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9 06:00 (월)
고 이철(李鐵) 선생님 영전에

고 이철(李鐵) 선생님 영전에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7.08.21 10:22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하생 최동하(경북 포항·최동하외과의원) 재배(再拜)

고 이철(李鐵) 선생님의 영전에 삼가 옷깃을 여미고 고합니다.

선생님의 영전에 모여 머리를 숙인 저희 제자들은 선생님의 그 후덕하신 인품과 빛나는 유덕을 깊이 가슴에 새기며, 이제 하늘나라로 인도되신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선생님은 1922년 평안북도 선천에서 출생하시어 서울 배재중학교를 거쳐 1943년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시고, 평양연합기독병원에서 인턴과정을 마치셨습니다. 그 후 세브란스의전부속병원·신의주도립병원·부산시립병원을 거쳐 1950년 8월에 대구동산기독병원외과장으로 부임하시어 1971년 병원을 떠나시기까지 21년 동안 인생의 황금기를 오로지 동산병원의 발전과 후학 육성에 열성적으로 이바지 하셔서 오늘날 계명대 동산의료원의 터전을 마련하셨습니다.

선생님의 진지한 학구열과 생사의 갈림길의 위급한 극한 상황에서 담대하시고도 예리하신 판단력, 뛰어나신 수술의 기량은 실로 외과의로서의 재질을 선천적으로 구비하신 분으로 추앙하여 마지않습니다. 선생님은 1952년부터 3년간 미국 뉴욕주 빙햄턴 시립병원에서 일반외과 레지던트 수련을 마치고 귀국하시어, 한국 외과계 특히 영남지방 외과계에 선진 미국의 현대적 외과를 처음 소개한 선구자적 역할을 하셨습니다. 선생님은 외과 수술에 있어서 Halsted Technic의 철저한 신봉자이자, 실천가셨습니다. 1950년대 후반기부터 독자적으로 경피적 경간담도조영술을 시행하셨으며, Portocaval Shunt 및 Splenorenal Shunt를 한국에서 실시한 한국외과의 중 손가락 안에 드신 분입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올바른 수술전 처치와 정확한 수술법과 유암에 대한 Standard Radical Mastectomy의 소개, 이외 흉부외과의 수술 등 선생님의 많은 업적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습니다. 1962년에는 방광경을 이용하여 담도를 관찰하는 오늘날의 Choledochoscopy의 개념을 창의하시고 이를 그 해 <Annals of Surgery> 4월호에 발표하셨습니다.

선생님은 1962년 그 당시 대단히 어려웠던 ECFMG 시험에 합격하시고, 1963년부터 1년간 미국 달라스시에 있는 베일러대학교 메디컬센터에서 흉부 및 혈관외과 펠로우십 수련을, 1964년부터 2년간 텍사스 주립대학 사우스웨스턴의과대학 부속병원인 파크랜드 메모리얼 종합병원에서 흉부심장외과 레지던시 수련을 마치시고 위대한 포부를 안고 귀국하시어 한국 흉부심장외과의 발전에 많은 업적을 남기시리라 저희들은 기대하였으나 병원내외의 사정으로 그 끝을 맺지 못하였음은 그 누구보다도 저희들은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나 연세의대, 경북의대 및 한양의대의 외래교수로서 후진양성에 힘을 써 오셨으며, 1965년에는 <Archives of Surgery>에, 1968년에는 <The Journal of Thoracic and Cardiovascular Surgery>에 창의적인 새로운 논문을 발표하셨습니다.

동산기독병원 외과장 재직시 선생님의 가르치심을 받은 40여명의 문하생들은 한국 도규계(刀圭界) 각 분야에서 선생님의 뒤를 이어 오늘날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음은 매우 기뻐하여 마지않습니다. 선생님의 유창한 영어 회화에는 모두가 감탄해 마지않는 바였으며, 그 덕택으로 선생님 문하생들은 어느 정도 영어 회화를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동산병원 외과동문일동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이철 선생님이라는 거목이 자리 잡고 있으며, 그 밑에서 직접 간접으로 수련을 받고, 영향을 받은 외과의들은 언제나 선생님을 사모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엄격하신 면이 있었는가 하면 솔직담백하시고, 때로는 너무나 유화 자상하시어 우리 제자들하고도 잘 어울렸습니다.

병원내외적 사정으로 선생님은 동산기독병원을 그만두시고 10여년간 외과개원을 하신 후 노령에 일본 오키나와의 중앙총합병원(中央總合病院) 외과의장으로서 왕성하게 직접 수술 하시면서 젊은 외국의사들을 의욕적으로 가르치신바 있으며, 한국에 돌아오셔서 여생을 지내시다가 말년에 당뇨병 합병증이 도래하여 저의 문하생들과 유명을 달리 하게 되었음은 실로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지금은 참으로 가슴 아프고 야속한 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고 인생은 구름처럼 덧없다는 옛말에 기대어, 저희는 이 비통함을 달래어 봅니다. 만나면 헤어지기 마련인 것이 속세의 인연이요, 탄생은 죽음을 잉태하고 있는 것이 자연의 법도이기에 선생님은 우리의 곁을 떠나가셨습니다만, 선생님의 공덕과 온후한 성품은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길이길이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남겨두고 가신 이 험난하고 가파른 세월을 감당하고 개척하면서 살아가야 할 저희들의 귀감으로서 선생님은 저희들과 늘 함께 계시리라 믿습니다.

이제 하늘나라에 임하신 영령이시어, 부디 고이 잠드시옵소서.

2007년 8월 15일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