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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년회장 선거

학년회장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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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7.1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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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애경(서울 강서 서울가정의학과의원)

아들 녀석이 들어간 중학교에선 학기 초 낯선 환경에서 처음 학급회장 선거가 치러졌고 얼마지나지 않아 학년회장 선거가 있었다.

평소 엄마 역할을 제대로 못하던 필자는, 열일 제쳐놓고 밤잠을 설쳐가며 아들의 선거운동 포스터와 피켓을 함께 만들었다. 기호 2번, XXX. 사진을 넣고, 학교를 위한 봉사, 선후배의 정을 돈독히 할 것과 열심히 봉사하겠다는 등의 내용도 담았다.

마침내 학년장 선거일이 되었다. 결과는 참패였다. 초등학생때까지 선거에서 늘 당선되었던 녀석은 뜻밖의 결과에 잔뜩 풀이 죽었다. 며칠 뒤 녀석은 패배의 원인이 공약에 있었다고 스스로 분석했다. 아이의 말을 들어보니, 학년장이 된 친구는 "화장실에 건조기를 설치하겠다", "탈의실에 라커룸을 놓겠다"는 등의 구체적인 공약을 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이제 중학생이 된 녀석들에게는 이런 공약이 나름대로 호소력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어떤 방법으로 공약을 실천할지 의심스럽기도 했다. 3개월이 지난 지금, 학교 화장실에 건조기는커녕 여전히 종이 타월도 생길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친구들도 툴툴거린다고 한다.

아직은 말뿐이었던 공약이 아이들에게 의문과 실망을 주는 모양이다.  바야흐로 의협도 때아닌 선거철을 맞았다. 전 회장의 불명예스런 퇴진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바닥에 떨어진 의사의 위상이나 각종 제도적 압박 등으로 마음마저 어지럽고 불안한 지금의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져본다.

같은 소속의 학회라는 이유로, 지역이나 집단의 이익을 같이 한다는 이유로, 선후배의 부탁으로 정말 소중한 한 표를 또 생각 없이 던져 버리기엔 우린 지금 너무 지쳐있다. 갈수록 힘든 현실과 보직에 오른 의사들의 정치가다운(?) 목불인견의 행태들에 실망하고 지쳐, 때론 의협이든 선거든 아무것에도 마음쓰고 싶지 않은 무관심이 생겨날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린 이미 대충하던 적당한 투표로 실패를 경험하였을 뿐 아니라 더이상 갈 곳이 없을만큼 절박한 상황에 와 있다.

이제 사소한 공약 하나에, 학교나 고향 선배의 말에 더 이상 흔들릴 수만은 없다. 냉철한 가슴과 날카로운 시선으로 매순간 눈뜨고 깨어야 할 것이다. 후보자들 또한 진정 의사 사회를 위한다면 당장 눈앞의 득표를 위해 무리한 공약만 남발해서는 안 될 것이며, 대의를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임했으면 좋겠다.

불안하고 어지러운 시절을 함께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바닥까지 떨어진 의사들의 사기를 높여주고 흩어진 관심을 모아 단합을 꾀할 수 있는 회장이 필요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우리는 소중한 권리를 반드시 올바르게 행사해야만 한다.

지금도 학년장의 공약이 실행되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는 저 아이의 모습이 다가올 우리의 미래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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