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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사 횡포 극에 달했다

손해보험사 횡포 극에 달했다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7.08.2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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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보 손보사 횡포를 고발한다 <상>

"자동차보험 환자는 보지 않는게 속편하다."

최근 의사들의 입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다. 교통사고 환자는 일단 '드러 눕는다'. 보상금을 쥐려고 기어이 입원한다. 외출·외박 관리도 골칫거리다. 묶어두지 않고서야 몰래 나가는 환자를 무슨 수로 막을까.

하지만 더 껄끄러운 대상은 손해보험사다. S화재·H해상 등 대기업에 맞서 싸우기란 결코 쉽지 않다. 개원의는 더욱 그렇다. 환자에게 치료사실 확인서를 받아 내미는 손보사 직원을 대하면 아찔하다. 의사에게 '의료법 위반→면허정지'보다 끔직한 게 있을까. 의료기관은 이른바 '환수' 대상 진료비의 5배를 요구하는 손보사와 협상에 들어가 2~3배 선에서 딜을 하고 넘어가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손보사의 횡포가 극에 달했다. 본지는 특별취재팀을 구성해 손보사의 횡포가 어느 정도까지 이르렀는지를 조사했다. 이어 자동차보험을 둘러싼 난제를 해결할 열쇠는 무엇인지 살펴봤다.

상·하 2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 편집자 주 >

 

사례1 '삭감에 불법 환수'

S화재 횡포

정형외과 개원의 A 씨는 아직도 그때 S 화재와의 일을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진다. 사건은 지난해 12월 또 다른 손해보험사 H 해상 직원이 설문지를 들고 오면서 시작됐다. 설문지는 환자가 하루에 주사를 몇번 맞았는지 등을 기록한 치료사실 확인서였다. H 해상 직원은 청구한 내용보다 주사 횟수가 부족하다며 1000만원(총진료비의 10%)을 '환수'하겠다고 했다. A 원장은 손보사가 이미 일정액을 삭감하고 지급한데다 다시 '환수'까지 하겠다는 말에 고민했지만, 결국 돈을 내줬다. 그런데 3개월 후 이번엔 S 화재 특수수사팀에서 찾아왔다. H 해상과의 합의 사실을 알고 찾아온 것이다. S 화재 직원은 "우리 회사는 진료비를 다 지급했는데 왜 H 해상에는 돈을 환수해줬냐"고 했다. 이 직원은 환자의 동의서를 보여주면서 12명의 진료기록을 복사한 뒤 S 화재 본사에서 서류를 지참해 곧 내원할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사례2  깎인 진료비

상처입은 자존심

청주에서 개원하고 있는 K 원장은 지난 5월 S 화재 환자 두 명을 진료했다. 그런데 S 화재 직원이 찾아와 "이들 환자가 과거에 보험금을 각각 아홉번과 여섯번 받았다"며 "이번도 위장사고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삭감할테니 동의하라"고 했다. 지급동의서에는 '사고내역을 고려해 입원 진료비를 통원으로 조정함'이라고 적혀 있었다. 내역을 보니 입원료를 깎고, 식대와 주사료는 빼버렸다. S 화재 직원은 "11만원이 나온 환자 진료비는 5만8000원, 15만원 진료비는 8만9000원 쳐주겠다"고 했다. K 원장은 비록 소액이지만 꼭 다 받아내리라는 결심을 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손보사 횡포 5가지 유형

위에서 든 사례는 주위에서 흔하게 보는 손해보험사의 횡포다. 대한의사협회 자동차보험협의회에 접수된 민원을 중심으로 손보사들의 횡포 사례를 분석해 5가지 유형으로 분류해봤다. 다음은 각 유형의 내용과 대응책이다.

 

유형1)"담당자 바뀌었어요" 진료비 악성 체불형

서울 마포에서 개원하고 있는 방사선과 전문의 L 원장은 올해 3월 의협 자동차보험협의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지불보증된 자동차보험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CT·MRI 검사비를 손보사에서 차일피일 미루며 지급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L 원장이 제시한 체불사례는 7개 손보사 17건과 2개 공제조합 2건 등 총 19건. 2005년 10월 인근 외과에서 의뢰받아 CT 촬영 후 진료비를 청구했는데, 입금이 안 됐다. 그래서 여러 차례 팩스와 우편으로 재청구를 했는데도 손보사 측은 "담당자가 퇴사했다" "기록이 없다" "이미 채권소멸시효가 종료됐다" 등 엉뚱한 답변만 늘어놨다. 더구나 환자를 의뢰한 외과에는 진료비를 지급하고 자신에게는 변명만 늘어놓는다는 것을 안 L 원장은 의협에 SOS를 보냈다. 결국 이 사건은 해결됐다. 의협은 4월 건설교통부에 이 사례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 의협은 건교부와 금융감독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이 사건은 담당자 교체 및 우편 미접수 등 고의적인 악성체불과 관련한 사례"라며 "손보사 및 공제조합의 채권소멸시효가 끝나 지급할 수 없다는 주장은 이 사건과 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달 손보사 7곳 모두 진료비를 지급했다.

손보사는 진료비 지급을 미루면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채권소멸시효(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다는 주장을 한다. 이 경우 해당 의료기관은 진료비 청구 등기우편 발송 영수증 등 필요한 증빙자료를 증거로 제시해 금융감독원과 건교부를 경유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만일에 대비해 증빙서류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현행 자배법은 의료기관이 진료수가를 청구하면 보험사업자는 30일 이내에 지급토록 명시하고 있다.

