시장이 커지는 순환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박길준 연세의대 초빙교수(법학박사)는 "로스쿨 출범으로 변호사가 많아져 전체 법률시장이 커질 것은 틀림없다"며 "단지 의료소송 시장의 경우, 전체 법률시장의 증가세를 능가할지 아니면 평균 증가세 정도로 그칠지가 문제일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성장은 하지만 주도는 하지 못할 것

하지만 손명세 연세의대 교수(대한의료법학회 회장)는 로스쿨 출범으로 늘어난 변호사들이 의료소송시장으로 전격 진입할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법률시장에 신규 진출하는 변호사들이 기업합병과 같은 소송액수가 큰 경제 관련 쪽에 관심을 가질 것이란 것이 근거다.

미국의 경우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통해 의료소송과 관련한 손해배상액수가 천문학적으로 커질 수 있지만 우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채택하지 않아 손해배상 액수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신규 변호사들의 시장 진입이 더딜 것이란 예측이다.

의료소송 전문 이경권 변호사(법무법인 이지)도 의료소송 시장이 커지기에는 현재 손해배상 액수가 적어 신규 변호사 인력의 활발한 진출은 벌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의료소송으로 갈지, 조정에 들어갈지를 결정짓는 소송액수는 묵시적으로 대략 3000만원 선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3000만원이 넘는 의료 소송이 그리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소송기간도 보통 2~3년이나 걸리기 때문에 변호사들에게는 의료소송시장은 그렇게 매력적인 시장은 아니다. 특히 그는 의료소송에서 의사들이 점차 불리해지면 불리해질수록 소송보다는 조정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의사들이 소송을 꺼리며 조정에서 좋은 조건을 피해자들에게 제시해 오히려 의료소송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전망의 이면에는 손해배상액수가 점차 커지고 법학전문대학원으로 많아진 변호사들의 사건수임 가격이 낮아져 두 곡선이 접점을 이룰 경우, 의료소송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와함께 큰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것은 '전문성'이다. 의료소송이 의료라는 전문적인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보니 의료에 대한 전문성이 소송당사자들보다 떨어지는 변호사들에게 일종의 진입장벽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변화는 확실, 크기와 세기가 문제다.

그러나 이같은 의료소송 환경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경권 변호사는 최근 법조계에서 한국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고 굳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지 않아도 현 위자료 개념을 확대하면 의료소송 액수가 커질 수 있다고 말한다.

외상성 후유장애 정도를 인정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의료소송에 걸린 손해배상 액수가 커지는 것은 기정사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한해 1000명이 사법시험으로 배출되는 현 시스템에서 매해 2000명까지 배출되는 로스쿨 시스템은 변호사 소송액수를 낮출 가능성이 높다.

의료소송에서 이 두 요소가 맞물리면 의료소송 시장으로 신규 변호사 인력을 유도하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어 보인다.

의료의 전문성으로 인한 진입장벽 역시 의사 출신 변호사들이 다수 배출될 경우,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 의학전문대학원 출범으로 현 의학교육계는 다양한 학문들과의 연계 혹은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

의학과 사회과학과의 통합시도로 의사 변호사가 어느 정도 많아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법학전문대학원 출범에 맞춰, 법학전문대학원 입시를 전문으로 하는 강남의 P학원측은 "법학전문대학원 입시 과정을 문의하는 의사들이 몇몇 있었으며 2~3명 정도의 의사들이 지원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혀, 일부 법률시장으로 진입하는 의사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손명세 교수를 비롯해 의료계 관계자들은 달라진 변호사 배출시스템에 의료계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의료계 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법률시장에 새로운 제도가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것은 확실시된다.

박길준 연세의대 초빙교수 역시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단지 그 크기와 세기가 어느 정도일 것이냐가 문제일 것"이라며 "법학전문대학원 출범과 함께 의료소송시장의 변화 정도를 보다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말했다.

의료소송의 증가는 의사들에게는 의료사고에 대비한 보험비용 등을 추가적으로 부담시킬 것이며 이는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로스쿨 체제를 맞은 법률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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