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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분명처방..."이래서 안된다"

성분명처방..."이래서 안된다"

  • 조명덕 기자 mdcho@kma.org
  • 승인 2007.06.19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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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진료권 침해...생동조작사건이후 복제약 신뢰 저하
WMA "성분명처방에 대한 의사 저항은 당연" 규정

▲ 정부의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 계획이 알려지면서 의료계의 반대가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이촌동 의협 회관에 걸린 성분명처방 반대 현수막.

2002년 대통령선거에서 노무현 후보가 성분명처방·대체조제를 공약으로 내세운 후 대한의사협회가 지금까지 줄기차게 부당성을 지적하고 철회를 요구했으나, 최근 보건복지부의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이 구체화되고 있어 의료계의 우려와 반대 열기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대통령공약이라는 미명과 건강보험 재정절감을 목적으로 추진되는 성분명처방이 도입될 경우 국민건강과 의료체계에 미치는 문제점을 분석했다.

"성분명으로 하라"…의사 진료권 침해 행위

현행 약사법은 성분명이든, 제품명이든 의사가 선택적으로 처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획일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의료 선진국들도 성분명처방을 허용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를 강제하지는 않으며, 세계의사회도 1989년 '성분명처방 제도화에 대한 성명'을 통해 의사가 성분명처방 제도에 저항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약국의 임의조제 관행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의약품까지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질 경우 임의조제의 가능성과 이로 인한 국민건강 위해성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복제약 동일 약효 나타낼 지 의문 

한편 성분명처방은 각 제약회사에서 생산되는 동일한 성분의 의약품이 동일한 약효를 내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나, 실제로 생물학적동등성(생동성)을 통과한 의약품을 사용해도 치료실패나 독성발현의 사례가 수시로 보고되는 현실에서 각 제약회사의 의약품이 동일한 약효를 나타낼 수 있을지 그 자체가 불확실하다는 점도 큰 문제로 꼽히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의약품의 생동성 확보 및 제약산업의 성숙을 조건으로 성분명처방 등을 권고하고 있기도 하지만, 국내에서는 선진국 수준의 엄격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생동시험 조작 파문 등 복제약 신뢰 어려워 

이와 함께 생동성 시험의 질에 대한 불신도 성분명처방을 공감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4월 발생한 생동성시험 조작사건 파문에 이어 올해 2월 대한의사협회 생동성 인정품목 재검증 사업에서 5개 품목 가운데 3개가 동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복제의약품에 대한 의사와 환자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성분명처방을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발상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생동성시험 조작파문과 관련,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거나 검토가 불가능한 576개 품목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 줄 것을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식약청이 이를 거부해 행정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식약청은 감사원의 행정처분 요구도 수용하지 않았다.

한편 4300여개 생동성 인정품목중 실제 생동성시험을 시행한 품목은 1200여개 뿐이며, 나머지는 위탁생동과 공동생동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나마 위탁생동과 공동생동 제도는 법리적인 근거가 불충분하거나 전무해 최근 위탁생동은 폐지되고 공동생동 2개로 제한하도록 개정된 바 있다.

특히 오리지널의약품과 복제의약품 간의 대체조제보다 복제의약품과 복제의약품을 대체조제할 경우 안전역이 좁은 약물에서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이는 약계의 인사도 인정한 부분이다.

투약이후 환자의 생리·병리상태 알기 힘들어

더욱이 의사와 약사의 근본적인 차이 가운데 하나는 약사는 약의 조제에서 끝나지만, 의사는 약의 조제는 물론 투약이후 환자에게 발생되는 생리적·병리적 상태를 추적관찰하고 그 책임을 지고 관리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분명처방 제도가 도입되면 환자가 복용하는 약의 효능에 대해 의사가 관리하거나 책임질 수 없게 되며, 약화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소재를 물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결국 성분명처방은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약화사고의 불안감으로 인한 진료의 차질이 우려되며, 의사와 환자 사이의 불신을 초래해 치료효과가 감소될 것이 자명하다.

재정적으로도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주범으로 고가약 처방을 내세우고 있으나, 대체조제 활성화를 위해 복제의약품의 가격을 오리지널 의약품의 80%까지 인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약제비 절감효과에 물음표를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성분명처방 및 대체조제로 인한 부작용 및 치료실패로 추가되는 2차 의료비용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허점도 노출하고 있다.

한편 의협은 이같은 문제점을 중심으로 신문광고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성분명 처방의 부당성을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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