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9 09:00 (월)
숲과 나무

숲과 나무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7.07.10 16:01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승수(국립의료원 공보의)

성숙한 열린사회에서는 어떤 제도나 행위가 고정불변 한 것으로 간주되지 않고 필요에 의하여 얼마든지 변경될 수 있는 약속의 체계에 불과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므로 문제의 발생을 감추고 통제하는 것보다 발생한 문제의 해결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 대응하며 바꿔나가는 방법은 미시적인 관점에서의 문제 해결이라 할 수 있다. 효과가 가시적이고 즉각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많이 선호되고 있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는 같은 문제의 재발이나 큰 흐름에서 오는 문제의 악화에 대비할 수는 없다. 구조적인 원인을 파악해 개선해 나가는 방법은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문제 해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문제의 재발을 막고 구조적인 원인에서 오는 다른 문제들의 발생까지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고 개인 차원에서는 시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의 피해 자체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인 경우도 있다. 바람직한 문제 해결방법은 문제의 성격과 위급한 정도에 따라서 양 방법을 절충해서 찾아야 할 것이다. 나무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숲도 봐야한다는 얘기다. 이번 신규공중보건의사 배치 오류 사태도 같은 맥락에서 접근을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신규 공보의가 입은 피해에 대해서는 보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복지부 관계자의 책임있는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3일간의 직무 교육과 단 한번의 시험으로 3년간 근무할 지역이 정해진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현 상황과 그에 대한 개선책이 없다는 것과 국가에서 주관하는 시험이니 만큼 전 과정이 투명하리라는 믿음에 대한 배신감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곪아왔던 문제가 이번에 터지긴 했지만 신규공중보건의사 배치 시험 관련 문제는 해마다 제기됐던 일이다. 관계자 몇 명이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열악한 구조로는 해마다 이같은 사상초유의 사태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시험문제의 출제 및 관리에 있어서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일할 수 있는 다수의 출제 위원 및 운영 위원들을 따로 뽑아서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나 대한의사협회와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시험과정을 주관하게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3년간의 근무지가 단 한 번의 시험을 통해서 결정되는 것이기에 신규공중보건의사에게 이 배치시험의 의미는 매우 크다. 의사국가시험이나 전문의 시험 때는 밤을 새지 않지만, 신규 배치 시험을 위해서는 밤을 새고 코피를 흘려가며 공부한다는 얘기들도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에서는 신규배치 공중보건의사들의 첫걸음이 열악한 구조에 발생하는 시험 및 배치에 관련된 오류로 얼룩지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앞으로도 신규공중보건의사 배치 과정의 구조적인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