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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의학발전에 있어 국제협력의 역할

시론 의학발전에 있어 국제협력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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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8.1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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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태준(대한의사협회 명예회장)

한국에서의 신경외과학이 불과 50년 만에 임상과 교육 양면에서 국제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음은 참으로 놀랄만한 성과라고 평가하고 싶다. 이는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국제교류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 현대의학이 도입된 지 120년이 채 지나지 않았고, 정치적 격동기와 한국동란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겪으면서도 신경외과학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젊은 외과의사들이 미국의 일류 병원에서 연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또 이들이 귀국 후에 신경외과학을 임상에 적용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던 점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였다 할 것이다. 그후로도 계속된 활발한 국제교류를 통해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음은 행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쟁은 역사적으로 외과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한국동란 역시 외과학과 마취학·임상병리학 등에서 괄목할 만한 변화를 불러왔다. 뇌·척추(Brain and Spine) 등의 총상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경험이 없었던 한국군의관들을 급조로 훈련시킬 필요가 있어 미국 군의관이 야전병원에서 연수과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하루 종일 진행된 수술은 두부와 척추 손상의 외과적 치료의 경험을 얻게 만들었으며 우리나라 신경외과 창조자들을 배출하게 되었다.

그러나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의 의료제도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고  특히 Malpractice 소송의 확대와 Managed Care 의 도입은 외국인 의사를 위한 연수 기회를 제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하게 되었다.

필자는 당시 여러 기관, 특히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을 방문해서 의학연수 기회의 제한은 지금까지의 노력과 성과를 무너뜨릴 우려가 있음은 물론, 미국산 의약품과 기구에 익숙해 있던 한국의 의료현장에도 변화를 초래한다는 점을 역설했던 기억이 난다.

의학분야에 있어 국제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나는 기념식 연설에서 앞날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선진국과의 교류, 특히 연수의 기회를 젊은 의사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학교 당국과 과장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거듭 부탁하였다. 연수교육을 위한 병원 선택에 있어서도 해당 기관의 개방성과 국제교류에 대한 관심을 깊이 고려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나는 이어서 서양의학 도입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한국의 의료문화와 환경을 존중하는 전통을 지켜나가기를 부탁하였다. 동양에서는 의학을 가리켜 인술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는 의학이 윤리와 도덕을 기본으로 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동양에서건 서양에서건 그 기본에는 차이가 없겠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다소 다른 점도 없지 않다고 본다.

의사화 환자와의 관계에서도 서양에 비해 장점과 단점을 같이 지니고 있다. 지나치게 과학적인 발전으로 인한 기계적이고 냉정한(cold) 의료의 단점도 있지만 따뜻한(warm) 인간 관계가 조성되었으면 한다. 근래에 우리들이 보는 managed care의 단점은 절대로 피하였으면 하는 생각이 우리 사회에 강하게 퍼져 있다.

결론적으로 반세기에 걸친 놀라운 발전에는 선진국 의료지도자들의 기여와 우리 의료진의 끊임없는 노력과 더불어 많은 환자들의 협조에도 감사해야 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끝으로 나와 돈독한 관계를 맺어온 수많은 의사들에게 부탁의 변을 남겼다. 의사가 만일 물질적인 보수에 중점을 두게 되면 그 인생은 아름답지도 못할 것이고 가치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물질적인 보수보다도 인간의 질병을 치유할 수 있는 기회에 만족하고 이에 보람을 느껴야 존경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였다.

우리 사회에서는 현재 너무나 물질만능의 풍조가 강하게 불고 있다. 의사 사회에서도 이런 경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의학 교육의 개선, 의사가 되기까지의 성숙도의 강조 등이 요청될 것이다.

국제교류의 성과에 감사하고 이를 여러 측면에서 증진해나가고 있는 세계의사회의 역사적 공헌도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국제교류 측면에서 이룩된 빛나는 성과와 같은 긍정적인 역사의 흐름을 생각하니 이 지구가 더없이 아름다워보인다.

※ 본 내용은 신경외과학 도입 50주년을 기념 강연으로 일본의사회 영문저널인 <JMA Journal>(2007년 8월 1일 발행) 에 게재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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