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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형재난, 사후 약방문 안되길…

시론 대형재난, 사후 약방문 안되길…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7.03.23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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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경수(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

우리나라는 매년 홍수나 폭우 등과 같은 자연재해가 반복되고 있으며, 1993~1995년에는 성수대교 붕괴, 페리호 침몰, 항공기 추락,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폭발 등과 같은 수많은 인위적 재난(man-made disaster)이 집중적으로 발생하였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탄저병(anthrax)이나 SARS, 조류독감 등과 같은 생물학적 재난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에는 국내에서도 비교적 강도가 높은 지진이 2회나 발생하여 대규모 재해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재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대량의 환자가 동시에 발생하므로,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재난예방단계(prevention phase), 철저한 재난준비단계(preparedness phase), 재난발생시 신속한 비상체계 가동 및 의료지원의 반응단계(response phase), 재난발생 이후의 체계적인 복구단계(recovery phase)가 체계적으로 구축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모든 단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재난계획(disaster planning)이라고 하는데, 재난계획의 최대 목표는 재난 피해자의 생명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재난계획은 예방, 구조(rescue)와 복구에만 치우쳐 있으므로, 재난계획의 최대 목표와 직결되는 의료적 측면인 재난의료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재난응급의료계획의 원칙은 재난이 발생한 지역의 응급의료기관은 외부의 지원없이 72시간 동안 독자적으로 의료기능을 유지해야 하며, 재난 이외의 지역에서는 72시간 이내에 재난의료대응팀(DMRT: disaster medical relief team)이 현장에 투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역별로 지정된 모든 응급의료기관은 72시간 동안 독자적으로 의료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재난에 대비한 물품을 준비해야 하며, 국가에서는 재난발생 72시간 이내에 재난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재난의료대응팀을 항상 유지해야 한다.

선진외국의 경우에는 응급의료기관들이 독자적으로 각종 재난물품을 비축하고 있으며, 재난이 발생하면 재난 이외의 지역에 있는 재난의료대응팀이 6~12시간 이내에 재난현장으로 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매년 홍수나 폭우로 수많은 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재난의료대응팀이 없으며, 의료지원도 민간의료기관이 주체가 되어 주로 재난발생 3~4일 이후에나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응급의료기관들이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지원없이 72시간 동안 독자적으로 응급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기본재난물품과 재난의료물품을 비축해야 한다. 기본재난물품은 생명선(life line)이라고도 하는데, 물을 정화시킬 수 있는 비상정수기 혹은 밀폐 포장된 식수, 자체적으로 전력을 제공하는 비상발전기, 냉난방과 취사 등을 위한 비상용 가스, 밀폐용기에 보관된 식량 등을 지칭한다. 재난의료물품은 응급의료를 제공하기 위한 기본적인 의료물품(드레싱세트, 봉합세트, 소독세트 등)과 화생방(NBC: nuclear, biologic, chemical)으로 오염된 환자를 진료하기 위하여 의료진들이 이용할 개인보호장비(PPE: personal protection equipment)과 환자를 세척할 제염장비(decontamination equipment)를 지칭한다. 그러나 국내 응급의료센터의 재난물품 비축 상태는 심각한 형편이다. 대한응급의학회가 2006년 12월과 2007년 2월 국내 응급의료센터 118개를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결과, 각 물품의 비축율은 4~11% 정도로 매우 낮은 수준을 보였다.  

재난의료대응팀은 국가의 규모와 재난빈도 등에 따라서 규모가 다르며, 1개 팀은 6~12명 정도(의사 1~2명과 간호사 4~6명, 약사 1~2명, 기능직 3~4명 등)로 구성된다. 재난의료대응팀이 이용할 재난물품(기본물품 및 의료물품)은 지역별로 비축되는데, 대부분의 경우에는 인근 공항에 비축된다. 재난이 발생하면 재난의료대응팀이 6시간 이내에 공항에 집결하여 공항에 비축된 재난물품 중에서 필요한 재난물품을 선택하여 항공기에 싣고 즉시 현장으로 투입된다. 내부재난의 경우에는 대부분 헬리콥터를 이용하여 현장으로 투입되지만, 국외재난에 투입되는 경우에는 수송기(대개는 C123 수송용 항공기)를 이용한다.  

대형 재난발생에 대비해 국내의 모든 응급의료기관 중 지역별로 응급의료의 중심병원을 선정, 재난에 대비한 각종 물품과 인력을 갖추어야 한다. 우리나라도 지진이나 테러에 의한 화생방 재난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모든 의료기관은 개인보호장비와 환자를 세척할 제염장비를 구비해야만 한다. 특히 전국의 3~4개 지역(수도권, 중부권, 영남권, 호남권)의 재난의료를 집중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재난의료대응팀 6~8팀과 재난외상센터 3~4개 정도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재난외상센터의 의미는 평상시에는 전체 공간의 1/3~1/2만 이용하여 정상적인 진료를 수행하다가 재난이 발생하면 전체 공간을 활용하여 전체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다. 또한 국내의 도처에 산재해 있거나 운송되고 있는 화학물 등의 독극물에 대한 전산정보센터(poison information center)를 구축하고, 독극물 유통과정에 대한 추적체계(poison tracking system)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재난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국가예산이 필요하며, 관련 정부기관(보건복지부, 국방부, 소방방재청, 환경부, 노동부, 농림부, 산업자원부, 식약청 등) 및 학술단체(대한재난응급의료협회, 대한응급의학회 등)의 협조체계가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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