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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보 문제점 어떻게 풀 것인가?

자보 문제점 어떻게 풀 것인가?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7.08.2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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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보 손보사 횡포를 고발한다 (하)

"자동차보험 환자는 보지 않는게 속편하다."

최근 의사들의 입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다. 교통사고 환자는 일단 '드러 눕는다'. 보상금을 쥐려고 기어이 입원한다. 외출·외박 관리도 골칫거리다. 묶어두지 않고서야 몰래 나가는 환자를 무슨 수로 막을까.

하지만 더 껄끄러운 대상은 손해보험사다. S화재·H해상 등 대기업에 맞서 싸우기란 결코 쉽지 않다. 개원의는 더욱 그렇다. 환자에게 치료사실 확인서를 받아 내미는 손보사 직원을 대하면 아찔하다. 의사에게 '의료법 위반→면허정지'보다 끔직한 게 있을까. 의료기관은 이른바 '환수' 대상 진료비의 5배를 요구하는 손보사와 협상에 들어가 2~3배 선에서 딜을 하고 넘어가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손보사의 횡포가 극에 달했다. 본지는 특별취재팀을 구성해 손보사의 횡포가 어느 정도까지 이르렀는지를 조사했다. 이어 자동차보험을 둘러싼 난제를 해결할 열쇠는 무엇인지 살펴봤다.

상·하 2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 편집자 주 >

 

#사례: 입원실 폐쇄한 정형외과의원 원장

인천에서 개원하고 있는 정형외과 전문의 A 원장은 올해 2월 5일 입원실을 폐쇄했다. 손보사 측과의 계속되는 갈등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느니 차라리 입원실이 없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어렵사리 직원들도 내보냈다. A 원장은 "자보 환자는 외래도 될 수 있으면 안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A 원장은 S 화재로부터 주사제 1년치 거래명세표를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S 화재 측이 청구금액이 맞지 않다고 문제제기를 하자 A 원장은 300만원을 주고 합의했다. A 원장은 환자가 밥을 두번 먹었는지 세번 먹었는지, 밤에 나갔다 왔는지 등을 관리해야 하지만 일일이 따라다니며 간섭할 수는 없기 때문에 손보사가 의료기관을 걸고 넘어지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입원실을 폐쇄했으니 이제 자보 때문에 생기는 걱정거리도 사라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H 해상 측에서 찾아와 이전에 진료한 금액에 대해 '환수'를 요구했다. H 해상 직원은 미리 환자들에게 받아놓은 치료사실 확인서를 내밀며 A 원장이 부당청구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치료사실 확인서를 보니 필체가 너무 비슷해 각기 다른 환자가 작성했다고는 믿기 어려웠다. H 해상 직원은 A 원장이 앰뷸런스를 통한 환자 유인행위와 야간에 의사가 직접 진료하지 않는 등 무면허 진료행위로 의료법을 위반했다며 이 같은 잘못을 덮어줄테니 진료비 2600만원 중 1500만원을 달라고 했다. A 원장은 화가 났지만 원무부장을 통해 손보사 직원과 협상에 들어갔다. H 해상 직원은 선심 쓰듯이 "그럼 500만원으로 하자"며 "2월 27일까지 입금하지 않으면 본사에 알려서 해당 수사기관에 의뢰하겠다"고 협박했다. 하지만 A 원장은 평소 임의로 10% 삭감한데다 500만원을 달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생각에 300만원을 최대금액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H해상 직원은 끝까지 200만원을 더 달라고 했다. 이런 경우 손보사 직원이 개인적으로 돈을 갈취하려는 목적인 경우도 있다는 주위의 얘기도 신경이 쓰였다.

결국 A 원장은 인천시의사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한길주 인천시의사회 자보위원장이 개입하자 H 해상 직원의 태도도 주춤해졌다. 한길주 자보위원장은 H 해상 측에서 정확한 근거자료 없이 지나치게 많은 금액을 '환수'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A 원장에게 유용한 조언과 함께 H 해상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변호사 선임 등 비용 전액을 의사회 측에서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 이후 H 해상 직원은 더 이상 '환수'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A 원장은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깬다"며 치를 떨었다.

 

손보사 "우리도 할 말 있다"

진료비 체불·무차별적인 형사고발·일방적인 지불보증 철회·진료비 임의삭감·나이롱 환자 감시를 핑계로 입원실 무단 침입…의료기관 입장에서 보면 이같은 손보사의 행태는 거의 '횡포'에 가깝다. 그러나 손보사는 오히려 "의사들이 해도 너무한다"는 시각이다.

