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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시판후 조사연구' 위축돼서는 안된다

시론 '시판후 조사연구' 위축돼서는 안된다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7.10.0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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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민(가톨릭의대 교수·가정의학/미국 뉴저지 주립 럿거스 약대 방문교수)

시판후 조사연구(Post-marketing Surveillance, PMS)는 인원과 기간에서 제한적인 허가용 임상시험을 토대로 허가된 신약 등에 대한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중장기 사용에 대한   약물 유해 반응 등 광범위한 사용경험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재심사 및 평가하는 제도이다. 2000년 이후 postmarketing surveillance나 pharmacovigilance를 주제어나 제목으로 한 의학논문은 최근 <nature>계열의 잡지에 발표된 본인의 저술을 포함하여 4242편에 이를 정도로 시판후 조사연구는 신약의 연구개발이 활발한 현대 의약계에선 국제적으로 커다란 관심분야이다.

허가 임상시험의 경우는 매우 잘 통제되어 있어서 신뢰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으나, 이것은 오히려 실제 진료현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한계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PMS를 통해 개발 및 허가 과정에서 나타나지 않았던 드문 이상약물반응이나 약물상호반응을 살펴볼 수 있고, 약품의 새로운 적응증이 밝혀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PMS는 자연스러운 실제 진료환경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철저히 통제되지는 않는 임상시험이므로, 오히려 다수의 성과에 대한 전향적 관찰자료를 얻을 수 있다. 즉 안전성과 유효성 외에도 약물 경제성 평가·삶의 질 측정·순응도 측정·특정 집단에서의 새로운 적응증과 같은 다양한 성과를 관찰할 수도 있고, 성과의 일관성 또한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약물역학자들의 보고에 의하면 실제로 절반 가량의 약물의 중대한 이상반응/이상약물반응은 허가임상시험 기간 중에 나타나지 않았다가 허가 후의 PMS를 통해 비로소 밝혀졌다고 한다. PMS의 결과에 따라 시장에서 퇴출되는 약물도 있고, 적응증의 범위가 제한되거나, 약품 포장이나 약품상세설명서가 변경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발생하여 대규모 약화사고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의 건강권 수호를 위해 이상 반응이나 이상약물반응을 철저히 모니터링하여 약물의 안전한 사용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는 취지에서 의료계와 정부는 반드시 PMS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활성화를 위해 애써야 한다.

이를 위해 국내 의약계에는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약물역학연구회·시판후조사연구회·임상시험연구회 등이 조직되어 있고, 정부도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하여 의약품재평가제도·자발적 부작용신고제도 및 의약품재심사제도 등의 제도를 마련하였고,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을 담보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주체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더더욱 PMS가 강조되어야 하는 이유는 대개 외국에서 개발된 다국적 제약사의 혁신적 신약의 경우 PMS를 통해 우리나라 다수의 환자에게 장기간 약물이 처음으로 노출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며, 국내 개발 다수의 복제신약들의 경우는 대개 이들 약제가 3상 임상시험이 아닌 건강한 자원자를 대상으로 한 생동성시험만으로 시판 허가를 받는 실정에서 복제신약에 대한 PMS는 실제 환자에게 적용되는 첫 안전성 평가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약가 절감에만 초점을 맞추어 추진되고 있는 성분명처방 제도가 시행된다면 이러한 복제신약에 대한 안전성평가는 더욱 첨예한 보건의료 문제가 될 것이다.

PMS 등의 임상시험이 윤리적·과학적으로 타당하게 시행되고 보고되었나 검토하는 것은 식약청의 점검 및 실태조사를 통해 우선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청고시의 의약품임상시험관리기준에 정해져 있다. 그런데 최근 식약청 보고용 PMS와 마케팅용 PMS가 별도로 존재한다는 보도를 접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보도를 통해 처음 들었으며, 모든 의사들은 증례기록서와 계약서가 완비된 후에 PMS연구를 시작하므로 자신의 활동이 편법적으로 이용되었다 하여도 그것을 미리 알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식약청이 아닌 특정당국이나 언론이 먼저 나서서 불공정거래 수사 등을 빌미로 연구용역비를 사례비나 합법적 리베이트 등의 원색적이고 악의적인 용어로 고의로 전환시켜가며 의사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PMS를 위축시키는 것은 자칫 건강불침번(vigilance)으로서의 PMS기능을 상실케하여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는 일이 될 수 있다.

현재 약물경제학을 연수 중인 이곳 미국에도 PMS를 포함한 여러 약물시판허가후 임상시험(post-licensure study)이 연방법에 의해 법제화 되어 있으나  의료인의 자발적 보고 소홀·제약사의 보고의 누락·지연 보고 등으로 신뢰성과 감시자의 역할에 문제점이 나타나 임상시험참여자의 확대와 약물이상반응보고의 활성화를 위한 전산화 보고체계 구축작업이 한창 진행되어 정착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PMS와 관련하여 '의약품 판촉 수단', '약물 유해 반응보고 선진국의 1/5 수준' 등의 오명을 벗으려면 PMS의 임상시험심사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 심의 강화·개원의들의 PMS참여 보장 및 촉진을 위한 지역별 혹은 학회별 IRB의 운영·PMS 연구비의 투명한 운영 및 집행방안 마련·약물유해반응보고 중앙전산화 등 보고체계정비, 약물유해반응 보고에 따른 인센티브의 지급 등 PMS를 성실하고 투명하게 활성화할 여러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또한 약물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섣부른 약가절감보다는 PMS와 약물경제학의 접목등을 통해 PMS 고유의 기능인 국민의 건강지킴이(vigilance)로서의 역할과 더불어 국가보건의료비 지킴이 역할을 함께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저녁 9시에 이런 뉴스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C의대 K임상교수 의대교수로서 자질부족 의심, 최근 2년간 PMS연구실적 없어 병원당국과 식약청 공동으로 내사중". 물론 약물의 안전한 사용을 통한 국민 보건 향상을 위해 정부와 의료계가 힘을 합하고, 언론이 이러한 노력에 보조를 맞추는 건강한 세상이 와야 가능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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