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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의료사고 입증책임 전환…민사소송 원칙 훼손

시론 의료사고 입증책임 전환…민사소송 원칙 훼손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7.03.0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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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현희(대외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의료분쟁조정관련법이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공청회가 열리는 등 다시 제정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현재 열린우리당 이기우 의원과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이 발의한 두 개의 법안이 논의 중이다. 법안의 여러 쟁점 사항 중 의료사고배상책임과 입증책임전환문제, 형사처벌특례조항 및 무과실 배상책임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이기우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제4조 의료사고배상책임을 분배함에 있어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원칙적으로 의료인이 책임을 지되 다만 의료인이 과실없음을 입증한 경우에 그 책임을 면제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 사실상 의료손해배상에 있어서 무과실 등의 입증책임을 의료인에게 전환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민사손해배상 소송에서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당사자간의 문제를 해결할 때,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원고측에서 그 책임의 근거가 되는 과실과 인과관계 및 손해액등에 대한 입증책임이 있다는 것은 민사소송이론의 기본원칙이다. 그러나 의료소송에서는 의학의 문외한인 환자측에서 의사의 과실 및 그 과실과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한다는 것은 극히 어려운 것이 현실임을 감안하여 법원은 의료소송에 있어서는 원고가 입증을 해야 한다는 민사손해배상소송의 기본원칙을 일부 수정하여 환자의 입증책임을 대폭 경감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즉 의료소송의 입증책임과 관련하여 지난 1993년 대법원은 환자가 치료 도중에 사망한 사건에서 "피해자측에서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 있어서 저질러진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 이를테면 환자에게 의료행위 이전에 그러한 결과의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의 결함이 없었다는 사정을 증명한 경우에 있어서는, 의료행위를 한 측이 그 결과가 의료상의 과실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입증을 하지 아니하는 이상,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는다"고 판시했다. 이같은 환자측의 입증책임 완전 전환이 아닌 완화하는 취지의 판결 이후 법원은 일관되게 같은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

의료손해배상에 있어서 입증의 문제에 관한 논의는 의사측에 비하여 여러 가지로 불리한 입장에 있을 수 밖에 없는 환자측의 정당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도록 입증상의 혜택을 부여하되 그러한 혜택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위험 때문에 의사측의 방어진료가 시행되거나 실질적인 의료회피가 일어나서도 아니된다는 입증상의 균형을 발견하는데 그 핵심이 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의료과오소송에서 입증책임완화의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원고측이 의사의 과실 및 인과관계를 입증하여야 하는 민사소송의 대원칙을 훼손시키면서까지 입증책임을 의사측에게 전환시킨다는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된다.

의료행위는 건강한 사람이 아닌 환자를 대상으로 하고 그 행위는 주사·투약·수술 등 사람의 인체에 대한 침습성을 기본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행위의 본질상 위험하고 악결과가 올 가능성이 높은 특수한 행위이고 이러한 의료행위를 행하는 목적은 환자들의 생명 신체를 구하기 위한 선의에서 시행한다는 이해가 필요하다. 그리고 의료행위 후 발생하는 악결과는 의료인의 과실로 인한 의료과오의 경우도 있으나, 기타 의료과실이 전제되지 않고 환자의 체질적 소인이나 기타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인하여 발생하는 사고의 경우도 많은 특징이 있다. 또한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으로 하여금 환자의 진료거부금지의무를 규정하여 이를 위반시 형사처벌 및 행정처분을 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악결과의 발생이 예측되는 생명이 위급한 중환자의 경우에도 반드시 진료를 시행해야 한다는 점 및 의료의 선의성·구명성·공익적 측면 등을 고려하여 의료행위의 형사처벌의 범위는 '고의' 및 '중대한 과실'의 사유가 아닌 한 형법 및 형사벌의 관여를 최소한으로 할 필요성이 있다. 즉 '고의'나 '중대한 과실'의 명확한 범위를 정하여 법률상 명확성을 제고하고, 종합공제 가입과 같은 의료인의 일정한 의무를 지는 경우 형사처벌특례를 인정하여 원만한 분쟁조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쟁점인 무과실 의료사고 보상문제가 대두되는 것은 의료과실의 존재유무 및 과실존재시 그 과실의 내용을 규명하기 어려운 의료행위의 특성에 따른 결과다. 의료행위는 공익성, 선의성과 더불어 침습성 또한 존재한다. 이러한 침습은 의료과실로 인한 경우 외에도 환자의 체질적 소인, 개개 증상의 비정형화로 인해 정상적인 진단과 처치에도 불구, 불가항력적인 악결과의 발생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이렇듯 의료인의 과실과 무관하게 환자의 특이체질 혹은 과민반응으로 인하여 발생한 불가항력적인 환자의 악결과에 관해 사회복지차원에서 배상해줄 필요성이 있으나 다만 기금마련과 무과실의 규명이 어려운 것이 현실적 문제다.

무과실 보상제도를 도입할 경우 과실 책임을 원칙으로 하는 민사법체계와는 맞지 않고, 현실적으로 보상의 전제인 무과실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그전제로 과실의 존재유무를 밝혀야 하나 환자들과 의료기관의 입장에서는 입증의 어려움과, 시간적 경제적 문제로 인하여 무과실을 주장하는 것이 수월하여 특히 배상액수가 높지 않은 많은 경우의 의료사고에서 무과실 주장을 할 우려가 높다고 보여진다.

이 경우 무과실배상제도가 의료분쟁조정에서 사실상 대부분을 차지하고 과실책임 배상이 드물게 되어 무과실 의료사고 보상기금의 부족을 초래하는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있다.

따라서 무과실보상제도의 채택 여부는 법리적 해석의 문제를 넘어 환자에 대한 복지적 측면을 고려하여야 하는 정책적인 문제이며, 무분별한 무과실주의로의 도피에 의해 재원의 과도한 부담 등과 같은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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