손보사와 의료기관의 마찰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3~4년 전부터. 손보사의 영업적자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자체 분석한 시기와 맞물려 있다. 손보사는  2005 회계년도에 8000억원대, 2006 회계년도에는 1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적자를 냈다고 밝히고 있다.

적자의 이유를 손보사는 '보험사기'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입원환자의 약 17%가 '나이롱 환자'이며 이들에게 지급되는 보험금이 연간 3000억원에 이른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의료기관의 허위·부당청구 까지 가세해 손보사의 손실이 막대하다는 것.

특히 손보사는 자보환자의 높은 입원률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S화재 모 임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인천의 한 의료기관은 자보환자의 입원율이 100%"라며 "우리 입장에서 이들 환자 모두가 입원이 필요한 경우라고 믿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손보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보환자의 입원율은 평균 72%에 이른다. 일본 9%의 8배라는게 손보사의 주장.

S화재 임원은 "입원실을 거의 갖추지 않은 일본 개원가 현실과 문화적 차이 등을 감안하더라도 70%가 넘는 입원율은 어떤 설명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해결 방안 놓고 입장차 확연

의료계는 자보환자를 둘러싼 의료기관과 손보사의 불협화음을 없애기 위한 거의 유일한 해결책으로 '보상체계 전환'을 꼽는다. 현재 손보사의 보험상품은 입원 유무와 입원 기간에 따라 보상해주는 시스템으로 운용되고 있다. 이것을 입원 여부와 관계없이 동일한 보상을 제공토록 해야 '교통사고는 무조건 입원해야 한다'는 환자들의 그릇된 인식이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손보사는 이같은 의료계 주장에 대해  한마디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입원-통원 보상금을 동일하게 하기 위해서는 입원치료 보상금을 낮추거나 통원치료 보상금을 높여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보험의 보장 혜택을 낮추는 것은 (가입자의 저항을 불러오므로) 어렵기 때문에 통원치료 보상금을 높여야 하고, 결국 현행보다 보험료를 인상될 수밖에 없다는 것. 강제보험인 자동차보험의 보험료를 높이고 낮추는 것은 손보사의 손을 떠나 있다는게 그들의 주장이다.

손보 업계는 자보 개선책으로 교통사고 빈도수에 따른 지역별 보험료 차등화, 고가의 자동차는 보험료를 더 내는 차종별 보험료 차등화 등을 염두에 두고 있으나, 이들 역시 현실적인 장벽이 많다는 이유로 회의적인 입장이다.

현재 상황, 의료계 '먹구름'

자보 환자의 외출·외박 기록관리를 의무화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개정안이 올 5월 국회를 통과, 11월부터 시행된다.

의료기관이 교통사고 환자의 외출·외박에 대한 상황을 기록·보존하지 않으면 2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된다. 의료계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법이 통과된 것은 국회가 보험사가 주장하는 '나이롱 환자'의 실체를 인정하고, 그 폐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자보 수가를 건보 수가 수준으로 낮추려는 움직임도 올해 들어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건교부는 자동차보험 종별가산률을 건강보험 수준으로 인하하는 '자보-건보 수가 일원화'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가 일원화 역시 의료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으나 돌아가는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보험사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과 더불어 사법부의 단호한 의지 역시 앞으로 자보와 관련한 의료계에 '불리한' 정책·제도가 얼마든지 양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예상케 한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입원이 필요없는 환자들에게 입원을 권유하거나 가짜 입원확인서를 발급해주는 등 보험금 편취를 도와준 혐의(사기방조)와 건보공단에서 요양급여비용을 편취한 혐의(사기)로 기소된 모 병원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의료계 '자정', 손보사 '파트너십' 필요

일선 의료기관의 가장 큰 불만은 손보사 직원들의 강압적인 태도다. 특히 보험사의 특별조사팀(SIU)을 자칭한 직원들이 병원에 들이닥쳐 '형사처벌' 운운하며 반 협박조로 나올 때, 기가 막히고 분통이 터진다.

