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7 13:15 (토)
정부의 오산

정부의 오산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7.09.03 09:54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승수(국립의료원 소아과)

요즘 정부의 막무가내식 정책들이 여러 분야에서 전문가 집단과 첨예한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고교별 학력 차를 무시한 채 대학에 내신 실질반영비율을 높이라는 교육인적자원부나 대언론 테러나 다름없는 기자실 통폐합을 단행한 청와대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현재 의료계의 모든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성분명처방 도입 계획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는 "약국 조제 시 약사가 환자에게 제품명이나 가격 정보 등을 알려 소비자의 알권리가 충족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약품 선택권이 의사에서 의사와 약사, 환자로 분산되기 때문에 일부 남아있던 리베이트 관행이 점진적으로 축소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친절하게도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부담도 줄어들 것"이라며 성분명처방을 도입하려는 진짜 속내도 드러내 주고 있다.


하루에도 수백 장의 처방전을 처리하는 약국에서 조제 시 친절하게 환자마다 최소한 4~5개는 될 처방된 약의 제품명이나 가격 정보를 일일이 알려준다고 하자. 그러나 약품의 성분명이 같다고 해도 제품에 따라 효과가 다를 수 있다는 사실까지 설명해 줄 지는 의문이다. 또한 이러한 효과의 동등성을 검증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법인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조차 거치지 않은 약들도 많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의사는 진료실에서 병의 호전 및 악화와 처방한 약의 효과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치료 방향을 결정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성분명으로 처방한 약이 어떤 제품으로 환자에게 조제가 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도 바른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약사의 경우도 생동성에 대한 정확한 근거 없이 어느 약을 선택해야할지 결정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약품의 선택권이 과연 의사와 약사, 환자에게로 공평하게 분산되는지 의심해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정부는 내심 약품의 선택권이 경제논리에 의해 이루어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는 경제논리에 의한 약품선택이 저가 약의 선택으로 흐를 것이라는 환상을 버려야할 것이다. 약품의 선택에서 의사와 약사, 환자가 모두 배제된 상황 하에서 선택받는 약은 가장 싼 약이 아니라 가장 이익이 많이 남는 약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원하는 의료비 절감의 효과가 얼마나 나타날까. 역시 경제논리를 바탕으로 무리하게 시행한 의약분업이 오히려 조제료 부담 등에 의해 의료비 상승을 가져온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많은 이익을 남기기 위한 무리한 원가절감 노력은 필연적으로 상품의 질을 저하시킬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배제한 올바른 정책이란 존재할 수 없는 법이다. 정부는 이점을 깨닫고 지금이라도 잘못된 정책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는 의사들의 목소리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