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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중 태아사망...부모의 손해배상 불인정

분만중 태아사망...부모의 손해배상 불인정

  • 이석영 기자 lsy@kma.org
  • 승인 2007.04.1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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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산모에서 '완전노출'돼야 비로소 사람"
정신적 위자료 산정시 참작은 할 수 있어

의료과오로 인해 분만도중 태아가 사산한 경우, 태아에 대한 손해배상을 인정할 수 없다는 법적 판단이 내려졌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무리하게 조기분만을 유도하다 태아가 숨졌다며 유족들이 A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유족측)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유족들은 2004년 7월 경기도 A병원에서 분만 도중 태아가 사산하자 의료진이 무리하게 조기분만을 시행했고, 태아곤란증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제왕절개술을 시행하지 않고 흡입분만을 시도하는 등 분만을 지체했다는 이유로 병원측을 상대로 약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유족들은 2006년 5월 1심 재판부가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고 위자료 부분만 인정하자 고등법원에 항소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람의 출생시기는 현행 민법의 해석상 태아가 모체로부터 전부 노출한 때를 기준으로 한다"며 "태아가 전부 노출됐다 하더라도 그 이전에 이미 사망했다면 '사람'으로 평가될 수는 없으므로, 사망한 태아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부모가 상속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분만이 개시된 단계에 이른 태아는 그 생명적 가치나 보호의 필요성이라는 측면에서 이미 출산을 마친 신생아 못지아니한 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며 "태아의 부모에 대한 의료과오로 인한 위자료를 산정할 때 사망한 신생아의 손해에 대한 법적 평가액을 아울러 참작함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즉 사망한 태아의 손해배상을 인정할 수는 없으나 의료과오로 인해 입은 부모의 정신적 고통을 감안해 위자료를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애초 유족들이 요구한 위자료 5000만원보다 많은 7500만원을 병원측이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한편 '출생'의 시기를 판단하는데 논리에는 '진통설'과 '전부노출설'이 있다.

의학적 관점에서는 '진통설'을 받아들이는 경향이지만, 사람의 법적 권리능력을 판단하는데에는 '전부노출설'이 타당하다는 것이 우리나라 민법의 해석이다.

독일이나 스위스에서도 '출생의 완료'로서 사람의 권리능력이 시작된다고 명문화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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