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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입증책임 전환 '절충안' 제시

국회, 입증책임 전환 '절충안' 제시

  • 이석영 기자 lsy@kma.org
  • 승인 2007.10.03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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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위 법안소위, 대법원 판례 법안에 적용
의협 "타협은 없다" 거부 방침 확인

의료사고피해구제법안(가칭)을 심의 중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산하 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법안소위)가 입증책임전환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법안소위는 오는 4일 열리는 회의에서 입증책임을 의사에게 전환하되, 단서조항을 삽입하는 내용의 대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본지가 입수한 법안소위의 대안은 기존 안과 마찬가지로 '보건의료기관 개설자는 해당 보건의료기관의 보건의료인이 의료기술을 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로 인해 환자가 입은 생명·신체 및 재산에 관한 피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명시하고, 의료인이 주의의무를 다하고 보건의료기관의 시설·장비·인력의 흠이 없음을 증명한 때에는 배상 책임을 면하도록 했다.

대안은 여기에다 '다만 환자, 보호자 또는 상속인은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 보건의료기관 개설자 또는 보건의료인이 의료에 관한 과실이 있는 행위가 있고, 그 의료행위와 피해 사이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을 각각 증명한 때는 그러지 아니한다'고 덧붙였다.

즉 의료사고 발생시 의사가 무조건 무과실을 증명해야 책임을 면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측이 의사의 명백한 과실을 증명한 경우에만 의사가 자신의 무과실을 입증토록 함으로써 입증책임 의무의 범위를 제한한 것이다.

이는 지난 1995년 대법원이 내린 입증책임 완화 판결문을 거의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의료과실의 여부는 의사가 아닌 보통인으로서는 도저히 밝혀낼 수 없는 특수성이 있어서 환자측이 입증한다는 것은 극히 어렵다"며 "환자가 치료 도중에 사망한 경우에 있어서는 피해자측에서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서 저질러진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에는, 의사가 무과실을 입증하지 않은 이상 손해배상 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는다"고 판결했다.

법안소위의 대안은 의사에게 입증책임을 완전히 전가한 기존 안과 비교해 환자측에게도 입증책임 의무를 일부 부여했다는 점에서 의료계와 시민단체가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입증책임 전환 문제를 놓고 최선의 절충안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의료계는 이같은 법안소위의 대안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어 심의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왕상한 의협 법제이사는 "입증책임 전환 문제에 대해서는 어떠한 타협도 없다"도 못박았다.

그는 "대법원의 판례 자체가 타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를 법으로 담아낸다는 발상은 민사소송법의 대원칙인 자유심증주의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판례는 사회 상황에 따라 가변적인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판례를 성문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판례의 속성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라고 강조했다.

법안소위가 고심끝에 마련한 절충안에 대해 의료계가 '타협 불가'로 맞서고 있어 앞으로 국회 심의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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