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7 13:15 (토)
의협 '국회 설득력' 빛 발했다

의협 '국회 설득력' 빛 발했다

  • 이석영 기자 lsy@kma.org
  • 승인 2007.09.12 13:54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복지위 의료사고피해구제법 재논의 결정
"국민에 엄청난 피해 우려" 전방위 설득이 '주효'

▲ 긴박하게 돌아갔던 11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오전 법안심사소위가 취소되는등 난항을 겪었으나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이 의사 뿐 아니라 환자에 엄청난 피해를 줄수 있다는 인식이 위원들사이에 공감되면서 법안소위로 다시 회부하는 이례적인 결정이 내려졌다.

성분명처방제도와 함께 의료계의 '핵폭탄'으로 불리는 '의료사고피해구제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재논의 하기로 결정됨에 따라 의료계는 한숨 돌린 분위기다.

복지위는 내달 12일 전체회의를 열고 법안을 다시 상정키로 못을 박았지만, 법안에 대한 입장과 대안을 국회에 적극적으로 전달해야 하는 의료계로서는 한 달이라는 시간을 번 것이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는 표정이다.

국회 안팎에서는 11일 복지위가 의료사고피해구제법안을 처리하지 않고 소위원회에 재회부키로 결정한 것을 매우 의외의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달 29일 소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될 당시만 해도 이날 전체회의에서 일사천리로 가결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소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이 전체회의에서 부결되거나, 소위로 재회부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위원회의 전문성을 스스로 부인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법안에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되거나 절차상 하자를 뒤늦게 발견한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이상 어떻게든 상정된 안건을 처리하는게 관례화 돼 있다.

전체회의가 열리기 3~4일 전까지도 보건복지위 통과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국회 내부에서 팽배했으며, 의료계에서는 '복지위는 포기하고 법사위에 희망을 걸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비관론이 우세했다.

복지위 통과 앞두고 '극적 반전'

그러나 전체회의 전날과 당일인 10~11일 이틀 동안 국회 내부에서 대대적인 상황의 역전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던 복지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신중론'으로 돌아서기 시작한 것이다.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은 11일 오전 입증책임 전환 등 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의견서를 동료 의원들에게 비공개로 전달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의견서에서 의사에게 의료사고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조항을 삭제할 것과 법률 명칭에 가치 중립적인 '의료분쟁조정'을 넣을 것을 주장했다.

11일 오전 한나라당이 의료사고피해구제법안의 '재논의'를 당론으로 정했으며, 표결까지 갈 경우를 대비해 모든 의원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극적인 반전이 예고됐다.

결국 전체회의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 양당간 논의를 통해 법안 처리를 유보하고 재심의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긴박했던 상황이 마무리됐다.

의협의 정책 설득 "효과 컸다"

국회 안팎에서는 복지위의 재논의 결정에는 의료계의 적극적인 대국회 설득 노력이 상당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주수호 의협 회장을 비롯한 의협 임원들과 병협·한의협·치협 관계자들은 10~11일 복지위 소속 의원들과 만나 의료계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 회장은 국회에 거의 상주하다시피 하며 의원실을 일일이 방문하고, 법안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회의 당일에도 복지위 전체회의장 앞에서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여러차례 목격되기도 했다.

주 회장의 이같은 적극적인 노력은 이른바 '의협 정치권 금품 로비 의혹 사건' 이후 거의 단절되다시피한 의료계와 국회의 '불편한' 관계를 감안할 때, 그 성과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것이 사실이었으나 결과적으로 볼 때 상당 부분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의료사고피해구제법안이 의료인에게 불리하다는 점을 떠나,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를 끼칠 우려가 크다는 점을 집요하게 설득한 것이 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전체회의가 끝난 후 모 의원실 관계자는 기자에게 "도대체 의협이 어떻게 했길래 이렇게 갑자기 상황이 뒤바뀌나"며 농담섞인 감탄을 연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의협의 영향력을 실감했다"며 "'정책 로비'를 매우 잘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회의장 밖에서 취재를 하던 기자들도 전체회의 결정을 상당히 의외의 결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한 달은 '유예기간' 일 뿐, 대책 서둘러야

복지위가 10월 12일 법안을 재상정, 처리키로 못박음에 따라 한 달동안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활발한 심의가 벌어질 전망이다. 그 동안 법안에 찬성하는 시민단체측과 반대하는 의료계의 대립도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로서는 '합리적인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는게 국회 안팎의 중론이다.

11일 전체회의에서도 대통합민주신당 이기우 의원, 강기정 의원 등 다수 의원들이 "의료계는 반대만 하지 말고 대안을 가지고 오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현재 계류중인 의료사고피해구제법안을 놓고 의료계가 '절충안'을 제시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의협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법안의 핵심 쟁점들은 과거 20년간 고수해 온 의료계의 '불변의 원칙'과 같은 것들이어서, '무엇을 빼는 대신 무엇을 넣는'식의 대안 마련은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의협은 전체회의 당일 보건복지부가 입증책임 전환 조항에 대한 중재안을 제시했으나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은 남은 한 달 동안에도 노선의 변화 없이 입증책임 전환, 임의적 조정전치주의 등 '독소 조항' 제거와, 무과실 의료사고 보상제도 도입 등에 초점을 맞춰 대국회 설득에 올인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와 시민단체간의 극명한 대립,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과 정당간의 미묘한 입장 차이, 그리고 대선 정국과 정권 말기 정부의 정책 마무리 의욕 등 복잡한 역학관계 속에 국회의 마지막 심의를 받게 될 의료사고피해구제법안의 향배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