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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심리학

긍정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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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4.2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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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훈(동아일보 기자)

농부가 밭을 가는데 농지의 반이 미개간 상태다. 긍정적인 농부는 "벌써 반이나 갈았다"고 하고 부정적인 농부는 "아직도 반밖에 못 갈았다"고 한다. 긍정적인 사고를 권할 때 단골처럼 인용되는, 아주 오래된 이야기다.

최근 이처럼 긍정적인 사고를 주문하는 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몇 해 전부터 '긍정심리학'이 심리학의 큰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긍정적 사고'가 삶의 질을 업그레이드한다는 게 긍정심리학의 본질일 것이다. 분명 긍정적인 사고는 긴 인생을 사는데 있어 큰 힘이 된다. 무한경쟁 속에서 앞만 보고 달려왔던 우리들도 이제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얼마 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전국 1차 의원들의 2006년 진료비를 분석했다. 그 결과는 여러 매체에서 보도됐다. 기사를 읽으면서 필자는 흥미로운 대목을 발견했다. 분석 포인트가 매체별로 많이 달랐던 것이다.  

A 기사는 '역시 개원의는 고소득자'라는 문장으로 시작됐다. 이어 '지난해 개원의들이 연평균 3억 원의 진료비 수입을 올렸으며, 여기에 비급여 부분까지 포함하면 수입규모는 더 커진다'는 문장이 이어졌다. 이 기자는 "개원의들이 돈을 많이 벌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B 기사는 사뭇 달랐다. '의원급 병원을 차린 남자 의사가 여의사(개원의 기준)보다 한 해에 1억 원 이상 돈을 더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로 시작하고 있었다. 남성 중심의 구조가 전문직인 의사세계에서도 똑같이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걸까?

그렇지만 B 기사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바로 이어진 문장에서 '지난해 동네 의원들이 벌어들인 진료비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부분만 평균 3억289만원으로, 전년보다 8%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과나 성형외과 등의 비급여 항목을 포함하면 평균 진료비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A 기사와 마찬가지로 의사들의 '고소득'을 강조했다.

반면 C 기사는 아주 '건조'했다. 이 기사는 '건보공단의 분석결과 의원들의 연 평균 진료비는 3억289만 원이었다'로 시작했으며 이어 '연령별로 45세 개원의가 3억4844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고 이어졌다.

기사를 작성할 때는 보통 가장 눈에 띌 만한 부분을 맨 앞에 내세운다.

세 기사가 각기 달리 읽히는 것은 똑같은 '사실'을 기자들이 달리 해석했기 때문이다. A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아마도 '의사들, 참 돈 많이 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B 기자는 새롭게 가공할 '거리'를 찾다가 남녀 차에 주목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개업의가 돈을 많이 번다는 점도 놓치고 싶지 않았나보다.

발표 자료에는 진료과별 수입 편차도 들어있었다. 그러나 비급여 편차가 있어 어느 진료과가 수입이 높은지는 판단이 어렵다.  

어쨌든 대한의사협회는 떨떠름한 반응이다. 의협 측은 "공단 발표는 총 매출 개념이며 인건비와 임대료, 장비 리스료 등 의료기관 운영비를 뺀 순소득 개념이 아니다"며 "마치 의사들이 엄청난 돈을 버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유감이다"고 했다.

생뚱맞을지 모르지만 필자는 이 자료에서 '45세부터 의사들의 소득이 떨어진다'는 점을 주목했다. 30대부터 소득이 꾸준하게 상승하다가 45세 때 정점을 기록한 후 감소 추세로 돌아서고 있었다.

필자는 "의사들도 40대 중반 이후 어려움을 겪겠구나. 우리와 똑같네"라고 중얼거렸다. 곧 중년에 접어드는 평범한 시민으로서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었다. 그런데 다른 기자들은 그 점을 느끼지 못했나 보다.

입장 차가 확연한 기자와 의사를 보며 공교롭게 '농부'가 떠올랐다. 그들은 밭을 반이나 갈았을까? 아니면 반밖에 갈지 못했을까? 의료법 개정을 비롯한 최근의 갈등이 서로에 대해 '부정적' 태도로 귀결된 것은 아닐까? 어쩌면 긍정심리학은 우리에게 더 필요할지 모른다.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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