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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세금계산서까지…제약영업 도를 넘었다

가짜 세금계산서까지…제약영업 도를 넘었다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7.05.01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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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사업자등록증 구해 직인 위조한 계약서 작성
'실적에 압박'…원장도 모르게 주문·결제 처리
전문약 외부 유통 땐 병의원 분쟁에 휘말릴 수도

일부 제약사들이 단기 실적을 위해 사용하는 소위 '밀어넣기' 관행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밀어넣기' 혹은 '오시우리'라고 하는 이 관행은 병의원에 의약품을 납품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실적을 올리고, 마감 집계가 끝나면 반품처리하는 방법을 말한다.

주로 병원측 동의하에 안면 있는 영업사원의 '편의를 봐주는' 식으로 진행되지만, 일부에선 병원 직인까지 위조하는 대담한 수법까지 등장해 일선 병의원의 주의가 요망된다.

서울 동작구의 모가정의학과의원 A원장은 지난 3월 D제약사가 발행한 세금계산서 한 장을 받아들었다. 50만원 상당의 태반주사제를 납품했으니 대금을 결제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A원장은 물건을 받지 않았음은 물론 해당 제약사와 거래를 한 적도 없었다.

미심쩍게 생각한 A원장이 전후사정을 알아본 결과, D제약사 영업사원 B씨가 이 병원 사업자등록증을 외부에서 구해다가 거짓 계약서를 작성한 것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계약서에는 병원명과 원장의 이름이 적힌 직인까지 찍혀 있었다. 물론 B씨가 '알아서' 만든 것이었다.

A원장이 해명을 요구하자 B씨는 "실적 때문이었다"·"약 샘플이 필요해 한 일이었다" 등 말을 바꿔가며 변명을 늘어놓았다. 사업자등록증은 A원장과 거래가 있던 모화장품회사 영업사원에게서 구했다고 했다.

D제약사측에 강력히 항의, 거래는 없던 일이 됐고 A원장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제약사 혹은 영업사원이 마음만 먹으면 병원측에 큰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생각에 유사한 피해를 막고자 의협신문에 제보하게 됐다고 A원장은 설명했다.

D제약사에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자 "회사도 B씨에게 속은 것"이라며 회사차원이 아닌 B씨의 '단독범행'임을 강조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신입사원인 B씨가 실적에 스트레스를 받아 저지른 일이다. 우리도 정식 거래인 줄 알았다"며 해당 직원을 인사위원회에 회부, 중징계 할 방침이라고 했다.

하지만 신입사원이 기존 거래처도 아닌 안면불식의 A원장 이름을 도용해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만큼, 회사측의 '노하우 전수'가 있지 않았겠냐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B씨의 해명을 직접 듣게 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회사측은 이런 저런 이유로 거절하다가 나중에는 B씨가 퇴사해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했다.

문제는 영업사원이 자의로 회사에 주문을 넣고 병원에 약을 배송시킨 후, '착오로 배달됐다'며 회수해갈 경우 병원측도 전혀 모르는 사이 정상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영업사원은 이렇게 빼돌린 약의 대금을 본인의 돈으로 치룬 후, 물건을 시중에 유통시킬 수도 있어 의약품 유통의 허점을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태반주사제나 보톡스 같은 약들은 피부미용실 등을 통해 얼마든지 유통시킬 수 있으므로 차액을 노린 불법 거래도 의심해 볼 수 있다.  

또 이렇게 유통되다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서류상으론 해당 의약품을 병원이 사용한 것으로 돼 있기 때문에 분쟁에 휘말릴 소지도 다분하다.

한편 서류를 꾸민 영업사원이 실적을 부풀린 채 퇴사·잠적할 경우, 제약사측이 결재를 요청하면 '물건을 받은 일이 없다'는 점을 병원측이 일일이 증명해야 하므로 일이 복잡해 질 수 있다. 마치 약을 받아놓고 "받은 적 없다"고 발뺌하는 의심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부당 영업에 피해보지 않으려면?

주문하지도 않은 약이 배달되거나, 세금계산서가 날아오면 일단은 '밀어넣기'를 의심하고 즉각 해당 제약사에 연락해야 한다. 또 택배사의 '인수증'에 사인을 해주기 전에 분명히 주문한 물건인가를 확인할 필요도 있다.

특히 '잘못 배달된 것'이라며 약을 회수해 가려는 경우 '밀어넣기'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보고 일단 본사에 확인해야 한다. 영업사원 개인의 소행일 공산이 크므로 영업사원 혹은 영업지점과 해결하려 하다보면 일이 제대로 안 풀릴 가능성이 있다.

회사에서 잘못을 인정하면 관계인이 모두 입회한 가운데 계약서 및 세금계산서 등 관련 서류를 파기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납품이 이루어졌느냐 아니냐를 두고 분쟁이 있을 수 있지만 병원쪽이 크게 불리할 가능성은 없다. 다만 번거로운 일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사전에 문제 소지를 완벽히 없애는 게 중요하다.

서류를 파기한 후에는 제약사에 입금할 대금(잔금)이 없다는 것은 물론, 양측간 거래가 없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확인서를 받아놓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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