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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 간소화 방안' 반대 한목소리

'연말정산 간소화 방안' 반대 한목소리

  • 이석영 기자 lsy@kma.org
  • 승인 2007.04.0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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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토론회서 시민단체 법조계 반대 표명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위헌 소지"

의료기관이 환자의 진료비 자료를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국세청에 제출토록 한 소득세법시행령에 대해 의료계는 물론 시민단체와 법조계, 경제학계 모두 반대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헌법이 보장하는 환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의료기관 영업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 주최로 4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연말정산간소화!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각계 토론자들은 지난해 부터 시행된 이른바 '연말정산 간소화 방안'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주제발표를 맡은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전자정부특별위원회의 분류에 따르면 개인의 의료정보는 가장 중요한 '1급'에 해당된다"며 "이같이 중요한 개인정보가 자료집중기관인 건보공단에 집중되는 것은 공단 직원에 의한 무단열람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특히 "연말정산은 근로소득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법적 근거 없이 비근로자의 의료비 자료까지 제출토록 한 것은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되는 위헌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의사들의 정당한 주장, 호도 말아야" 

의료기관에게 자료제출 의무를 부여한 것에 대해서도 "연말정산에 있어 국세청과 영수증발급자간에는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데, 연말정산 간소화를 위해 영수증 발급자(의료기관)에게 간편화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법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연말정산 간소화 방안을 반대하는 의료계의 주장을 왜곡 호도한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김 회장은 "의사들이 국민의 사생활 보호라는 정당한 문제제기를 했지만, 국세청을 비롯한 관료사회는 입법취지와 상관없는 '의사들의 과표양성화'를 내세웠다"며 "특히 의사들이 소득노출을 피하기 위해 소득공제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려 한다는 식의 여론몰이로 본질을 호도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사들의 '과표양성화'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다른 수단을 강구해야지, 국민의 개인정보를 담보로 그 목적을 변칙적으로 추구해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법조계 "환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제한"

 토론자로 나선 김승호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은 "현재의 인터넷 보안기술 수준 및 관련자들의 자질, 능력에 비추어 볼 때 해당 의료정보가 외부에 유출될 가능성을 전혀 배재할 수 없다"며 "환자의 명시적 반대가 없는 이상 환자의 병명, 치료기간 등이 쉽게 유출될 수 있으므로 연말정산 간소화 방안은 헌법이 보장하는 환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또 "현행 소득세법은 이미 의사가 환자에게 소득공제증빙서류를 발급해 줄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와 별도로 국세처장에게 동일한 서류를 제출하도록 규정하는 것은 의료기관에 과중한 업무를 부과하는 것이므로 의료기관 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함께 "의료비공제는 근로소득자만 받을 수 있는 것이므로 근로소득자가 아니거나 의료비지출액이 총급여액의 3% 미만인 경우, 500만원을 초과한 부양가족 의료비 증빙자료는 국세청에 제출할 이유가 없다"며 "그러나 소득세법 165조는 이같은 예외를 두지 않고 모든 환자의 자료를 제출토록 하고 있으므로 '피해의 최소성 원칙'을 위반한다"고 덧붙였다.  

"공단에 제출토록 한 것은 '불공정 거래"

임금자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 고시에 의해 자료집중기관으로 공단을 지정한 것은 상거래에서 판매자(의료기관)가 정부의 강제 의해 구매자(건강보험공단)에게 영업기밀을 소상히 알려주는 것과 동일한 것"이라며 "이는 불공정 거래이고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연구위원은 "공단을 자료집중기관으로 지정한 것은 건보공단이 의료기관과 직접적으로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기관이라는 것을 관과했거나, 다른 목적이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임 연구위원은 "2005년 기준 1190만명 근로자 중 의료비 공제 인원은 12.3%인 146만7780명에 불과한데도 개정세법은 국민 모두의 의료정보를 수집토록 해놓았다"며 "국세청은 근로소득자의 소득공제 목적과 아무런 관련이 없이 불법하게 수집해 놓은 전 국민의 2006년 의료기관 이용내역 자료를 시급히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빙자료 제출 의무 약국도 포함해야"

 이날 의료계 대표로 참석한 국광식 의협 세무대책위원도 "146만명의 의료비 공제를 위해 전 국민의 개인의료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간소화가 아닌 행정력의 낭비이며 공권력을 이용한 의사에 대한 지나친 혹사"라고 지적했다.  

국 위원은 "자료제공을 거부한 환자의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료제공에 동의한 환자의 제료만을 제출하도록 법이 개정돼야 한다"며 증빙자료 제출 의무는 의료기관 뿐만 아니라 약국도 포함시켜 약국에서 구입한 모든 의약품 뿐만 아니라 건강보조식품과 위생재료를 모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 위원은 "의료업자가 모두 탈세를 한다는 가정을 기반으로 하는 조세제도는 탈세를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주장들에 대한 반박도 제기됐다.

 최영태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소장은 "의사들은 이미 200만원이 넘는 의료비에 대해 상세한 내역을 국세청에 제출하고 있는데, 이제와서 의료계가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에 대해서도 최  소장은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국민 통제가 목적이 아닌 에게 편의를 주기 위한 것이라면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득세법이 자기정보결정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정책목표 역시 연말정산 간소화인지 세원 투명성인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심태섭 단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도 "설문조사 결과 국민의 70%가 연말정산 간소화 방안이 편리하다고 응답한 결과를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연말정산 간소화 방안은 의료기관의 소득 노출이 목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시행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세정당국은 보다 신중한 방향으로 전문직 사업자의 과세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본인의 소득을 성실히 신고하려는 전문직 사업자를 적극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제도 시행초기 급격한 세금증가로 인한 전문직 사업자의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대표로 참석한 최영록 재경부 소득세과 과장은 "제기된 문제들을 제도 운영과정에서 수정 보완하겠다"며 "특히 자료제공에 대한 환자의 동의 또는 거부 방식에 대한 절차 규정 등을 명확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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