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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쉬하다 의사탓 여론호도

쉬쉬하다 의사탓 여론호도

  • 김영숙 기자 kimys@kma.org
  • 승인 2001.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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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료보험공단 박태영 이사장이 지난 12일 전국 지역본부장 및 전국 지사장 연석회의 석상에서 올 의료보험재정적자를 3∼4조원으로 예측하고 5∼6월경 진료비 지급불능사태 및 임직원 인건비 지급 마저도 불확실하다고 공식발표하면서 파탄상태에 이른 보험재정에 대한 그동안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이날 이후 언론은 보험재정 적자 문제를 대서 특필하고, 당정은 대책 마련을 한다며 연일 부산을 떨고 있다.

보험재정의 바닥이 확인되면서 이를 보도하는 언론들은 현 사태가 의약분업 실시로 세번에 걸쳐 23.27%라는 대폭적인 보험수가 인상으로 보험급여비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에 재정 파탄이 일어났다며, 재정파탄의 책임을 의사들에게 몰아가려 하고 있다. 여기에는 정부 및 보험자의 시각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2일자 조간을 엠바고로 정하고 진료내역 통보 확대 개선(월 진료건수의 10%인 500만건) 및 수진자조회 강화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으며, 올해 들어 보건복지부는 실사강화와 같은 효능일때 저가약을 두고 고가약을 쓰는 의사들의 진료비를 삭감하겠다는 방침을 대대적으로 발표하면서 보험재정이 의사들의 부당청구 및 과다청구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는데 열심이었다.

현재 보험재정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당정이 마련하고 있다고 알려진 각종 처방도 이 시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선정보건복지부장관은 최근 이한동 국무총리에게 건강보험 재정난 타개방안으로 “건강보험 적자 중 2조원은 진료비 청구에 대한 심사강화와 주사제 의약분업 제외 등으로 절감이 가능하고, 나머지 2조원은 현재 건강보험 잔액과 보험료 인상, 차입 등으로 메워 나갈 계획”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당이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적자 타개안도 의료공급자 쪽의 지출을 막겠다는 안이 상당히 들어있다. 의사와 약사 1인당 진료 및 조제환자수를 40∼50명선으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급여비를 상당부분 삭제해 지급하겠다는 안, 건강보험공단에 실사업무를 부여하겠다는 안이 나오고 있다.



사실 건강보험공단은 그동안 실사업무를 호시탐탐 노려왔는데 이번 재정위기를 호기로 삼아 실사업무를 맡으려는 의도를 확연히 드러내고 있다.

16일 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 및 요양급여 변화 추이 자료발표에서 건강보험재정 적자 4조원은 보험수가 인상분(1조8,200억원), 고가약 처방 증가분(7,000억원), 병·의원 외래 환자수 증가(6,800억원), 본인부담금 조정분(5,450억원) 등으로 의약분업로 인한 추가지출로 생기는 적자임을 밝혔다. 또 올해 건강보험 재정 수입을 10조3,817억원(전년 대비 14%증가), 지출을 14조3,531억원(전년대비 42%)로 추산, 올 적자액을 3조9,714억원으로 예상했다.

지난 14일 현재 건강보험공단에는 6,740억원(지역 1,028억원·직장 5,712억)이 남아있어 지역의보에 대한 국고보조금 전액을 2분기에 배정받는다 해도 직장의보는 5월, 지역의료보험은 7월에 바닥이 난다.

호들갑을 떨며 사회적 문제로 부각시키고 있는 보험재정 파탄은 충분히 예견되어 온 일이다. 정부의 수입은 고려하지 않은 선심성 급여 확대정책으로 지출요인이 최근 몇년동안 꾸준히 증가되어 왔다. 연간 180일간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기간제한이 철폐되어 365일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고, CT 적용, 65세 이상 진료비 경감 및 100만원 이상 고액진료에 대한 본인부담금 보상금제도, 산전진찰의 급여대상 포함 등으로 보험료 수입대비 지출이 100대117로 보험재정의 불균형 상태는 지속되어 왔다.



더욱이 정부는 의약분업을 어떻게든 강행하겠다는 충정(?)에서 의약분업의 실시에 따른 추가적 재정부담을 알면서도 분업실시 한달 전에야 이 사실을 인정하는등 재원문제를 무시했고 그 결과 내리막길을 걷던 보험재정이 급속도록 소진해 버린 것이다.

수가 인상 때문에 보험 재정이 망가졌다는 정부 및 언론의 편향된 시각 아래 간과되고 있으나 보험 재정 파탄의 책임은 통합과정에서 보험료를 적기에 올리지 못한 부분이란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과거 보험통합 논의 때 지역의료보험의 적자를 직장의보가 떠안을 것이란 주장이 있었는데 현재의 적자 위기는 직장의보가 더 심각한 상태다.

2년여간의 급여비에 해당하는 2조2,000억원(98년)에 이르는 직장조합의 적립금이 통합과정에서 해이하게 운영·사용되면서 급속히 소진됐고, 의료보험은 단기보험 성격인 만큼 지출에 맞춰 보험료율을 그때 그때 인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적립금에 대한 과신으로 통합 전 보험료율을 떨어뜨리고 보험료 인상의 적기를 놓쳐왔다. 가까스로 지난해 12월 지역가입자에 대해 15%의 보험료를 인상하고 올 1월 직장가입자의 보험료율을 2.8%에서 3.4%로 인상했지만 상반기를 넘기지 못하고 결국 문제가 터져 나왔다.

정부는 현재 직장의료보험료를 20%정도 인상하는 안을 검토하고 지역의료보험의 경우 국고보조금을 전액 2분기에 배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보험료 인상이나 국고보조만으로 예상되는 적자를 메울 수는 없으며, 이미 발표된 바 처럼 진료내역통보, 수진자내역 조회를 비롯한 공급자쪽 지출요인을 억제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진찰료와 원외처방료 통합, 포괄수가제 도입, 의료기관 종별 수가 차등도 당정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다.



정부에 의해 호도된 언론의 정서는 `의약분업으로 촉발된 의료대란에서 의사들에게 퍼주기식 협상을 했기 때문에 보험재정이 부실해 졌다', `의사들이 약효가 같은 저가약을 놓고 고가약을 써서 약제비가 증가했다' 등으로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의약분업이 재정부담을 가속화시킨 것은 사실이다. 의료계와 지각있는 보건경제학자들은 의약분업으로 인한 추가 재원 발생(최소 1조5,000억원)을 누누이 강조했으며, 재정 뒷받침이 안되면 의약분업의 실패는 물론 의료보험재정의 부실을 지적해왔다.

의약분업을 반드시 국민의 정부 임기안에 성취하겠다는 충정(?)으로 이 사실을 감추고 간과한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급기야는 `수가를 인하하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상태로 의료공급자 쪽으로 책임을 미루려는 것은 올바른 처방이 아니다.

의료공급자를 희생양으로 삼아봤자 보험재정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벗어날 수는 없으며, 정부는 재정 안정을 위해 공급자 쪽에서 할 수 있는 방안들은 서로 논의해서 접점들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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