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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와 소아청소년과

소아과와 소아청소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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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3.0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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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훈(동아일보 기자.복지의학팀장)

지난 6일 소아과 명칭을 소아청소년과로 바꾸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은 국민연금 개정안처럼 큰 정치적 쟁점이 없는 사안이라 그대로 통과됐다. 당초 일정대로 진행된다면 6월 27일부터 소아과는 소아청소년과로 바뀌게 된다.

소아과 의사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아이들만 진료한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고객을 청소년까지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과의 명칭을 바꾸는 것이 조금이라도 고객을 더 유치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분석하는 것 같다. 소아과 의사 단체들이 명칭 변경을 요구하면서 대한의사협회 회장 불신임, 의협회비 납부 거부 등 1년 넘게 '투쟁'을 했던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반면 내과 의사들은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다.

내과 의사들은 청소년 고객을 소아과에 빼앗길 것이라고 우려하는 모양이다. 한 내과 단체는 이번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의협 회비 납부를 거부하고 내과의사인 현 의협회장을 내과의사회에서 제명 조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가 악화될 경우 내과 의사들의 의협 집단 탈퇴까지 거론될 것 같다.

한 내과 의사는 "의료계 내부에서 충분한 합의 없이 일이 진행됐다"며 의협을 비난하기도 했다. 이대로 가면 과의 명칭 변경이 의료계 내부의 큰 갈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한 의학전문 사이트에서는 이와 관련해 '댓글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 의사는 "의료환경이 더 나빠지면 소아청소년성년과로 이름을 바꿀 것이냐"고 말했다. 또 다른 의사는 소아과개원의협의회장을 '제 2의 유시민 장관'이라며 비난했다. 어떤 의사는 "정형피부내과, 비뇨기산부인과 등이 앞으로 나오겠다"고 했다.

과의 명칭 변경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 진단방사선과는 영상의학과로, 임상병리학과는 임상진단과로 명칭을 바꿨다.

또 다른 일부 과들도 명칭변경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들이 과 이름을 바꾸려는 이유는 의료시장이 그만큼 열악해졌다고 인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의사들은 진료 수가가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을 늘 강조한다. 그래서 환자를 많이 봐도 이익이 덜 남는다고 말한다. 고객도 과거처럼 만만하지 않다. 아차 하고 실수하면 환자가 뚝 떨어진다. 의사들은 이런 상황에서 과 명칭이 보다 '고객 친화적'으로 바뀌는 게 고객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듯 하다.

필자는 의사들의 논쟁에 개입할 의도가 없다. 또한 어느 쪽이 옳고, 어느 쪽이 그른지에 대해서도 논할 생각이 없다. 다만 과 명칭 변경을 둘러싼 갈등을 국민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사들이 한번쯤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의사 내부세계의 갈등에 대해 국민의 시선은 그리 따뜻하지 않다. 국민은 아마 '밥그릇 싸움'을 연상할 것이다. 또는 누군가 이득을 보면 누군가는 손해를 봐야 하는, 제로섬 게임을 떠올릴 것이다.  

한 의사는 필자에게 "과 명칭이 바뀌어도 환자가 줄어들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 의사는 "다른 의사의 전문 진료 영역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내 진료 영역에 더 충실하면 환자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필자는 이 말이 국민의 시선과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고객은 환자를 잘 고치는 의사를 원한다. 나 또한 내 아이가 아프면 잘 고치는 의사에게 데리고 갈 것이다. 그 의사가 소아청소년과의 간판을 내걸든 내과, 또는 가정의학과의 간판을 내걸든 말이다.

진료영역은 파괴된 지 오래다. 소아과에서 메조세라피를 하고 재활의학과, 비뇨기과, 정신과에서도 비만치료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승적 관점에서 의사 내부 갈등이 빨리 종식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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