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7 13:15 (토)
특별한 사정 인정되면 '비급여 산정'

특별한 사정 인정되면 '비급여 산정'

  • 이석영 기자 lsy@kma.org
  • 승인 2007.09.13 17:39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원, 서울대병원 진료비환수소송 일부 취소
"특수한 경우 재료·약제비는 환자 부담 타당"

통상적인 질병의 치료범위를 넘어서는 매우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재료비와 약제비를 비급여대상으로 별도 산정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이번 판결은 현행 법이 금지하고 있는 임의비급여 행위의 예외를 일부 인정하는 것이어서 파장이 클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정종관)는 서울대학교병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상대로 낸 진료비삭감처분 등 취소 소송에서 "심평원이 서울대병원에 내린 진료비용 5089만여원의 환불처분 중 4803만여원을 초과하는 부분, 286만여원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1999년 선천성 기관지 기형을 안고 태어난 소아환자에게 기관종격동류폐쇄수술 등 총 102회의 수술을 시행했으나 2003년 환자가 사망했다.

그 후 서울대병원은 유족들이 심평원에 낸 요양급여대상여부확인신청 판정 결과, 총 진료비 7911여만원 중 5089만여원에 대한 환불 통보를 받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건강보험법 관계법령과 판례의 태도에 따르면, 요양기관이 진료행위에 대한 비용과 별도로 산정할 수 없는 치료재료 비용을 환자에게 별도로 지급받는 행위는 환자측의 동의 여부를 불문하고 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에 의해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돼 정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같은 판례의 취지는 건강보험법 관계법령에 의해 인정되지 않은 치료재료대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한 환자나 건강보험재정에 미치는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해당 법령이 제정될 당시 예상되었던 통상적인 질병의 치료에 필요한 일체의 진료행위와 관련해 지출한 치료재료비용은 별도로 산정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위와 같은 법리가 모든 경우에 일체의 예외없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볼 수 없고, 통상적인 진료 범위를 넘어서는 아주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위 질병의 진료행위와 관련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지출한 특수한 비용은 환자측의 사전동의를 받았거나 사전동의를 받지 못했더라도, 환자측에게 사전에 동의 여부를 문의했다면 동의했을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는 비급여대상으로서 별도 산정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서울대병원 의료진이 위독한 환자의 상태를 호전시키기 위해 BACTERIA FILTER(BACTOGARD), BREATHING CIRCUIT SET, infusion pump set 등 재료와 구연산펜타닐 등 약제를 사용한 것은 건강보험관련 규정이 예정하고 있는 통상의 치료범위를 초과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 재료와 약제비등 총 286만여원을 인정하지 않은 심평원의 결정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급여대상으로 임의비급여대상으로 진료행위를 하고 환자와 보험비급여로 하기로 합의해 진료비용을 환자로 부터 지급받은 행위에 대해서는 부당하다며 일부 재료비와 약제비를 제외한 금액에 대한 심평원의 환수 판정에 손을 들어줬다.

종합하면 임의비급여행위는 현행 법대로 금지하지만, 의료진이 불가피하게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재료와 약제에 대한 비용까지 환수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특수한 경우에까지 현행 법이 예외없이 적용된다면 의료진으로서는 보험자인 공단이 환자측으로부터 아무런 보전도 받지 못한 채 특수한 비용을 지출해 치료를 하거나, 통상적인 방법으로 치료하는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며 "원고(서울대병원)에게 전자를 강요한다면 원고의 재산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될 가능성이 높고, 후자의 방법을 허용한다면 이는 환자의 귀중한 생명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역시 헌법에 위반될 가능성이 있어 법리 적용의 예외를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소송에서 서울대병원측 변호를 맡은 신현호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구체적인 타당성을 무시한 보험급여규정은 바꿔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며 "환수 취소 결정을 받은 금액은 적지만 매우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판결은 성모병원의 임의비급여사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앞으로 추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