 

유형2)자보심의회 통하지 않고 민사소송

대구 소재 정형외과의원 B 원장은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2명의 환자를 입원 치료하고, 손보사에 650여만원의 진료비를 청구했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손보사는 청구액 중 370여만원에 대해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내용의 채무부존재확인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3번의 조정 절차가 진행됐으나, B 원장은 응하지 않았다. 법원이 올해 1월 진료청구액 중 26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리자 B 원장은 이의를 제기, 소송은 계속 이어졌다.

이 같은 사례는 자보 진료비에 대한 분쟁이 발생한 경우 자동차보험 진료수가분쟁심의회의 심의를 통하지 않고 민사조정을 통한 소액재판을 한 것인데, 이는 불법이 아니라는 점을 손보사가 악용한 경우다. 자배법(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르면 자보심의회에 심사를 청구할 경우 청구액의 80%를 의료기관에 미리 지급해야 하고, 나머지 금액은 심사 결과에 따라 이자를 가산하여 주도록 돼 있다. 손보사 측에선 20~30만원에 달하는 고문변호사 수수료를 부담하더라도 소액재판을 통하면 진료비 80%를 선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등 몇가지 유리한 점이 있다.

의료기관 입장에서 보면 민사소송으로 갈 경우 소액이기 때문에 변호사를 선임하기가 어렵고, 진료비 지급이 1년이상 늦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답변 제출과 재판 참가 등 시간적·경제적·심리적 고통을 받게 된다.

의료기관은 손보사의 소송에 휘말리지 않고 자배법상 보장된 자보심의회의 기능을 활용해야 한다. 건강보험법에서 진료비 심사조정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하도록 한 것처럼 자동차보험 진료비에 대한 심사조정은 자보심의회에서 하도록 의료계와 손보사가 합의해 자배법에서 규정한 것이다. 문제는 손보사가 이러한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형3)합의 받으려고 건강보험으로 돌리는 행위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유형 중 하나다. 올해 1월 10일 교통사고를 당한 환자 김모 씨는 병원에 입원해 10주 진단을 받았다. 치료를 받던 김 씨는 H 해상 직원이 찾아와 합의금을 줄테니까 이후 치료는 건강보험으로 받으라는 제의를 받았다. 교통사고인데 건강보험이 적용되느냐는 김 씨의 질문에 손보사 직원은 가능하다며 조기합의를 성사시켰다. 이 병원 원장 C 씨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러한 합의가 이뤄졌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뒤늦게 건강보험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안 김 씨는 애꿎은 C 원장에게 불만을 쏟아냈다.

교통사고 환자에 대해 건강보험은 급여를 제한하고 있으므로 이 경우 손보사의 행위는 현행법(국민건강보험법 제48조)을 위반한 불법행위다. 손보사의 배를 채우는 대가로 건보 재정이 줄줄 새고 있지만 이러한 관행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유형4)일방적 지불보증 및 지불한도 철회

지난해 10월 속초에 있는 D 정형외과의원에 교통사고 환자 전모 씨가 내원했다. D 의원은 S화재 담당직원으로부터 지불보증과 지불한도가 700만원이라는 통보를 받고 수술 및 입원치료를 시행한 후 진료비를 청구했다. 그러나 S 화재 직원은 사실 한도가 500만원인데 700만원으로 잘못 통보해 치료비가 초과됐다고 뒤늦게 딴소리를 했다. S 화재 측은 치료비 한도를 잘못 알려준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치료비는 지급하지 않았다.

이 경우 보험사는 처음 통보한 70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건교부가 지난 1999년 9월 29일 밝힌 유권해석(건교부 교안 91180-378)에 따르면 보험사는 진료비 지급의사가 없다고 통보하거나 지불보증 취소·철회를 알리기 이전에 진료행위가 이뤄졌다면 그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이러한 유권해석을 메모해뒀다가 보험사 직원에게 슬쩍 제시하면 대화가 원하는 방향으로 풀린다.

 

유형 5)진료비를 임의삭감하는 행위

앞서 사례 2에서 본 것처럼 손보사가 의료기관의 동의 없이 진료비를 삭감하는 경우다. 본지 취재 결과 손보사의 임의삭감 횡포는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어서 진료비 중 10% 정도를 삭감하는 것에 대해선 보험사와의 지속적인 관계를 고려해 그냥 넘어가는 의사도 많았다. 손보사는 의료기관의 의료법 위반이나 높은 입원율 등을 거론하며 강압적이거나 묵시적인 방법으로 동의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유형 1과 비슷하게 의료기관이 청구한 진료비를 임의로 삭감하고 금액을 통장에 입금한 후 의료기관에서 이의를 제기하면 담당자 휴가·변경 등을 이유로 지급하지 않다가 의료기관이 지쳐서 동의하도록 하는 악랄한 수법도 사용되고 있다.

현행법상 의료기관이 지급청구검토서 등의 내용에 따라 명시적으로 동의하거나 자보심의회가 삭감 결정을 하지 않는 이상 손보사가 마음대로 진료금액을 삭감할 수 없다. 만약 손보사가 이를 위반한 경우 최대 5000만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자배법 제40조 제1항). 임의삭감 피해를 입은 의료기관이 손보사를 상대로 과태료처분 신청을 하려면 관할 시·군·구청에 증거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시·군·구청의 자배법 담당부서 명칭은 교통행정과인 경우가 많으나 지자체마다 다를 수 있다.

  

자보 손보사 횡포를 고발한다' (하)편에서는 손보사가 진료비 2600만원 중 1500만원에 대해 환수를 요구해 입원실을 폐쇄한 한 정형외과의원장의 사례와 함께 현행 자보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 의협 자동차보험협의회장 인터뷰, 손보사 측 이야기 등을 실을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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