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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소득공제 간소화 핑계대지 마라

시론 소득공제 간소화 핑계대지 마라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7.04.2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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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금자(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이른바 '연말정산 간소화 정책'이 시행 첫해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의료비와 관련된 부분이 그렇다. 의료비공제 증빙서류가 필요한 소득자도, 의료기관도 불만이 많다. 급기야 의료비 소득공제 관련 규정에 대해 헌법소원까지 제기되었다.

도대체 문제가 무엇일까? 중요한 것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의료비 공제 증빙서류에 대한 해석의 문제이다.

의료비 공제 증빙서류는 근로소득자에게만 필요하다. 비근로소득자의 의료비는 공제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의료기관은 비근로소득자 의료비내역을 국세청에 제출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국세청에서는 의료비 공제 대상자의 범위를 확대 해석하여 의료기관은 모든 환자의 의료이용 정보를 제출하도록 행정지도 했다.

이에 응하지 않는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세무조사 등 불이익이 있을 수 있음을 공공연하게 시사하기도 했다. 이러한 행위는 소득세법에서 규정한 범위를 일탈한 월권적 행정행위에 해당한다.

둘째,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의 문제이다.

근로소득자가 의료비공제를 받을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환자의 의료이용 정보를 일단 국세청에서 수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정보는 국세청에 장기간 보관된다. 이를 원하지 않는 근로소득자는 사전에 자료 수집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자료집중기관에 밝혀야 한다.

2005년 1190만명의 근로자 중에서 146만7780명(12.3%)이 의료비공제를 받았다. 의료비공제를 받지 않는 근로소득자 중에는 공제 대상임에도 본인의 질병이 알려지기를 원치 않아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국세청에서는 수집되는 정보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가 미미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란 자신에 관한 정보를 그 정보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로서,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제한되어질 수 없다. 더군다나 별도의 공공적 목적이 아닌 바로 납세자의 편익 증진을 위해 마련된 제도가 오히려 납세자의 헌법적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셋째, 납세행정에 대한 협력의무와 한계의 범위에 대한 문제이다.

국민의 납세의무와 납세자료 제출의 의무 등은 법률에 의해 규정되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의무부과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본인의 납세의무 이행이 아닌 타인에 대한 국가의 과세권 실행을 위해 협력하는 부분에서는 납세자에게 과중한 의무가 부담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소득세법 제165조의 입법취지도 근로소득자에 대한 과세금액 결정시 정확성과 국민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사업자에게 단순한 협력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사업자에게 제3자의 납세 편의를 위해 과도한 협력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특정 사업자에게만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는 소득세법 제165조는 폐지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일시적으로 필요한 제도라고 하더라도 편익을 누리는 근로소득자나 국세청으로부터 해당 사업자에게 보상이 되도록 보완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전 국민의 의료기관 이용정보 집중에 따른 위험성 존재의 문제이다. 의료비 공제 대상자인지의 여부와는 관계없이 2006년 국민의 의료기관 이용내역 대부분은 이미 국세청 전산망에 저장되어 있어 특정인의 연중 의료기관 이용내역 전체에 대한 조회가 가능하다.

국세청에서는 그 어떠한 경우에도 환자의 진료정보가 새어나갈 수 없는 완벽한 보호장치를 강구해 두었다고 밝혔지만, 그동안 완벽한 정보보호장치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대법원이나 은행들 마저도 외부 해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국민들은 국세청의 '완벽한 환자비밀 보호장치'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국세청은 수집된 자료의 폐기 시점도 밝혀야 한다.

또한 국세청에서 자신의 정보를 수집하였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추후 국가를 상대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제기할 경우 국세청의 대응 방안이 의문시 된다. 150여만명의 일부 근로소득자의 납세편의를 위해 전국민의 의료기관 이용정보를 수집하였다는 것이 답변이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다섯째, 국세청 고시를 통해 지정된 자료집중기관의 부적합성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자료집중기관으로 지정한 것은 판매자(의료기관)가 구매자(공단)에게 자신의 영업기밀을 소상히 알려줄 것을 정부가 강제한 것과 동일하다. 이는 상도덕적으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행태이며 또한 불공정거래가 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공단을 의료비공제 자료집중기관으로 지정한 것은 공단이 의료기관과 관계를 간과하였거나 다른 목적이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공단이 아닌 의료기관 중앙회 또는 국세청으로 자료집중기관을 변경하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정부가 소득세법 제165조를 신설하여 이루고자하는 근본적인 목적은 소득공제제도 간소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의 의도는 의사들의 세원투명성 제고이다. 의사들의 세원투명성을 위해 전 국민의 의료정보를 담보로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소득공제제도의 간소화를 내세우면서 세원투명성을 확보하는 정책으로는 연말정산간소화 정책도, 세원투명성확보 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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