손보사는 이런 '버릇없는' 직원 문제는 일부 지역 센터의 사정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S화재 임원은 "SIU는 손보사의 정식 부서이며, 이곳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전직 형사 등 수사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며 실체를 인정하고 "그러나 SIU는 보험사기와 관련해 자료를 수집하고 관련자로부터 확인서를 받은 일을 하는 곳이지,'돈'과 관련해 의료기관과 일체 협상하지 못하도록 내부 규정이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현실을 전혀 파악 못하고 있거나, 애써 외면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의료기관을 보험사-환자 사이에 엄연히 존재하는 자동차보험 시스템의 한 축으로 인정한다면, 정도를 벗어난 직원들의 행태를 본사 차원에서 관리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손보사의 불법·부당 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과감성이 요구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고의로 진료비를 지급하지 않은 경우, 특히 죄질이 무거운 손보사의 '임의 삭감' 행위에 대해서는 소송을 불사해 확실한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회원 스스로 손보사로부터 트집잡힐 만한 '짓'을 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손보사 직원들이 감히 의료기관을 협박하는 데에는, 나름대로 믿을 만한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한 보험회사 직원의 말은 일부 의료기관 스스로의 자정 노력이 자보를 둘러싼 논란 해결에 있어서 얼마 만큼 중요한 키워드인가를 실감케 한다.

"허위청구 문제로 병원에 연락을 하면, 그 쪽에서 먼저 합의를 하자고 합니다. 협박까지 할 필요 없어요."

 

백경열(대한의사협회 자동차보험협의회장)

 백경열 의협 자동차보험협의회장은 "지급보증을 거절하거나 건강보험 환자로 돌리라고 유도하는 경우, 특히 임의삭감이나 진료비 지급을 고의로 지연하는 손보사의 부당행위에 대해서는 회원들이 자존심을 걸고 법적 대응도 불사하라"고 충고했다.

백 회장은 "현행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은 보험사업자가 의료기관의 지급청구액을 임의로 삭감하면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돼있다"며 "보험사의 임의삭감을 거부하는 것은 의사의 책무이자 권리"라고 강조했다. 또 "진료비 늑장 지급에 대해서는 소송만이 최후의 구제수단이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원들이 분쟁에 휘말렸을 때 개인적으로 해결하려들지 말고 반드시 법적 자문을 구할 것도 당부했다. 이를 위해서는 회원들이 겪은 사례를 의협에 통보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안타까워 했다.

백 회장은 "회원들에게 사례 수집 요청을 수도 없이 했지만 반응이 없다"며 "자동차보험 문제에 대해 의협이 무관심하다는 불만만 드러낼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의협의 방침을 이해하고 따라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력한 맞대응과 더불어 손보사의 횡포에 빌미를 제공하는 일부 의료기관의 행태에 대한 내부 자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손보사 직원들이 대놓고 '협박'하는 데에는 의료기관 스스로 발목 잡힐만한 꼬투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백 회장은 "앰뷸런스를 동원해 환자를 끌어온다거나(환자유치), 명백한 허위·부당청구 행위, 외출·외박을 눈감아 주는 행태들은 손보사 횡포의 구실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의협이 아무리 회원을 보호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더라도 실정법상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 이들 '불량' 회원때문에 전체 회원들이 매도 당하고, '나이롱 환자 근절법'과 같은 자존심 상하는 법들이 속속 제정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 했다.

백 회장은 "자보환자를 진료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6000곳에 이른다"며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는 편협한 사고가 다른 회원들에게 어떤 피해로 돌아가는지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자동차보험협의회의 정책 추진 계획에 대해 백 회장은 '대회원 교육'을 강조했다. 분쟁 사례별로 법적 대응 절차를 숙지시켜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겠다는 것.

또 진료비 감정기관을 의료인 출자로 설립, 손보사들이 출자해 만든 '한국의료감정원'과 맞상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는 손보사와 진료비 문제로 소송이 붙을 경우, 한국의료감정원의 진료비 평가 자료가 재판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근본적으로 환자의 입원 여부 및 입원 기간에 따르고 있는 우리나라 자보 보상체계를 바꿔 놓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백 회장의 일관된 입장.

그는 "입원을 해야만 보상을 받게 되니까 사고가 나면 환자는 무조건 드러누우려고 하고, 의료기관 입장에서도 환자의 요구에 따라줄 수밖에 없다"며 "입원 여부나 기간에 상관없이 사고로 인해 환자의 일실수입이 떨어졌다면 보상을 해주는 체계로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백 회장은 이와함께 자동차보험 환자와 건강보험 환자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사실도 자배법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보환자는 '적정진료'가 원칙이지만 자보환자는 일상에 복귀하기 전까지는 모두 치료기간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회복기'에 있는 자보환자가 불가피한 사정으로 입원실을 벗어나 외출·외박을 한 것을 가짜 환자로 매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백 회장은 "자보환자의 정당한 외출·외박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자배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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