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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의무 신설 "환자 불신 조장"

설명의무 신설 "환자 불신 조장"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7.05.02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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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현실 외면 VS 시대 변화 수용···'간극 여전'
의료와 사회 포럼 '설명의무 법제화' 집중 조명

▲ 이국재(오른쪽) 전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장이 좌장을 맡아 의료와 사회 포럼 17차 쟁점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의료법 개정을 통해 신설하려고 하는 '의사의 설명의무' 조항이 의료현실을 외면하고 있을 뿐 아니라 환자의 불신을 부추겨 치료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의료와 사회 포럼·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건강복지사회를 여는 모임은 28일 오후 4시 서울대 암연구소 이건희홀에서  제17차 토론회를 열고 '설명의무 법제화의 가능성과 한계'에 관해 집중조명했다.

포럼을 주최한 박양동 의료와 사회 공동대표는 "실제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환자의 권익을 높이기 위한 포괄적 설명의무가 필연적 갈등을 유발해 환자의 근심을 높이고,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불신을 초래하는 부정적인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설명의무에 대한 도덕적 책무를 법적 의무로 부과하는 것은 환자와 의사 사이의 신뢰에 악영향을 주고, 정의로운 사회에 역행하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김나경 고려대 법학연구원 연구원은 '설명의 의무에 대한 고찰' 주제발표를 통해 "의료행위의 지향점은 의사와 환자의 상호 이해와 협력을 통해 치료의 목표에 가장 잘 도달하기 위한 과정"이라며 "필요한 모든 설명을 법적으로 의무화 하고, 의사에게 이에 대한 책임을 부담토록 하는 것은 의료의 현실을 외면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의사의 방어진료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연구원은 "추상적인 방식으로 규정돼 있는 설명의무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직접 근거할 경우 명확성과 비례성의 헌법 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 법적 타당성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 법 또는 이 법에 따른 명령을 위반할 때'라는 일반조항을 마련해 면허정지 사유를 무제한적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놓은 그 자체로 법적 타당성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곽명섭 보건복지부 의료정책팀 사무관은 "설명의무 개정 취지는 충분히 설명을 듣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시대적인 변화를 수용해 신설한 것"이라며  "실무작업반에서 개정안을 만들 때 의사측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행정처벌이나 제재를 할 수 없도록 일반조항이 아닌 선언적인 총칙에 설명의무의 내용을 담게 됐다"고 설명했다. 곽 사무관은 "선언적인 총칙을 위반했다고 해서 법적인 제재를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의료법 시행령·시행규칙을 비롯한 하위법령으로 제재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설명의무로 인한 행정적인 제재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정토론에 나선 전현희 대외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설명의무 위반을 했을 때 이미 가혹하리만치 민사·형사상으로 법적인 제재를 받게 되어 있다"면서 "설명의무는 의료행정법이라고 할 수 있는 의료법에서 규정하는 것은 법리상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 변호사는 "의료과실에 대한 판단을 하기 어려운 법원에서는 단 10분을 치료하기에 앞서 2∼3시간 가량 충분히 환자에게 설명할 것을 요구할 정도로 지나치게 설명의무를 강조하고 있다"면서 "의사들도 설명의무의 중요성에 대해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형욱 사법연수원 연수생(전 연세대 의료법윤리학과)은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한 학기 정도 강의를 받아야 할 정도로 방대하다"면서 "지금부터라도 의학교육·수련·보험제도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장동익 공주교대 윤리교육과 교수·이충헌 KBS 의학전문기자 등도 의료법에 설명의무를 명시할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며 의대 교육 개선·설명에 대한 수가 반영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위원은 "사회적으로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더욱 강조되고 있음에도 의사들과 환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지 않고 이에 대한 교육과 경험도 부족하다"면서 "사회가 요구하는 설명의무를 법에 반영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경환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윤리적인 비난은 가능하지만 행정적인 처벌을 할 수는 없다"면서 "진료상 주의의무와 설명의무는 개념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의료법에 설명의무를 신설할 것이 아니라 보건의료기본법상의 자기결정권을 국민에게 홍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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