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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환자 불신 악순환 이젠 그만...

의사, 환자 불신 악순환 이젠 그만...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7.04.19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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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중(한겨레신문 의료전문기자)

 최근 의료계에는 충격적인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났다. 부천의 한 병원에서는 팔 골절로 수술을 받다가 한 여중생이 사망했다. 유가족들은 이에 대해 항의하며, 병원 로비에 시신을 두고 농성했다. 병원 쪽은 시신이 썩기 전에 부검해야 한다고 맞섰으며, 이 과정에서 경찰까지 개입되는 거친 몸싸움이 벌어졌다. 시신을 두고 몸싸움이 벌어진 일은 이를 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다.

4월 초에는 인천의 한 병원에서 의료사고를 주장하는 환자의 가족이 한 의사를 위협하는 인질극이 벌어졌다. 인질극을 벌인 40대 남자는 의사가 자신의 아버지를 수술하면서 의료사고를 냈다고 주장했다. 의료분쟁에 있어 이제는 의사들이 인질이 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벌어진다는 것에 대해 많은 언론들이 큰 관심을 보이는 등 사회적인 논쟁거리로 남았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현장에서 생명을 두고 벌어지는 논란은 그 규모 여하에 관계없이 어쩔 수 없이 일어낫다. 하지만 이 때문에 또 다른 생명이 위협받고, 이미 사체가 된 시신이 훼손된다면 이는 이미 상식의 선을 벗어난 것이다. 예방에 최선을 다하되, 그 해결도 합리적으로 되도록 구조적인 방법을 갖춰야 한다.

의료분쟁·의료사고에 대한 관련 법률은 의료사고피해구제법, 의료분쟁조정법 등으로 논의되면서 벌써 20년 가까이 끌어오고 있다. 논쟁만 벌이는 동안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좋게 말하면 철저히 준비된 사람만이, 나쁘게 말하면 한 성질 하는 사람만이 견딜 수 있게 됐다. 환자와 의사가 함께 노력해 의료 현장에서의 의료사고가 나타나지 않도록 예방하는데 주의를 기울이고 제도적인 틀을 만들어야 했으나 그렇지 못했다.

대신 서로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의료계에서는 방어 진료와 함께 합병증·부작용 등의 설명문을 환자에게 서명받는 행태 등이 광범위하게 일어났고, 환자 쪽에서는 의사의 진료에 대해 불신과 의심을 가지면서 때로는 거칠게 의사의 멱살을 잡아야 했다. 물론 이는 극단적인 경우이지만, 지금까지 그렇지 않았던 의사와 환자도 앞으로 어찌될 수는 알 수 없다.

더 이상 방치할 수만은 없는 문제다. 문제 해결을 의사·환자 개인에게 맡겨서도 곤란하다. 의료분쟁조정에만 그치는 관련 법안으로도 이는 부족하다. 의료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의료 환경은 급변했다. 과거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료하는 환자 수가 많아지고, 의사·환자 사이에는 기계적 진단법이 주를 이루게 됐다. 환자들은 의사의 따뜻한 설명과 위로, 청진 등을 요구하면서 현실에서는 짧은 의사의 진찰보다는 MRI·CT 등을 더 신뢰하게 됐다.

의료사고가 일어났을 때 분쟁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제조업에서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이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함과 동시에 노동자를 일에서 소외시켰다면, 이제 3분 진료도 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환자를 봐야 하는 구조에서는 의사나 환자 모두가 소외됐다. 지금처럼 환자를 제대로 진료할 틈도 없이 더 많은 환자가 생겨야 의원과 병원이 유지돼서는 곤란하다.

국민들이 건강해야 의사들의 경제적 수입이 안정되는 근본적인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

포괄수가제, 주치의등록제 등의 변화라도 의료계가 적극 검토해 하루 빨리 구체화에 나서야 한다. 의사 환자 사이의 불신의 악순환을 근본적으로 차단시켜야 국민이 건강해진다.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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