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9 09:00 (월)
도기에 푹 빠진 의사 박물관장

도기에 푹 빠진 의사 박물관장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7.09.03 10:23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정복 원장(대전 수정의원)

도기(陶器)란 진흙으로 형태를 빚어 말려서 불에 구워 만든 모든 그릇을 말한다. 토기·질그릇·옹기 등을 일컬어 도기라고 한다. 고려청자나 조선백자가 상류사회의 전유물이라면 도기는 주로 평민들의 부뚜막이나 장독대에 놓여 있던 생활 속의 일부분이다.

하지만 흔하고 하찮은 것으로 여기다 보니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질그릇은 적당히 거칠고 약간 비뚤어진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럽고 거부감이 없어 친근하면서도 편한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도기의 매력에 푹 빠진 '의사 박물관장' 이정복 원장(대전 수정의원)은 "전통문화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소박함·자연스러움·고요한 분위기가 좋아 도기를 모으게 됐다"고 예찬론을 펼쳤다.

이 원장이 도기의 세계에 눈을 뜬 것은 초등학교 교사인 부친(고 이순구 옹)이 학생들의 교육자료로 기증한 토기 전시물을 구경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의대 다닐 때부터 수집에 취미가 있었죠. 한 10년 동안 수집하다 보니 너무 많아 어떻게 할까 고민을 했습니다. 의사로서 병을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화에 대한 몰이해라는 병을 치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헤아리신 아버님께서 선뜻 작은 건물을 내주셨지요."

1997년 3월 15일 대전지역 최초로 사립박물관인 '동산도기박물관'이 문을 열게 됐다. 동산(東山)은 박물관 개관식을 보름 앞두고 눈을 감은 아버지의 호에서 따 왔다. 박물관에는 토기·질그릇·청자·분청사기·백자·고서·석조 유물 등 모두 5000여점을 수장하고 있다.

"처음엔 아내의 반대가 제일 심했죠. 한 번은 인분을 나르는 '똥장군'을 구해 아파트에서 씻는데 얼마나 냄새가 진동하던지.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합니다."

극구 말리던 아내 구진성 씨도 이 원장의 수집벽에 두 손을 들고, 이젠 공동 박물관장으로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학예연구사인 딸도 동산도기박물관의 전시기획과 도록편집을 도맡아 한 몫을 하고 있다.

"민속문화와 도기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미술관·박물관 학예사 과정을 이수하고, 박물관과 관련이 있는 세미나와 학회는 모두 참석했습니다."

이 원장은 본격적으로 도기에 관해 공부하기 위해 1년 동안 폐업을 했다. 2006년에는 의사로는 유일하게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인정한 2급 정학예사 자격증도 따냈다.

"박물관을 무료 개방하다보니 운영하는 일이 만만치 않습니다. 명색이 박물관장인 아내가 빗자루를 들고, 대학원에 다니는 딸이 일손을 거들지 않았다면 인건비와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었을 겁니다."

이 원장은 허투루 돈을 낭비하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 한 푼 두 푼 아낀 돈으로 도기를 수집하고, 매년 기획전과 학생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을 계속해 오고 있다. 13종에 이르는 연구서적 및 도록을 펴내고, 역량 있는 젊은 도예 작가의 발굴과 학예사를 양성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원장의 알뜰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역주민을 위해 기울인 남다른 노력을 이젠 지역사회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 5월 열린 제10회 전국 박물관인대회에서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지역 문화공간으로 정착시켜 문화수준을 향상한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지난 7월에는 대전광역시 박물관협의회 초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이 원장은 "시민들이 문화의 향수를 부담없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가질 수 있도록 박물관과 미술관의 연합전·통합 안내 책자 제작·수장품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구축·한밭문화제 참여 등 할 일이 많다"고 박물관협의회장으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학예사가 되려면?

2001년 '박물관 및 미술관진흥법'에 따라 준학예사와 정학예사 자격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학예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경력 인정기관에서 학예 연구·전시 기획 등의 경력과 연구실적 그리고 관련분야의 학위가 있어야 한다. 의학박사도 관련분야의 학위로 인정되고 있다. 2001년 3급 정학예사 자격증이, 2006년 38명에게 2급 정학예사 자격증이 수여됐다.

1급 정학예사는 2급 취득 후 7년 경력이 있어야 하므로 아직 국내에는 1급 자격증 취득자가 없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