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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전달' 시스템을 갖추자

'정보 전달' 시스템을 갖추자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7.05.2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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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중(조선일보 기자)

1979년 미국 동북부 펜실베니아주 드리마일섬에 있는 원자력발전소에 사고가 발생했다. 핵연료가 파괴되면서 방사성물질이 외부로 유출된 것이다. 이 사고로 미국은 발칵 뒤집어졌다. 언론들은 앞다투어 향후 수 년간 이 일대에 풀 한포기 자라지 않을 것이고 전망했다. 또 인근 주민 중에는 백혈병 등 방사성 노출로 인한 암 환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로 인해 원전 주변 주민들은 대거 긴급 대피를 하는 소동을 벌였다.

드리마일 원전 사고는 이처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지만, 실제로는 인근 주민이나 환경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원자로속의 핵연료가 녹아 방사성물질이 많이 방출됐으나 외원전 외부로는 누출되지 않았다. 원자로 보호막 격납 밀폐 용기 속에 안전하게 갇혀 있었다.

원전 부근의 공기나 지하수 등을 채취해서 분석을 해 본 결과, 전혀 방사선에 오염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이 사건은 오히려 미국 원전이 만에 하나 사고가 나더라도 안전하게 설계됐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가 됐다.

그럼 왜 당시 언론은 마치 난리가 난 것처럼 오도된 호들갑을 떨었을까. 그들 나름대로 전문가의 분석을 곁들여 예측한 보도인데도 말이다.

미국과학자협회는 언론의 잘못을 탓하면서 왜 그런 일이 생겼는 지를 철저히 분석했다. 가장 큰 원인은 기자들이 제대로 된 전문가를 찾아가 취재하지 않았다는데 결론이 모아졌다. 원전 사고는 아주 복잡하고 전문적인 분야임에도 원자력에 대해 일반적 지식을 갖은 교수들을 기자들이 만난 것이다. 거기서 나온 코멘트들이 언론을 통해 그대로 대중에게 전달됐다. 그럼 왜 기자들은 그들만을 정보원으로 썼을까. 이같은 긴급한 상황에서는 누가 어느 특정 세부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인지를 제대로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과학자협회는 과학분야 전문가 목록을 만들어 언론사에 배포했다. 어느 분야에 누가 전문가인지를 명시하고, 그 사람의 연락처 및 집 전화번호까지 목록에 명시했다. 무슨 일이 생기면 기자들이 제대로 된 전문가를 찾아 물어보라는 뜻이다. 전화는 수신자부담으로도 할 수 있게 했다. 전문가들에게는 언론의 취재 요청이 오면 24시간 언제 어디서든 응대하도록 의무화 했다. 이것을 최근에는 인터넷에도 올려놓아 기자들이 항상 검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사들을 만나보면 언론이 다루는 의료정보나 의료 관련 기사에 부정확한 것이 많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일부 보도에서는 그런 면이 있는 것도 사실 이다. 언론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그같은 문제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더욱이 잘못된 의료정보는 개인의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물론 정확한 사실을 전하려는 기자의 개인적 노력이 우선이겠지만, 의료정보를 공급하는 의료계의 역할도 크다고 본다. 의료계가 미국과학자협회 처럼 적극적으로 나서서 언론에 정확한 정보와 코멘트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려고 노력했는 지를 돌아봐야 한다.

기자로서 미국 등 선진국 해외취재를 하다보면, 의사들이 언론을 대하는 자세가 너무나 진지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동양의 조그만 나라, 한번도 들어보지도 못한 신문사의 기자가 왔는데 뭐 그리 반가우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하나라도 더 정확하게 알려주려고 노력한다. 전문가 그룹이 대중에게 정확하고 최신의 정보를 알리는 것은 전문가 그룹의 사회적 책무라는 것이다.

의사들 입장에서 상당수의 언론 기사와 보도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불평만 할 것인가. 우리도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정확 한 의료정보가 전해지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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