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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행정법원 '비만치료' 판결의 의미

시론 행정법원 '비만치료' 판결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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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8.1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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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두륜(대외법률사무소 변호사)

지난 7월 2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 2부가 비만치료도 건강보험 적용대상이 된다는 판결을 선고하면서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곳은 역시 보건복지부이다. 보건복지부는 "비만은 그 양태가 다양하고 질병의 진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되므로 비급여 대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 등의 질병치료는 현재도 보험급여가 되고 있고, 이번 판결도 동일한 맥락으로 판단한다"면서 위 판결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보건복지부는 "향후 비만진료를 비급여 대상으로 명시하거나, 반드시 비만치료가 필요한 대상을 선별해 급여대상으로 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해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비만치료가 건강보험의 적용대상이 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환영을 하면서도 당사자인 원장의 허위 청구 사실은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비만치료를 하면서 실제 하지도 않았던 위염 및 십이지장염·속쓰림· 소화불량·구역 및 구토·기타 철결핍성 빈혈 등의 상병을 기재하고 위 상병에 따른 진료비를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여 지급받은 것은 '부당청구'에 해당함을 서울행정법원이 인정하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서 두 가지 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비만치료를 건강보험 급여대상으로 인정하고 있는지 여부이고, 두 번째는 과연 당사자인 윤 원장이 허위청구(또는 부당청구)를 하였는지 여부이다.

의학적으로 비만은 비정상적인 체지방의 증가로 인하여 대사 장애가 유발된 상태를 말한다. 다양한 요인들이 비만을 초래하고, 비만은 매우 다양한 질명을 유발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비만은 병이고 그것도 장기적인 투병이 필요한 질병'이라고 언급하면서 적극적인 치료를 권장하고 있다.

한편 국민건강요양급여기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한 비급여대상 이외에는 전부 급여대상이다. 국민건강보험요양급여의기준에관한규칙 제9조 제1항 [별표 2]에서는 비급여대상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는데 비만은 위 기준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비만 치료는 건강보험 급여대상이다. 다만, 업무 또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단순비만으로서, 단순히 미용이나 체형 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비만관리를 비급여대상에 해당된다. 따라서 비만치료가 급여대상에 해당된다는 법원의 판단은 보건복지부의 주장대로 새로운 것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비만치료가 좀처럼 급여대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의료기관은 기존 질환에 대한 치료와 함께 비만 치료를 병행 실시하는데, 보통 기존 질환에 대한 치료는 급여대상으로, 비만 치료 부분은 비급여대상으로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진료비도 따로 지급받는다. 이러한 경우에 심평원은 대부분 부당청구로 판단한다. 부당청구로 판단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해당 환자가 "비급여대상인 단순비만 환자였다, 진료비를 이중으로 청구하였다, 비만 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질환은 건강보험이 적용될 수 없다"는 논거들이 그것이다. 급여와 비급여 진료를 동시에 실시하였을 경우 그에 대한 진료비를  어떻게 인정할 것인가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일 수도 있지만, 심평원의 요양급여기준과 비만의 질병성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에 발생하는 면도 적지 않다고 본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윤 원장은 청주에서 주로 위장 장애, 당뇨와 관절염 등 만성질환 환자를 치료해 오고 있다. 그런데 비정상적으로 비만인 환자들이 있었고, 이들에 대해서는 기존 질환에 대한 치료와 병행해서 비만치료를 실시하였다. 예를 들어, 어떤 여성 환자는 발목을 다쳐 깁스를 한 채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체중이 20Kg 가까이 증가하였고, 퇴원 후 비만치료를 받기 위해서 윤 원장을 찾아왔다. 병원 입원중 항생제를 장기 복용하여 소화기 장애가 심하였고, 윤 원장은 비만치료와 함께 위장약을 처방하였다. 소화기 장애에 대해서 위장약을 처방한 것은 건강보험급여대상이므로,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것이다.

그런데 건강보험 현지조사 때 조사자들은, 윤 원장이 단순비만 환자들에게 식욕억제제 등을 처방해 위장장애가 발생하여 위장약을 처방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리고 당시에 비만치료를 받은 모든 환자들에 대해서 진료비가 부당하게 청구된 것으로 보고, 진료비 환수 및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은 비만치료가 건강보험의 적용대상이 되며, 비만 환자들에게 건강보험으로 원외처방전을 발행한 행위는 정당하다고 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다만 윤 원장이 비만치료를 하면서 실제로 하지도 아니한 상병명(위염·속쓰림·소화 불량 등)을 기재하고 그에 대한 진료비를 청구한 것은 비만치료가 급여대상이든 비급여대상이든 간에 '부당청구'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위 판결의 정당성 여부는 앞으로 항소심에서 다투어질 것이므로, 여기에서는 더 이상의 언급은 자제하기로 한다. 다만,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 사건의 당사자인 윤 원장은 진료비를 과다청구할 목적으로 일부러 부당청구를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비슷한 이유로 행정처분을 받은 다른 의사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한다. 이 사건은 비만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에 있어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쟁점을 다루고 있어서, 앞으로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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