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8 12:22 (일)
부처간 불협화음에 환자만 '피해'

부처간 불협화음에 환자만 '피해'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7.07.03 18:2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쪽에선 '필수약'…한쪽선 '허가취소'
저가약 사라져 환자 부담금 16배나 급증
복지부·심평원·식약청 책임 떠넘기기 빈축

정부부처간 손발이 맞지 않아 병의원에서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중요한 의약품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16배나 비싼 수입약을 써야하는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관련 부처는 자신들의 업무가 아니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절박유산이나 불임환자에 사용하는 필수약 '푸로게스트주'의 판매사 삼일제약은 지난 3월부터 이 약의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보험약가가 너무 싸 원가보전이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값싸면서 흔히 사용되는 약이 사라지자 일선 산부인과 병의원은 혼란에 빠졌다. 유사한 효능을 가진 다른 약이 있긴 하지만 쓰기 불안한 데다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약이 복지부가 지정한 퇴장방지의약품이란 사실이다.

정부는 제약사들이 생산을 꺼리는 의약품이지만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해, 원가를 보전해주면서 생산이 이뤄지도록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식약청은 이 약이 퇴장방지의약품이란 사실조차 모르고 삼일제약의 자진허가취하 신청을 받아들였다. 허가가 취소되자 심평원도 이 약을 '급여삭제'했다.

이 과정에서 이 약이 퇴장방지의약품인지 확인하는 절차는 어느 곳에서도 이뤄지지 않았다. 심평원 관계자는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일 아니냐"며 "식약청에서 걸러 줘야 할 일"이라고 떠넘겼다.

하지만 식약청측은 퇴장방지의약품 관리는 복지부 소관이므로 식약청은 해당 '리스트'를 확인할 의무가 없다는 설명을 했다.

복지부측은 또다른 의견을 내놨다.

법적으로 제약사가 퇴장방지의약품 생산을 포기하겠다면 강제로 막을 수는 없다고 했다. 반드시 필요한 약이므로 정부가 관리하겠다는 본래 취지와는 사뭇 다른 해석이다.  

그러는 사이 일선 병의원에선 대체약을 찾느라 골머리다.

이 약과 유사한 약이 있지만 성분이 약간 다르다. 효과에 대한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쓰고 있지만, 가격이 10배 가량 비싼 데다 최근에는 이마저도 회사측 사정으로 수입이 중단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최근엔 한 도매상이 또 다른 약을 수입하기 시작했다. 성분은 같지만 이번엔 가격이 16배나 비싸졌다.

게다가 보험급여도 되지 않는다. 현재 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므로 회사측이 굳이 급여를 신청해 싼 가격에 팔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퇴장방지의약품' 1개 품목이 사라지면서 시장상황이 엉망이 된 셈이다.

한편 시술비용이 높아지자 이번엔 비난의 화살이 애꿎은 의사에게로 향했다. 의사들이 싼 약을 놔두고 비싼 수입약을 처방해 환자부담이 높아졌다는 모 방송 보도 때문이다.

대한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 관계자는 보도 내용에 대해 해당 언론사에 항의하는 한편, "퇴장방지의약품이라고 선정만 해놓고 유명무실하게 관리하는 일이 앞으로는 없어야 할 것"이라며 정부에 보다 세심한 관리를 촉구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