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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성분명처방, 감춰진 위험성 인식해야

시론 성분명처방, 감춰진 위험성 인식해야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7.09.1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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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우(서울 강동구의사회장)

17일부터 국립의료원에서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보건의료제도가, 특히 처방의 주체인 의사의 극렬히 반대하는 불구하고 정부 뜻대로 강행되고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여러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성분명처방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약효 동등성은 '의사-환자간 신뢰와 상호작용'이 전제되어야 한다. 성분명처방을 실시하게 되면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을 거쳐 설령 같은 질병에 약효가 완전히 같은 약재를 투여한다 하더라도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서로 기대할 것이 없는 불신의 관계로 전락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성분명처방은 의사와 환자 사이의 건전한 치료적 대화의 관계가 아닌 약사가 의사와 환자 사이를 대체함으로써 기존의 치료적 관계는 없어지고 단지 상업적인 관계로 전락하게 되기 때문이다. 즉 가장 큰 문제는 생물학적 동등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 소통적 동등성'이 충족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약효 동등성은 생물학적 동등성의 문제만이 아니라 환자의 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신뢰와 상호작용이 전제된 '신뢰 소통적 동등성'이 반드시 함께 하여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의료행위인 '투약권의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되어야 한다. 성분명처방 실시는 지금까지의 '약사중심적 의약분업'의 완결판이 될 것이며 투약권에 있어 약사가 독점적 권리행사를 하게 될 것이다.

투약권은 비록 의약분업으로 인해 약의 조제와 판매는 약사에게 위임하였다 하더라도 환자의 상태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의사만의 권리인 것이다.

성분명처방 실시는 이러한 의사의 투약권을 빼앗고 약사에게 주게 된다는 의미를 가진다. 즉 환자 치료 주체로서의 투약권을 가진 의사 대신 성분명처방을 통하여 지금까지 객체에 머물러 있던 약사가 투약권을 가지는 주체가 된다는 것이다.

의료인의 생명과도 같은 '의료행위인 투약권'이 의료법이 아닌 성분명처방을 통하여 소리없이 찬탈당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분명처방의 핵심 문제점은 '투약권'에 있다고 보며 성분명처방의 실시는 곧 의료행위인 투약권을 의료인이 아닌 약사에게 줌으로써 의사의 진료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도저히 허용될 수 없는 사안이다.

셋째, 환자의 건강권이 우선되어야 한다. 성분명처방 시도는 약사의 직능적 일탈과 정부의 경제적 논리·행정편의주의가 야합하는 전략적인 수단일 뿐이다. 성분명처방으로 인한 무차별적인 대체조제는 경우에 따라 환자에게 치명적인 약화사고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 의료소비자인 시민의 권리를 존중해 시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환자의 편의성을 위해 시민이 주체적 지위를 가지도록 하여야 한다. 시민없는 시민단체가 아닌 환자로서의 시민을 위한 관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에 통과하였다 하더라도 약효나 안정성이 일치하지 않을 뿐 아니라 완전한 동등성을 확보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이는 정부의 성분명처방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넷째, 약사회는 '위험인수의 책임원리(약화사고에 대한 책임)'를 인식하여야 한다. 위험인수의 책임원리는 '투약'에 관계되는 것으로 '투약'을 담당하는 주체가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의사가 투약의 권한없이 투약의 책임만 지거나 약사가 투약의 권한을 누리면서 투약의 책임을 지지 않는 책임귀속의  문제가 있게 된다. 약화사고의 책임은 '투약'이라는 위험원을 가진 주체가 일단 가지게 된다. 따라서 성분명처방의 경우 의사의 처방에 하자가 없다면 대체조제한 약사가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약화사고는 과실책임원칙 뿐 아니라 위험책임원칙에 의하여 그것에 대한 법적 책임의 귀속이 판단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약사회는 성분명처방시 법적 책임에 있어 위험증대가 있음을 알아야 하며 성분명처방이 법적 책임 측면에서 보면 약사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음을 인식하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성분명처방을 단순히 재정절감의 목적으로 도입한다든가 불용재고량의 해소를 위한다든가, 리베이트 문제, 생동성시험 부실 여부 등에 대한 논란으로 몰고가는 것은 본질을 모르는 피상적인 사고이며 깊은 성찰과 이해가 부족한 것이다.

정책적 제안을 하고자 한다. 우선 이번 9월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성분면처방의 부당함을 집중거론 할 수 있도록 문제점에 대해 국회의원 설득작업을 시급히 실시하여야 한다. 또 시범사업의 지나친 공론화보다 대국민 공보·홍보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건강권 침해와 관련하여 시민단체와 연계하여야 한다. 약사측에는 성분명처방 실시가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음을 이해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에도 이미 포지티브 리스트제나 저가약 인센티브제가 시행되고 있어 고가약 사용은 제한되고 있으며 성분명처방은 재정적 측면 보다 국민건강권의 침해 차원에서 봐야한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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